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의 페루여행기] 차빈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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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의 페루여행기] 차빈 가는 길
  • 박종순
  • 승인 2005.03.08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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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에로꼬차 호수에서 야마(Llama)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차빈 문명을 만나러 가는 길은 하얀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현대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길을 꼬불꼬불 한참을 내려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었다. 와라스를 출발한 투어버스는 리오산타를 따라 와라스 남쪽의 작은 마을들인 오에로스, 레꾸아이 문화를 꽃피었던 레꾸아이, 그리고 까딱을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하얀산맥을 향해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높아지는 고도를 느끼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처음엔 주로 고원의 초원지대였던 것이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은 산들이 차츰 가깝게 보이는 그림처럼 멋진 풍경이었지만, 그 높은 고도에서도 그 척박한 땅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디오의 흔적들 또한 보이고 있었다.

뿌카라쥬(5322m)와 야나마레이(5237m)의 멋진 봉우리가 보이는 해발 3980m에 있는 꾸에로꼬차 호수에서 잠시 쉬어갔다. 하루에 관광객 몇 명 지나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는데도 돈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처롭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를 원주민을 비롯해 몇몇은 어쩌다 가끔씩 오는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해 그렇게 춥고 세찬 바람 부는 호숫가를 지키고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길은 한층 더 나빠져 살벌하게 가빠른 길을 구불구불 한없이 올라갔다. 페루의 안데스지역 도로들 사정은 대개 이처럼 포장되지 않은 길이다. 보기에 아찔할 정도로 절벽에 걸쳐있는 듯하며 급경사와 급커브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고,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로 비좁기까지 해서 처음엔 상당히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나중에는 갈수록 익숙해져 오히려 스릴을 즐기는 느낌까지 들었다.

바로 인접하고 있는 볼리비아의 안데스 고산지대에는 1995년 한해에만 무려 26대의 차량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 후 미주개발은행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라 명명한 융가스 도로라는 길이 있다한다.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출발해 안데스 산맥 동쪽에 위치한 융가스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로 64km에 지나지 않지만, 해발고도 1000m에서 4600m사이로 무려 3600m나 오르내리는 급경사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차가 구르며 한 번에 많기로는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유명해져서 직접 경험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심지어는 산악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찾기도 한단다.

하지만 버스 안 풍경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리마에서 왔다는 가족과 가장 뒷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수시로 ‘마미 빵’을 외쳐대던 아들과 그 누나 그리고 엄마는 버스에서 나오는 노래를 계속 따라 부르며 신나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그 아들 녀석은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가이드 설명이 이어지고 있는 사이에도 ‘뮤지카 뮤지카’를 역시 외쳐대며 음악을 틀어달라 했다.

투어버스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많았다. 현지에 살고 있는 중국인과 일본인 커플도 있었고, 페루인 일본인 커플,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페루인들 또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 페루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음악을 즐기는 듯했다. 나중에 돌아올 때는 깜깜한 밤중이었는데, 버스 안은 노래를 따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율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도중에 그 아이에게 그 버스에서 나왔던 가수들을 물어 역시 쿠스코와 리마에서 CD를 사왔는데, 역시 폴클로레(안데스 전통 민속음악) 리듬과 악기에 대개 사랑이야기가 가사인 듯한 좀 현대화한 유행가들이었다.

계속 오르던 길은 해발 4700m 정도의 토카시 터널을 지나며 하얀산맥을 완전히 넘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개 페루의 터널은 버스 한 대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좁은데다 그냥 뾰쪽뾰쪽한 바위  다 보이고, 조명도 없는 꽤나 삭막한 모습이다. 터널을 지나며 바로 길가에는 위험한 길을 지켜달라는 의미인지 커다란 하얀 그리스도 상이 있었다. 

하얀산맥 동쪽으로 차빈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었다. 산꼭대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갈색과 녹색들의 얼룩을 그리고 있는 다랑이 농지들. 계속 이어지는 산마다 끊임없이 이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어우러짐이겠지만, 그만큼 척박한 곳을 살아가는 아픔이기도 할 것이다. 그 산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 빠착을 지나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해발 3175m 차빈 문명의 발원지 차빈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도 고대로부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며칠씩 그 아름다운 길을 걸어 차빈신전에 신을 경배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찾았을 것이다. 차빈은 참 작은 마을이었다. 점심시간 잠깐 둘러본 정도였지만 아이들의 줄넘기 놀이라든지 걸어 다니며 실을 잦는 모습 등 정겨운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차빈투어버스에서 들었던 노래 중 그 나라 사람들에 인기가 가장 좋다는 맥스 카스트로의 노래하나를 들어 본다. 다분히 감상적인 목소리에 좀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곡들인데 그 지방 사람들은 정말 좋아했다. Max Castro에 Para Ti라는 앨범 중 huaynos norteños를 골라봤다.

박종순(서울 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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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2005-03-09 16:43:17
전 계속 모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워낙 많아서 아직 빠진 것들이 너무도 많지만 차근차근 모아가고 있네요..작년엔 일본 공연에 다녀 왔었습니다. 요즘은 전적으로 트리오로만 활동을 하니 역시 트리오공연이었구요.. 저도 솔로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퀼른 콘서트.. 처음 들어본 그의 음악이었는데 그 때의 감흥은 잊지 못할 것 같네요..전 주로 ECM 계열의 아티시트들 좋아하는 편입니다. 골수 ECM팬은 아니더라도요..^^

Keith 2005-03-09 13:43:24
저도 무척 좋아해서

한 때는 그의 음반을 다 모아볼까도 생각했답니다.

사놓고 듣지 않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만...

화나는 일 있거나 하면

쾰른 콘서트나, 토쿄 앙코르 같은 레퍼토리로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최근의 트리오 작업들은 좀 부담스럽게 들어야 되서 자주 듣진 않습니다. ^^*

박종순 2005-03-09 08:50:53
애호가는 아니구요^^.. 쓰고 있는 것 중에 쿼드 앰프가 있어서.. 66과606그리고 44-405..선생님 keith는 Keith Jarrett에 Keith가 맞나요?^^ 제가 젤 좋아하는 아티스트라서^^

Keith 2005-03-08 21:33:54
파란닷컴 아이디가 quad66이시네...

저는 44 + 405-2를 소유했던 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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