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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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반성
  • 소종섭
  • 승인 2012.02.28 11: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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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포토에세이

 

▲ 소종섭 作. Trip to Germany ;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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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여행을 다녀왔다. 그리 낮은 등급이 아니었음에도 호텔은 예전 것에 새 건물을 신축해서 연결한 탓인지 객실 나무문은 삐그덕 거리며 잘 잠기지 조차 않았고, 엘리베이터는 미로 같은 복도 한쪽 구석에 한 가족이 타기에도 좁은 것이었다. 침대 또한 베를린과 뮌헨이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피곤한 몸을 누이기에 편안하고 깨끗했으나 그 이상의 화려함과 편리성의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그리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 거리, 건물들, 그리고 벽들을 통해 전해지는 시간이 압축된 도시가 이야기를 풀어놓는 까닭일 것이다.
역사에 대한 반성과 죽거나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위로가 짧은 여행객에게도 전해지는, 분단과 통일의 지난한 시간을 자신의 과거로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화려한 감동과 변화의 충격을 대신하고 있었다.

베를린 도시 한가운데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관을 상징하는 수 백 개의 직육면체 구조물들이 그 주위를 둘러싼 주택, 빌딩들과 어우러져 그들 삶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맞물려있는지, 또한 미래는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들의 역사적 과오, 정확히 표현하면 그들의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그들의 반성하는 태도에 완전히 반했다.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에 독일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피해로부터 꿋꿋하게 재건하고 있다는 일본에게, 각하 헌정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그 각하의 딸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에게 독일이 던지는 메시지는 심플하다. 반성하라.

나도 일단 반성하면서 시작해야겠다. 포토에세이를 써달라는 기자의 독촉을 네,네 하면서 일년이 훌쩍 지나도록 한편도 올리지 못한 점. 과연 신문사 기자와 식구들을 제외하고 누가 기다리기나 했었는지 모르겠으나 반성하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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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2012-02-28 15:21:02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

김용진 2012-02-28 13:06:56
여기 그 외에 기다린 사람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사진과 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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