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삶…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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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삶… 그리고 정치.
  • 김용진
  • 승인 2012.02.21 12: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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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용진 논설위원

 

필자는 1966년 말띠이다. 벌써 만나이로 마흔여섯.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자신의 나이를 셈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오다보니, 늘 마음만은 청춘이건만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능력은 없어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동대표’라는 어울리지 않는 직함을 받게 되고, 그 직함에 맞게 앞에 나가 인사말이라는 것을 해야 할 때가 있어서 스스로도 매우 어색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동기모임은 그런 점에서 편하고 기분이 좋고, 선배들이 주로 있는 학회 모임에서는 어린 축이라서 또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세 번의 이사를 하기는 하였지만, 개원하고 있는 치과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오랜 환자들, 그 분들의 소개로 찾아오는 환자들로 큰 벌이는 못되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40대 중반의 가장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것은 커가는 아이들과 나이 드시는 부모님들이다.

해마다 성장해가는 나를 닮은 아이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이지만,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너무나 일찍 성적경쟁에 아이들을 내모는 교육환경과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교육문제에 내 아이들도 역시 접하고 있고, 고민거리이다. 부부의 대화내용의 가장 많은 부분이 아이의 교육문제이다. 경쟁에 아이들을 내몰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과감하게 외면할 수 없어 어느 정도 따라하게 된다. 생활비의 많은 부분이 사교육비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학업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안쓰럽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 대한 교육방침은 갈팡질팡한다. 아이와의 의견차이, 부부간의 의견차이도 힘들게 한다.

대학입시제도도 왜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아직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욕’이 나온다. 대학에 들어가도 우리들의 대학생활 때처럼 낭만과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니 ‘88만원세대’나 ‘삼포세대’의 부모처지가 바로 내처지가 된 듯하여 사회에 또 한바가지 ‘욕’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책임에서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나이 드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시울부터 축축해진다. 건강하신 편이지만, 노화로 인한 병치레는 매년이시고, 병의 후유증으로 고생도 하신다. 노인인구의 10%정도라는 치매를 앓고 있는 친구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고, 병환으로 돌아가시는 지인들의 부모님의 부고소식을 들을 때마나 부모님께 전화를 괜히 걸어보기도 한다. 건강보험덕분에 과거보다야 병원비 걱정은 많이 덜기는 했지만 간병은 여전히 가족의 부담이고, 노인요양보험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그 지원을 받기는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고령화가 갈 수록 심해지는데, 그에 대비한 대책의 미비함을 직접 느끼기 시작하면서 한국사회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한다.

나름 안정적이고 고소득 계층이라는 40대 치과의사의 삶도 쉽고 편하지만은 않다. 다만, 그 어려움을 내색하기에는 주변에 더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개인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어려움이고 사회가 바뀌어야 해결이 쉬운 종류의 것으로 여겨진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야권단일화니, 공천개혁이니, 비상대책위니, 재벌개혁이니 하면서 선거 이슈가 날마다 신문지상이 등장하고 있다. 거리를 걸을 때마나 예비후보들의 명함을 받고, 큰 건물마다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리고, 가끔은 전화 여론조사가 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곰곰이 그 후보의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사람은 내 고민에 얼마나 공감을 해주고 좋은 해결책을 내 놓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선거가 시작되었어도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생각하길, 이 후보들이 근사한 지역개발공약을 내세우거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 문제, 일자리문제(비정규직축소하고 직장에 따라 임금의 차이를 최소화), 노인복지문제 등 내 고민을 해결해주는 공약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런 문제들에 관한한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잘못 오고 있었고, 확실히 많이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진(건치신문 논설위원,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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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기자 2012-03-08 14:34:39
마흔여섯이라....건세네 공동대표라는 직함이 안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생각해보니 충분히 어울리는 나이가 되셨군요..하긴 내가 벌써 39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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