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53]2013년 체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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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53]2013년 체제 만들기
  • 전민용
  • 승인 2012.02.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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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체제 만들기 백낙청, 창비

 

지금 우리나라는 전환기에 서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학자들뿐 아니라 국민들의 요구 또한 거세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자본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나 월가 점령 시위대까지 세계경제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광범위하다. 우리 사회에 처음 ‘2013년 체제’라는 화두를 던졌고 점점 정교하게 다듬어가고 있는 백낙청 명예교수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하자. 

저자는 87년 체제가 초기의 건설적 동력을 탕진한 채 그 말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하여 2013년 체제를 열어가자고 주장한다.
2013년체제는 1953년 정전체제 성립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공유하는 시대구분을 이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휴전 이후 4.19, 5.16, 5.18민주항쟁, 6월민주항쟁 등은 모두 남한에 국한된 사건이었다. 2000년의 6.15남북공동선언은 남북을 통틀어 ‘6.15시대’라고 말할 소지가 충분하지만 말 그대로 다분히 선언적 의미였다. 실현할 과제를 안겨주었다는 뜻이지, 남북 공히 대다수 주민의 생활이 일거에 바뀐 것은 아니다.

6.15공동선언 이후 우리가 추구해왔고 2005년의 베이징 9.19공동성명과 2007년의 10.4정상선언으로 가시권에 들기 시작한 한반도평화체제를 만드는 일이 2013년 이후의 핵심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분단체제는 양쪽의 기득권층이 상대방을 적대시하면서도 그 적대관계로 인한 긴장과 전쟁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반민주적 특권 유지의 명분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체제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점진적 단계적 통일과정의 진전과 직결되어 있다. 너무 급속하고 전면적인 통일을 추구해도 평화에 위협이 되지만, 통일을 제쳐두고 평화만을 이야기한다고 평화가 달성되지 않는다.

흔히 평화체제의 구성요소로 한국전쟁 당사자들에 의한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 북-일 국교수립을 든다. 또 이들에 선행하거나 수반하는 조건으로 한반도비핵화가 있다. 그런데 이 비핵화라는 난제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경제지원 등이 더해지더라도 남한의 존재 자체가 위협으로 남을 수 있어 쉽게 풀 수 없는 한반도 특유의 사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재통합 과정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국가연합이라는 장치가 마련될 때 비로소 북 정권이 비핵화를 결단할 여건이 그나마 조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최근 복지문제가 2013년 체제의 주요 의제로 쟁점화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분단 현실을 망각한 복지국가론은 왜곡되거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전쟁 위협이 상존하고 이를 빌미로 수구세력이 득세하는 상황에서는 복지에 대한 정치적 동력을 형성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지국가론의 취지가 당장 복지를 전면화하는 것보다 국가모델을 복지국가형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라면 친환경, 성평등, 민주주의 등 다른 가치와 결합된 복지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의 문제나 노동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한반도 평화체제나 복지에 들어가는 엄청난 재원을 위해서도 성장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 나온 창작과비평 봄호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중국의 대두가 동아시아와 세계를 위해 행복한 사태가 되기 위해서도 한국과 한반도의 새 시대가 긴요하다고 본다.  중국의 부상이 현실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승계하거나 대등한 위치로 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와 세계의 공생을 위해서도 한(=한반도연합)-중-일의 협력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남한)-중-일 3국 공조는 현실적이지도 않지만 동남아시아나 여타 국가들의 경계의 대상만 될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정에 대한 혜안을 담은 ‘포용정책 2.0’에 대한 글도 배울 점이 많다. 특히 10.4선언이 국가연합을 표면에 내걸지 않았지만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의 시동을 건 것이라는 판단은 ‘국가연합’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시사를 준다고 본다. 정상회담을 수시로 하기로 했고, 고위급 회담은 총리급으로 경제 회담은 경제부총리로 격상했고, 국방장관 회담 등 여러 회담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 중 2007년 말의 총리 회담을 비롯헤 일부는 실천에 옮겨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희망과대안’,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 등을 통해 연합정치 담론을 만들고 몸소 실천해 온 저자는 이번 총선에서 1:1 구도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절박하게 강조한다. 수구 보수주의자의 수를 최소화하고 중도, 진보 세력이 총집결해는 구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승리 2012’를 만들고, ‘2013년 체제’를 열어 가자고 호소한다.

2013년 체제의 그림을 87년 체제, 분단체제의 극복과 최근 부각되고 있는 복지국가 수립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고 국제 관계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프레임으로 보니 우리 사회경제체제의 가장 핵심 문제인 재벌체제 개혁을 중심 문제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만드는 대부분의 부와 가치가 0.1%도 안 되는 소수의 재벌 일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체제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과 1차분배 영역에서 재벌,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노동 시장 등의 문제의 균형을 잡고, 소득과 임금을 공정하게 상승시켜야 한다. 이것과 상호 보완적인 차원에서 2차 분배 영역인 복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런 사회경제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평화체제의 확립인 남북연합 단계까지 가야 한다.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 탈핵 등 생태,  지속 가능한 성장,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등의 가치 문제를 함께 고려하며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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