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더글러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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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더글러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 채민석
  • 승인 2012.03.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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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토미 더글러스 전기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듯 또 알려지지 않은, 캐나다 무상의료의 아버지 토미 더글러스의 전기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가 출판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토미 더글러스가 영화 <식코>에서 나온 것처럼 캐나다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캐나다에 가장 먼저 무상의료를 도입한 진보적 정치인 정도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서 사회 변혁의 의지를 다지고, 나아가 무상의료를 도입한 토미 더글러스의 일대기를 통해, 경제위기와 역동적인 정치적 공간 속에서 무상의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현재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미 더글러스는 어렸을 때부터의 개인적, 사회적 경험을 통해 의료 개혁에 대한 신념을 키워나갔고, 1944년 서스캐처원주의 주지사가 된 후에는 보건부의 업무를 직접 맡을 정도로 무상의료를 도입하는 데 헌신적이었다. 1947년, 무상 입원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62년에는 의사들의 파업을 물리치고 마침내 주 전체에 메디케어를 실행했다.

비록 이후 선거에서 토미 더글러스의 신민당은 패배했지만 그 뒤를 이어 집권한 자유당마저 토미 더글러스의 업적을 되돌리지는 못했고, 오히려 연방정부는 1967년 모든 주에 메디케어를 도입하기 위한 재정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메디케어를 지지한 서스캐처원 주민들과 캐나다 국민들의 지지와 더불어, 토미가 의사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작년에 오세훈을 비롯한 우파들이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확대 요구에 왜 그토록 저항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작은 복지 확대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권리의식의 신장을 부여하며, 이는 또 다른 요구와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작은 개혁 조치라고 할지라도 굳건한 신념의 지도자와 더불어, 기득권층의 조직적인 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 대중적인 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토미 더글러스 이후 캐나다 메디케어의 궤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캐나다의 메디케어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더불어 NAFTA로 인해 공격을 받고, 후퇴를 거듭했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우석균 ‘건강과대안’ 부대표에 따르면 “NAFTA를 맺을 당시 보수당은 NAFTA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예외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 아닌가?

한미 FTA는 안 그래도 부족한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성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절망할 일은 아니다. 지금의 복지확대 요구를 좀 더 집중력 있게 모아내고 선거에서 진보 정당이 선전한다면, 더 중요하게는 의료를 상품화하려는 시도에 맞서 광범한 투쟁을 건설한다면, 여전히 지금과는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 이것이 토미 더글러스가 2012년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일 것이다.

채민석(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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