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2005년 첫 산행과 야생화,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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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2005년 첫 산행과 야생화, 복수초
  • 이충엽
  • 승인 2005.02.28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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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초
따르릉, 따르릉, 전화 벨이 울리고 후배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산 생명의 숲 인터넷 사이트에 울산근교에서 찍은 복수초 사진이 올라 왔다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야생화 소식이던가! 드디어 출사의 날이 밝아온 것이다. 올 한해를 시작하고도 의욕없이 지내던 내 머리에 드디어 환한 서광이 비추기 시작하며, 온몸이 활기로 가득했다.

그날은 바로 2월 20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이사로 바쁜 집은 내팽개치고-사실 마누라에게 윤허 얻느라 고생께나 했지만- 딱 2시간 반을 야생화 출조 시간으로 얻어 내었기에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실상 이사야 포장이사 하니까 아침 일찍 이사짐센타 사람들에게 대략의 설명을 해 두어 약간은 안심이 되기는 했다.

▲ 언 땅을 박차고 나오는 복수초의 힘을 보라
일요일 아침 9:30분 후배는 어김없이 나타났고, 우리는 내 애마를 타고 열심히 달려 산넘고 물건너 야생화가 피었으리라 확신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물론 도중에 혹시 꽃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슴 졸이는 마음을 안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초봄의 산속은 아직 풀들이나 나무들이 자라지 않은 상태라 무언가를 찾는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 워낙 작은 꽃들을 찾으려 부엽토가 쌓인 경사지, 냇가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잘못하면 우리가 발견하고자 하는 꽃들을 놓치고 발로 밟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눈을 부라리며 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한걸음, 두걸음 우리는 졸이는 속을 억누르며 우리가 찾는 꽃-복수초-을 찾아 계곡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벌써 10시 반이 넘고 있었고, 해는 경사진 곳곳을 비추며 우리의 출사를 반기는 것 같았다. 철퍼덕 물에 빠지기도 하고 덩굴에 옷이 걸리기도 하면서 목표지점에 도착했나, 두리번 두리번 몇번을 살피니 드디어 노란 꽃 복수초가 우리를 반가이 마주보며 싱긋이 웃고 있는게 아닌가!

▲ 쌍둥이처럼 같이 열심히 하늘 향해 오르는 모습
여기 저기 요기 조기 정말 제대로 피면 군락도 이런 군락지는 보기 힘들 거라며, 우리는 산비탈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디지털카메라에 복수초을 담느라 혼이 나가 버렸다. 이 꽃 찍는 게 가히 장난이 아니다. 누워 찍고, 세워 찍고, 앉아 찍고 다양한 폼에 옷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어릴 적 겨울이면 나무 스케이트를 탄다고 옷이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가면 어머니께 혼난 기억이 아련한데, 나이가 40이 넘어 야생화에 미쳐 옷버리고 가면, 마누라는 기가 차서 처음엔 화를 버럭내더니 요즘은 아예 웃고만다. 그렇게 옷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1시간 반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여기 꽃이 좋은데 한번 찍어볼래, 저기도 좋은데 한번 찍어 볼래 서로 예쁜 놈 찾느라 분주히 왔다갔다 하다보면 시간은 사정이 없다.

물론 어떤 때는 너무 많이 찍어 디카 메모리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내려 올때의 기분이란 황홀하기까지 하다. 몇장만 건지면 되는데 하고 나를 위로하면서... 돌아와선 카메라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이사 하느라 집은 뒤죽박죽 오후 5시 30분에야 이사가 끝났다고 와 보니 에구머니, 컴퓨터는 왜 연결 안해 놓고 간거야! 포장이사하면 컴퓨터도 다 연결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빛을 받고 피려하는 저 모습 ! 아름다워라
어쨌던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컴퓨터 연결해 놓고, 디카 사진 올리고나서 그중에 잘 찍힌 놈이 있나 살펴보니 얼시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다. 마음이 급해 이리뛰고 저리 뛰느라 자동으로 놓고 찍은 것, 수동으로 찍었는데 잘못 찍힌 것 모조리 마음에 안드는 것 뿐이다.

마음이 급하면 되는 게 없다는 조상님 말씀 열심히 가슴에 새겨본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나? 얼마나 기쁘고 좋은 하루였나! 어쨌던 이렇게 나의 2005년 첫 출사는 싱겁게 끝났지만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출사를 계속 지켜봐 주시길...

참 복수초 얘기해야 되는 거 잊을뻔 했네!(복수초는 작년에 한번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일년 중 제일 먼저 피는 야생화라 다시 한번 글을 올린다)

복수초는 정초에 핀다해서 원단화, 얼음사이에서 핀다고 해 얼음새꽃 등 여러 이름을 가진 이른 봄맞이 꽃이다. 복수초란 이름이 일본학자들이 만든 이름이고, 우리말로 된 이쁜 이름도 많으니 우리말로 이름을 바꾸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은데,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 활짝 핀 모습의 복수초
키는 이른 봄에 날 때 아주 작아 몇cm 안되지만, 다 자라면 10-30cm까지 자라며, 노란색 꽃이 핀다. 유독식물이지만 한방에선 진통제, 강심제, 이뇨제로 이용한다고 한다.

이충엽(울산 하얀이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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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엽 2005-03-03 15:51:51
노력하고 열심히 산을 헤메이다 보니 하나씩 얻게 되더이다.
열심히 산행하시면 더 많이 얻으시라 생각됩니다.
저도 올 한해 더 열심히 산을 헤메 볼까 합니다.

임종철 2005-03-03 11:44:24
남녘에서는 진짜로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는군요. 복수초도 그렇지만 올해는 얼레지를 꼭 봐야할텐데...

이채택 2005-03-02 12:44:00
고생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여유로운날 변산 바람이나 맞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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