건강보험 깨기, 그대로 둘 수 없다!
상태바
건강보험 깨기, 그대로 둘 수 없다!
  • 이은경
  • 승인 2011.12.09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경 칼럼]한국사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 전국민 건강보험 지키자

 

한미FTA로 국민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민영화의 시도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의사협회 경만호회장이 2009년 현 전국민건강보험 통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소송이 12월 8일 공개변론을 갖는다. 1월 중 최종 판결을 앞두고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김종대이사장이 대표적인 건강보험 해체론자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 공단은 전국민 통합 건강보험을 지켜내야하는 핵심 조직이며 여기에 공공연하게 건보해체를 주장해왔던 인사를 이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쪼개고자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내릴 경우,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는 전국민 건강보험은 해체될 전망이다.

한국사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 전국민 건강보험

전국민 건강보험은 한국 사회 공공서비스의 가장 큰 성과로 인정되고 있다. 오바마가 극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노후소득보장 취약, 교육 공공성의 해체,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건강보장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있다.

사회보험은 원래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 즉 질병, 노후, 실업, 교육 등을 사회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건강은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의료비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공적 보험을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험은 최대한 보편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리스크를 개인이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면 부유층은 더 좋은 의료서비스, 교육기회를 얻을 것이고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험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전국민건강보험이 해체된다면?

먼저 직장과 지역보험이 나누어지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건강보험의 재정이 매우 취약해지게 된다. 필연적으로 지역보험료를 올리고 보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부유층은 당연히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해 지역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취약해져 말 그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급여 수준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이 계속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는 다시 국가 재정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소득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지역을 하나의 지역보험으로 묶는 것이 어려워진다. 쉽게 말해 서울지역건강보험, 강원지역건강보험으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바로 미국식이다.

미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고 직장에서 가입해주는 보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튼튼한 직장이 없는 노인, 저소득층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보험만 존재한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직장 건강보험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비싸다. 공적 전국민 건강보험은 의료비를 합리적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전체적으로 의료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미국에서는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 미국내 기업을 외국으로 이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건강보험료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다음으로는 튼튼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서민층과 자영업자의 건강보장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 비싼 건강보험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서민층은 보장이 매우 취약한 민간보험에 가입하거나 무보험 상태로 지낼 수 밖에 없고 빈곤층과 노인층을 담당하고 있는 공보험은 이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정부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 주정부별로 운영하는 저소득층 공보험은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을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서민층은 의료이용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전체 의료비는 매우 비싸지며, 기업의 경쟁력은 낮아진다. 국가 재정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 서민층 건강악화와 더불어 사회전체적 효율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은 한국사회 공공성의 큰 진전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의 통합은 보편성과 형평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건강보험 역사 상 매우 큰 진전이었다. 현재 전국민 건강보험은 매우 효율적인 제도로 국제적 명성이 높으며 매우 빠른 시일 내에 건강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합리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을 필두로 한 자본은 마지막 시장확대 대상으로 의료를 노리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이다. 대표적 건강보험 해체론자인 김종대씨를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전격적으로 발탁했고 그는 취임하자마자 건보통합은 문제있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사회적 합의와 합법적 지위

건강보험 통합이 위헌이라는 청구소송은 이미 합헌으로 판결이 났다. 지난 2000년에 동일한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기각되었다. 2000년 헌법재판소는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려해 규정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서는 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헌재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재정위원회가 보험료 분담률을 조정해 부담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통합을 규정하는 법은 헌법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사실 건강보험통합은 1989년 이미 여야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종대 이사장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2~3배 오른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사에 유포하면서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건강보험 통합은 11년을 기다려서야 달성할 수 있었다. 통합당시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광범위한 국민들의 지지와 통합지지세력의 헌신끝에 통합을 이룰 수 있었고 그 이후 지속적인 해체논의에도 국민들은 건강보험 통합을 지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12월, 2009년 6월에도 동일한 소송이 제기되었고 소송의 주체역시 현 경만호 의협회장이었다. 2008년 소송은 청구인 자격 하자 등의 문제가 있어 소송이 중단됐고, 이듬해에 의사협회 회장이 된 경만호 회장이 다시 재청구한 것이다.
 

국민 건강을 저버린 의사협회

도대체 의사협회는 왜 이렇게 건강보험을 훼손하려고 하는 것인가?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내용은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저소득층의 혜택은 의료인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보게 되었고, 건강보험이 의료비 통제를 위해 지나치게 낮은 의료비를 의료기관에 강제하기 때문에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집단은 의료인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과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의료인들은 보험료로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급여진료 또한 지나칠 정도로 자유롭게 행하고 있다. 현 가장 입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학은 의/치/한/약으로 대표되는 의료직이며 병의원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해체 된다면 의료비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해 대다수 개원의와 중소병의원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반대로 국민 건강을 저버린 댓가로 이득을 누리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소수의 대형병원, 영리병원인 것이다.
 

김종대 이사장, 건강보험 이사장의 자격이 없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쪽에서는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위헌소송 제기를 배후에서 총지휘한 인물이 김종대 이사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이사장은 89년 당시 건강보험 통합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며 2000년 통합당시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실장의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 반대입장을 취해 직위에서 면제되기까지 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쪼개기를 주도해왔다. 밀실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된 취임식에서도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복지부와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존 (건강보험 통합 반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최전선에서 강화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이런 인물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쪼개려는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김종대 이사장이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사장 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부과체계의 개선

현 전국민건강보험은 2000년 370개 의료보험 조합을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하면서 단일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부과기준을 가지고 있다. 가입자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누고 ?직장가입자는 월급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하는 방식,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재산/자동차 /세대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유지해왔다.

건강보험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 부과체계가 직장과 지역으로 분리되어 있어 소득이 100% 파악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소득파악이 쉽지 않은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소득파악제도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조세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가재정 자체를 운영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건강보험 제도 역시 부과체계가 완전하지는 않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축소되는 문제도 있지만 부유층이 직장가입자로 위장해 낮은 수준의 보험료만 내는 경우도 많다. 월급 외 다른 자산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제대로 보험료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퇴직시 직장에서 지역으로 옮길 때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내야하는 경우도 많다. 즉 현 건강보험 부과방식은 직장/지역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현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소득대비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부과하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를 더욱 강화하여 해결해야 한다.
 

형평성, 진짜 답은 건강보험 강화이다.

건강보험 해체론자들이 주장하는 형평성은 건강보험을 강화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0%수준이다. 매우 낮은 수준의 보장률이며 건강보험 만으로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개인 지출과 민간의료보험 가입 금액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의료이용의 불평등은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역시 위협받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하는 기업과 부유층이 보험료를 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는 외국에 비해 GDP대비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내는 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 정부부담과 기업부담이 매우 낮은 것이다.

또한 보장률이 낮음으로 해서 비급여진료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보험진료 위주의 의료기관은 낮은 수가로 인한 과도한 진료를, 국민입장에서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의료비로 인해 민간보험 가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에서 현 정부와 의료자본의 입장과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 현 정부와 의료자본, 보험자본들은 건강보험이 문제있으니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다양한 민간보험을 활성화시키고 건강보험 적용받지 않는 영리병원을 활성화시키자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국가와 부유층의 기여도를 높여 건강보험을 강화하여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의료비를 감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김종대 이사장 취임과 한미FTA 및 이행법안 통과, 영리병원 허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의료비폭등을 불러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건강보험 강화가 한미FTA극복의 출발점

한미FTA 체결은 국내 공공서비스의 심각한 축소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FTA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의료관련한 내용이다. 이미 약가인상은 불가피하고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은 심각한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영리병원 활성화로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미FTA는 진행형이며 공공성 축소 시도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내용이 현실화되기 전에 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FTA 이행법안이 마무리 되고 미래유보과제도 하나씩 타결되기 전에 건강보험을 획기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는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이다. 건강보험쪼개기를 당장 그만두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김종대 이사장의 사퇴와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본 연재글은 새로운사회연구원(www.saesayon.org)에 게재된 칼럼 입니다.

이은경 (새사연 보건복지분야 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