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에게도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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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에게도 행운이
  • 문세기
  • 승인 2012.01.06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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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 문세기 편집위원

 

지난 31일 잉글리쉬 프리미리그의 절대 강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하위권 팀에 그것도 홈에서 패배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중앙수비진의 잇단 부상으로 미드필더 들이 중앙을 책임져야 했고, 간판스타 루니가 명령을 어겨 징계성의 엔트리 제외 조치를 받았기에 고전은 예상되었지만, 이런 상황 한두번 겪은 감독과 선수들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 바램과는 달리 충격적인 패배. 3일 간격으로 경기가 계속되는 '박싱데이' 기간 동안에 특히 약팀 상대로 승점 3점이나 내어주다니! 하여튼, 경기가 없었던 1위 맨시티가 승리한다면 승점은 다시 3점차로 벌어지는 상황. 지구 반대쪽에서 맨유와 박지성을 응원하는 팬들이 안타까운 새해를 맞이하는가 했는데, 하룻만에 상황은 바뀌어 버렸다.

지동원, 91년생의 떠오르는 한국대표팀 스트라이커. 그가 해낸 것이다. 영국 진출 전 벤치만 달굴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 그대로, 리그 중위권 팀인 썬더랜드에서 후반 40분경에나 겨우 모습을 드러내어 공 몇 번 차보기 힘든 안타까운 지경에, 강팀 맨시티의 공세에 찬스 한 번도 만들기 힘든 상황. 몇 초 안남은 경기. 거기다가 슬로우비디오는 오프사이드? 이런 가운데 공은 기어코 골리인 조 하트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지나 그물을 출렁였고, 럭키가이는 남자팬의 키스 세례도 받아야 했다. 이 장면을 TV로 보는 순간, 퍼뜩 떠 오르는 한 남자에 대한 기억.

5년전 그것도 같은 영국 땅에서 비슷하지만 한편 더 좋은 여건, 한 참 물오른 20대 후반의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월드컵도, 병역면제의 행운도 누리지 못했지만, 영국 땅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으러온 그남자 이동국. 후반 막판 2대1로 앞선 상황에서 골기퍼와 맞선 그는 넓은 골대 쪽으로 공을 차지 못하고 기껏해야 십센티 조금 넘는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말았다. 그러고도 그의 불운은 끝나지 않고, 한 번 더 골대를 맞추는 것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들 알다시피 그 뒤의 월드컵에서도 역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불행 릴레이 덕분에 성공적인 K리그 성적에도 불구하고, '비운의 남자'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축구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좋은 성과는 열심히 한 결과라는 말에 공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힘껏 찬 공은 매번 골대를 맞춘 선수도 있고, 반면 단 한 번의 찬스에 골을 넣고, 심판까지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은 것이 단지 실력 때문이었다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에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지만 행운이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것은 축구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지난 연말 치과계에 찾아온 행운은 '1인1의료기관'을 명확히 하는 의료법 개정안. 일반 치의들 생각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일에 동분서주하던 이들이 오히려 통과를 어렵게 봤던 법안이, FTA 날치기 부터, 야권통합, 김정일 사망 등으로 이어진 숨가쁜 정치일정 속에서도 운좋게 통과된 것이다. 소위 말하는 로비로 보자면 우리가 더 유리할 것은 없었지만, 사실상의 영리법인이 활개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인 염원과 왜곡된 치과의료체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치의들의 노력이, 막판 행운과 함께 골인된 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고, 그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한 번 넣어봤던 골은 두번째, 세번째는 조금이라도 쉽지 않겠는가. 참 그리고, 명문 아스날에 합류한 뒤 정규시즌 단 한 번도 그라운드에 서 보지 못한 박주영 선수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문세기(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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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2-01-07 11:06:05
문세기 선생이 그동안 쓴 글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번 글을 꼽겠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에는 잘 안 나오지만 원작 소설에는 축구 얘기가 거의 절반을 차지해요.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재밌었는데^^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할게요. 행운이 팡팡 넘치는 세기의 한 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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