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회장은 직선제로…“기회주의적 주장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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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회장은 직선제로…“기회주의적 주장을 규탄한다”
  • 안재현
  • 승인 2012.02.13 13: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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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안재현 논설위원

 

과거 대통령을 간선제로 선출한 때가 있었다. 각 지역에 선거인단을 선출하여 그 선거인단이 체육관에 모여서 대통령 투표를 하였다. 물론 지역의 선거인단은 지역 주민이 뭘 요구하는지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지도 못한다. 그냥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독재자에게 투표를 하는 거수기였을 뿐이었다. 북한의 인민대회 못지않은 선거제도였다.

이 시절에도 국민은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대신 투표해야 한다는 것과 직선제는 국가가 혼란하게 되어 북한에 도발기회를 준다는 논리로 간선제를 옹호하였다, 그 이면에는 국민의 요구 보다는 영구 권력을 향유하려는 목적과 권력에 빌붙어 돈을 벌려던 자들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는 제도였다.

요즘 치협 직선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치과의사가 뭘 알아서 투표할 거냐? ”  “의협을 봐라, 직선제 후 내부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지 않은가?” “ 개별 회원들은 대치 회장 후보를 알지도 못하는 데 뭘 보고 투표하냐?”는 등의 부정적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의견이 많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현행 제도인 대의원제로 대치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잘못되었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사실 이런 제도는 과거 독재 시절 일부 계층의 이익만을 위해 만든 체육관 투표와 다를 바가 없고, 이미 대부분의 전문직 단체는 직선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만든 폐해는 원로들과 중진 치과의사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AGD제도가 대표적)을 만들고, 치과의사의 이해와 국민의 구강보건이 달린 사안에 국가의 눈치를 보면서 정작 신규치과의사들은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지난 해 울산시치과의사회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덴트포트에 설문을 의료한 결과 80%의 치과의사들이 직선제를 압도적으로 찬성하였다. 아이러니하게 대한치과의사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77%가 반대하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현행 대의원제도가 치과의사 일반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명확한 증거이기도 하다. 심지어 대한치과의사회가 직선제에 대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도 꺼리고 있으니 치협은 도대체 시선이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상황이 이러하니 이제 변형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대치 회장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이런 발상의 기본은 치과의사 일반이 직선제를 수용할 만한 자질이 의심된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 그래서 좀 더 현명한 사람을 선거인단으로 선출해서 회장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과거 독재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고급 교육과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고 있는 치과의사들조차도 직선제를 할 만한 자격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어느 계층이 직선제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의 주장은 대의원제를 유지하는 것은 이미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 뭔가 다른 것을 던져서 직선제로 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현재 대의원의 구성으로 볼 때 직선제로 가기 힘드니 차선책으로라도 받아들이면 안 될까? 하는 기회주의적 발상도 섞여 있다.

과거 7,80년대 구시대적 선거문화인 대의원제와 그 아류인 선거인단제를 선호하는 분들의 주장은 너무 궁색하다. 밀실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의견을 듣는 데는 인색하면서, 치과의사회가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다수의 회원들에게 직접 회장을 선출하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한다. 직선제를 하면 각 지역, 학교별 계파 싸움이 생겨 회원 간의 분열이 생길 것이라 한다. 대의원제에서 이미 지연 학연에 얽힌 선거를 해왔으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세상은 빛과 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을 넘어서 스마트폰 시대로, 동시에 수 천명,  수 만명이 동시에 소통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모 정당은 이제 국회의원 후보 선출조차도 중앙당과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한다고 한다. 모바일 시대, SNS를 통한 의사소통의 시대, 과학 혁명이 이루어 낸 새로운 소통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거대한 강물과 같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모바일과 ARS를 통한 선거는 앞으로 각 단체의  일반적인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제도는 대체로 발 빠른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하고 그 효능이 입증되면 주변으로 번져나간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도 인터넷 투표를 통한 중앙대표 선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여기에 모바일 투표까지 더한다면 직선제는 이제 제도적 어려움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치과의사회 지도층이 구시대의 낡은 선거제도를 또 다시 낡은 선거인단제도로 바꾸는 시도를 통해 간선제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것은 기회주의적 시도일 뿐이다. 이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회원의 힘으로 유지되고 회원의 의사로 결정되는 치과의사회가 되기 위해서 진정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때다. 치과의사회는 소수의 이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곳이 아니며 이런 시도가 계속 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결과적으로 아래로부터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치과의사회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대한치과의사회와 대의원들의 현명하고 대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안재현(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울산지부 전 회장, 현대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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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글 2012-02-14 11:59:32
세상의 커다란 흐름을 잘 지적하신듯 합니다. 사사로운 감정과 이익으로 거스를수 없는 큰 변화를 치협의 대의원들이 잘 간파하시길 바랍니다.

의협의 경우 2012-02-13 18:56:48
의협회장은 시끄러운게 이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협회비 사용에 대한 문제로 몇번 논란이 있었죠. 개인적 유용이던가.
치협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투명하게 회원들에게 알려준 적이 한번도 없었지요.
대치의 회계 및 사업에 대한 자료가 전회원에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병재 2012-02-13 16:23:13
우문인것 같지만 치협 회장에게 무슨 이권이 있나요? 그냥 직선제 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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