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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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의 개념
  • 임종철
  • 승인 2012.03.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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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 임종철 편집위원

 

그렇게 기록적이지는 않았지만 늦게까지 계속되던 지난겨울의 추위도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쪽으로 분류되는 우리 동네도 드러난 땅마다 파란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텃밭의 시금치는 이미 모양을 제법 갖추었다. 남녘에는 이미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뉴스 화면에 보이는 먼 제주에는 유채꽃이 벌써 피어나고 있다.
유채꽃이 피어난 제주가 요새 뉴스에 부쩍 많이 보인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시끄러운 소식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바위를 깨부수고 바다를 막아 커다란 포구를 만들어 군함과 덤으로 유람선을 세울 항구를 만든다고 한다. 제주해협의 물동량과 점점 커가는 중국의 위협등을 고려할 때 안보상 필요하다고 한다. 하와이 미해군기지처럼 관광명소가 되고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유혹한다. 물론 이 공사가 잃어버린 지난 10년 동안에 시작되었다는 핑계도 빼놓지 않는다.

글쎄, 과연 그럴까. 아울러 까마귀쪽나무(구럼비나무)나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안산암으로 덮인 구럼비바위와 그곳에 샘솟는 할망물과 그를 둘러싼 마을문화 등이 진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귀중하고 이 땅 그 무엇보다 더 결사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것들인지도 확신은 안 선다.

하지만 지난 경험에서 이 공사를 강행하는 이들이 홍수피해를 막는다고 강물을 파헤치고 댐같은 보를 만들어-이 준설과 보 공사에 8조가 들었다 한다- 물줄기를 막아놓고선 정작 그후 강바닥이 수십미터나 파이자 홍수 탓을 하는 그들이라는 사실 정도는 안다.
이런 커다란 공사를 벌이는 그 고귀한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로인해 잃게 되는 사소한 것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것들이 거대한 항구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졌었다고 아쉬워하는 때가 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밀어붙여!’서 내딛는 발걸음이 진정 우리를 진보하게 할까.

낸시랭이 "낸시는 무식해서 해군기지와 구럼비 중 뭐가 더 중요한지 알지 못해요. 하지만 이거 하난 알고 있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걸. 그리고 잃어버린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걸. 우리나라가 자신의 자연과 문화를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나라라면 다른나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진중권이 무개념의 개념이라고 평했다던가.)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백범의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지금 우리는 개념을 갖고 살고 있는 건가.
새봄이 와도 제주 어느 앞바다 작은 생명들은 봄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삶의 가치가 공식적인 여러 이유들보다 한없이 하찮은 것인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추진할 시간과 여유가 아쉽다.

임종철(김진치과 원장, 건치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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