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 여러분! 다시 광화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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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여러분! 다시 광화문에서 만나요”
  • 채민석
  • 승인 2011.12.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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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무효 촛불문화제 참관기]건강사회를 위한 서울경기지부 채민석 회원

 

나는 최근 두 달, 주말이면 어김없이 광화문으로 향했다. 희망버스가 달리고, 한미 FTA 비준이 임박하고, 미국발 ‘점령하라(Occupy)’ 운동이 한국에도 상륙하면서 나에게 집회는 일상이 되었다.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된 후에는 많은 노동·정치·시민단체들이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면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12월 10일 집회에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이후 처음으로 건치 깃발도 광장과 거리를 함께 채웠다.

10일의 가두시위에서는 대중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찰 저지선을 몇 번씩이나 뚫으면서 을지로, 종로, 명동을 휘젓고 다녔다. 시위대로 인해 차가 막히는데도 불구하고, 차 안팎에서 박수를 쳐준다거나 구호에 맞춰 경적을 울리는 풍경은 3년 전 광우병 촛불 시위가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가두시위가 언제나 잘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된 이후 집회가 ‘야당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주최측은 가두시위를 최소화하는 듯 보였다. 무대의 주인공은 정치인이 되었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내년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외쳤다.

어쩌면 소위 ‘선거심판론’은 운동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10일 ‘점령하라’ 2차 국제공동행동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안또니오 그람시를 인용해 말했던 것처럼, 위기란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 것이 아직 탄생하지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과 같은 낡은 세력이 죽어간다고 해서 야당들이 자동으로 새 세력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의원 절반이 한미 FTA 비준에 타협한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를 위한 등원을 이야기하면서 죽어가는 낡은 세력과 손잡으려고 한다. 소위 ‘친노’세력의 대표 주자 문재인은 한미 FTA 반대 “논리는 과장된 것”이라며 벌써부터 그들의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그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국민참여당과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면서 민주노동당은 제2의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길을 버렸다.

다행히 지난주에 이어 서울 시내를 휘저은 위력적인 가두시위로 인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정리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오늘 거리시위를 통해 가슴이 뻥 뚫렸다”면서도 정말로 한미 FTA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정말 쉽지는 않겠지만, 1996년 노동법 날치기 때 이 명동성당 앞을 가득 채운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청소년은 “내년 선거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우리가 지는 것”이라고 말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미 FTA 날치기 통과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내년 선거에서 낡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지금 한미 FTA 무효 투쟁은 단순히 선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1퍼센트’를 위한 낡은 세력을 심판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99퍼센트’를 대리할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한미 FTA를 폐기하도록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쳐야 한다. 뿐만이 아니라 의료 영리화, ‘건보 쪼개기’와 같이 각자의 아젠다를 녹여내야 한다. 앞으로 건치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채민석(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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