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치과의사 되기' 한발짝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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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치과의사 되기' 한발짝 다가갔다"
  • 신상일,임신묵,정열 기자
  • 승인 2012.01.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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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특성화교육 참관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신상일, 임신묵, 정열 학생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정열, 신상일, 임신묵 학생이 특성화교육의 일환으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를 방문했다. 이들은 1월 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건치의 주요 사업을 소개받고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학생들이 직접 전하는 건치 특성화 교육 체험담이다. (편집자주)

▲ 좌측부터 정열, 신상일, 임신묵 학생
[1월 2일] 오리엔테이션, 첫 만남은 가볍게!

새해의 첫 월요일. 우리 세 명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첫날부터 지각을 하는 바람에 좀 민망했지만 상근자분들과 기자 분들이 친절히 우릴 맞아 주었다.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고 떨렸지만, 간사님 컴퓨터 바탕화면의 ‘나는 꼼수다’ 그림을 보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 아~ 비슷한 사람들이구나!

첫날 일정은 오리엔테이션이다. 직원 분들, 기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고 건치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는지, 과거에 해왔던 일들과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사실 처음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사무실, 적은 수의 직원들 때문에 조금 놀랐는데, 이 적은 인원으로 이렇게 알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 놀랐다. 물론 회원 분들과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원 분들, 멋있으십니다~!!

건치에서 하는 사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틔움과 키움’ 사업이었다. 당장 나도 참여하고 싶지만 내 수중엔 면허증이 없으니…….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이런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사업은 많은 치과의사들이 알고 참여해야 할 텐데. 오히려 최근 건치의 신입 회원 수가 줄고 있는 추세란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치과의사 선배님들! 건치에 가입합시다!!

[1월 3일] 건치 서경지부 회의, 진료 후 야간회의도 거뜬!

건치에 온 둘째 날부터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이 됐다. 심지어 우리가 간다는 것을 회의에 참가하는 회원 분들이 다 알고계신다고 하니 긴장감 급상승! 건치 서경지부 회의는 마포역 근처의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진료가 끝난 후 시작되는 회의라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회원 선생님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 토론회 중 질문 중인 정열 학생
회의의 내용은 지난해 사업 보고와 이번 달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시종일관 유머가 있고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모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회의에 참석해 보니 건치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지역사회의 발전과 진료의 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가까이 다가고자 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 같았다. 이런 목적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위한 틔움과 키움 사업에 적극 펼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진료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셨다.

열띤 회의 끝에는 근처 고깃집에서 뒤풀이가 이어졌다. 편한 분위기 속에 회원 선생님들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면서 선생님들이 따뜻하고 순수한 분들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1월 4일] 의료법 개정 토론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이야기

특성화 교육 셋째 날에는 강남역 근처의 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특별 좌담회에 참석했다. 유X치과 등 피라미드형 네트워크 치과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듣고 TV에서도 접했지만 무엇이 진짜 문제이고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날 좌담회는 바로 이런 점들을 깊게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패널로 나온 치협 정책이사님, 강릉원주대 교수님,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님, 관악구치과의사회 후생이사님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이번 개정의 입장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집중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내친김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토론 후 패널분들과 참관한 치과의사 선배님들과의 뒤풀이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토론 때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치과의사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진료 태도는 무엇인지,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을 수도 있었다. ‘돈 잘 버는’ 치과의사보다는 ‘좋은’ 치과의사가 되라는 한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까지 귀에 맴돈다.

[1월 5일] 영화 식코·하얀정글 관람, 과연 의료에서 우선순위는 뭘까?

‘의료’를 다룬 영화 감상 시간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감상했다.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영화로, 의료가 자본에 점령당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손가락 중지와 검지가 절단됐지만 돈이 없어 그중 한 손가락만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의료보험 거절로 수술도 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거나, 한 평생을 풍족하게 살아오던 노부부가 질병으로 인한 진료비와 약값 때문에 파산을 당하는 모습 등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부에 와 닿았다. 더욱이 영국, 캐나다, 쿠바 등 다른 국가와의 비교해 보여주니 문제점이 더 부각됐다.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고, 국가가 의료보험을 복지로 모두 책임지는 제도를 미화시키며 사보험 제도를 비판한 경향은 있었지만, 현 미국의 문제는 제도적으로 타협과 희생되는 문제를 떠나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는 측면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의도가 정확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였다. 산업화를 통한 의료의 발전, 의료 서비스와 질의 향상,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 그 외의 어떠한 장점들도 돈 때문에 진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한 평생의 인생이 의료비 때문에 순식간에 실패한 인생으로 변해버리는 문제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정부의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 의료인으로써 좀 더 정확히 알고,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월 6일] 회원치과 탐방1 - 너희들에게 진료를 보여주마

이틀 있는 회원치과 방문의 날 중 첫날! 우리는 박미라 선생님이 원장으로 있는 연치과에 방문했다. 박미라 선생님은 며칠 전 서경지부 회의에서도 봤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했다. 도착하니 날씨가 춥다면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주셨다. 커피를 마시며 환자들의 방사선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특성화교육 일정 중 구강보건교육을 하는 모습
선생님이 진료를 하러 간 사이 우리는 준비해간 가운을 입고 병원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병원 한 가운데에 기구를 소독하고 준비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위생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선생님이 진료하는 것을 보던 중 치과위생사분이 잇솔질 교육을 한 시간 이상 하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짧게 끝내곤 하는데 연치과에서는 정확한 잇솔질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었다. 높은 소득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치과의사들이 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면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진료 중간에 박미라 선생님은 “치과의사도 지역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진료를 해주고 지역 주민들과 화합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몇 개의 네트워크 치과들이 대체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월 11일] 회원치과 탐방2 - 초보 원내생 만능 치과의사를 꿈꾸다

두 번째 회원 치과방문 장소는 구로에 위치한 세브란스치과였다. 세브란스 치과 원장인 이주연 선생님은 연세대 선배님이셨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됐다. 이주연 선생님은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개원하신지 오래돼서 그런지 병원 전체가 왠지 여유 있어 보였다. 이주연 선생님은 옵저베이션 중 환자를 보는 술식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쉽게 알려 주셨다.

특이 이주연 선생님은 97년도 개원을 하셨고, 예방치과에서 공부를 하시고 학위를 받으셨으며 개원의로써의 활동 외에도 여러 학교에 강의도 많이 나가고 계셨다. 더욱이 문학 관련 석사학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었으며, 이런 전공을 살려 치과의사 연혁 등을 편찬하신다고도 하셨다. 그래서인지 개원의로써의 모습 외 교수님과 같은 느낌도 받았다.

이날 안타까운 것은 선생님께서 레진 모노머에 알러지가 있으신데 전날 밤부터 알러지 증상이 심해 우리가 방문한 날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다. 몸이 안 좋으심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셨으며, 요즘의 개원 환경, 개원의로써의 지역사회에서의 사명감,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자세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아울러 레진 모노머는 라텍스 장갑을 투과하기 때문에 꼭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회원치과를 방문해보니, 대학 병원 특정 과에서 옵저베이션을 해오고 환자를 이제 막 보기 시작한 초보 원내생의 입장에서는 개원의 선생님들이 만능으로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한편 나도 나중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특히 15년 경력의 치과위생사들이 템포러리를 뚝딱 만드는 걸 보면서 보철 실습시험에서 한 시간 동안 헤매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며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주연 선생님의 말씀처럼 환자를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지역 사회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생겨났다. 멀지 않은 날 우리가 체어에 앉아서 진료에 보람을 느끼며 환자들에게 편안한 진료를 제공할 그 날을 떠올려 본다.

신상일, 임신묵, 정열 학생기자(연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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