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돈벌기 꼼수 ‘진단치아보험’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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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돈벌기 꼼수 ‘진단치아보험’ 출시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2.03.16 03:1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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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가입자 선택·개인 구강건강정보 수집…치과진료 특성상 검진등록 치과 환자유인 소지도

 

지난 2008년 라이나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이 처음으로 치아보험을 출시, 치아민간보험 시대가 열린 이래 여러 생명 및 손해보험사들이 치아민간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기존 치아보험들은 ‘무(無)진단 치아보험’에 머물렀으나, 지난달에는 동부화재보험(이하 동부)과 그린손해보험(이하 그린)이 각각 ‘진단’ 치아보험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 치과진료를 전제로 한 민영보험사들의 이윤추구가 노골화되고 있다.

사전 구강검진 받으면 ‘획기적 혜택’(?)

기존의 치아보험은 모두 ‘무진단’ 상품이었고, 보장도 보철치료만 하거나, 보존치료만 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동부와 그린이 선보인 치아보험은 보철과 보존치료 모두를 보장할 뿐 아니라 ‘진단 치아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가입 즉시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등 ‘무진단 치아보험’의 한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 항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예로 그린이 지난달 10일부터 판매를 개시한 ‘이가튼튼 치아보험’을 살펴보면, 15세부터 최고 5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최대 60세까지(3년 갱신) 보장이 가능하다.

가입 즉시 임플란트, 브릿지, 크라운, 영구치 발거 등을 연간 무제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고, 틀니의 경우 질병보장에 대해서만 연간 보철물 1개 한도로 보장된다.

▲ 동부화재 스마트 치아건강보험 홍보광고
동부가 출시한 상품의 경우 임플란트는 연간 3개한도 100만원씩, 브릿지는 연간 3개한도 50만원씩, 틀니는 연간 1회 100만원 크라운치료는 연간 3개한도 10만원씩, 충전치료는 아말감․글세스아이노머는 1만원, 기타 레진 등은 5만원이며 개수는 제한이 없다. 각 보험상품별 보장범위는 아래 그림과 같다.

▲ 진단치아보험 상품별 보장범위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이나와 에이스는 총 1백만건 이상의 보험상품을 판매했고, 현재 치아보험 가입자 수도 전체 국민의 12%인 200만 명에 이른다”면서 “또한 2010년 치과 내원 환자수가 1,620만 명에 이르는 등 치아보험은 풍부한 시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진단 치아보험’은 출시 이후 3~4년이 지나며 ‘보험금 부당지급’ 등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보험금 부당지급으로 보험사의 대구모 손실이 발생하고, 보험금 지급 분쟁 및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가입자 입장에서도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고, 가입초기 보험금 불지급 등 보상기간이 제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며 ‘진단 치아보험’ 출시 배경을 밝혔다.

보험사 이윤 극대화 위한 도구일 뿐’

그러나 무진단 치아보험의 폐해를 극복하고 보장제한 등 가입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출시됐다는 보험사들의 포장과는 달리, ‘진단 치아보험’은 사실상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리스크를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꼼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

동부화재 한 PA는 “15년동안 3~4만원의 보험료만 내면 60세까지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진단치아보험을 신청해도 구강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야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청자의 거의 99%는 가입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단과 무진단 2개의 치아보험이 있는데, 진단을 신청했다가 구강건강 상태가 문제가 있다는 결론으로 가입이 거부되면, 무진단도 가입할 수가 없다”면서 “때문에 자신의 구강건강 상태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무진단으로 신청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충치가 심하지 않고 조금만 있거나 양호한 편이라도 안되냐”는 질문에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가입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돈이 많이 드는 치과치료 때문에 고민하는 국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보험상품이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사전에 미리 구강검진을 받게함으로써 가입시켜줄지 여부, 즉 선택권을 보험사 자신이 갖겠다는 것이다.

▲ 그린손해보험 이가튼튼치아보험 홍보광고
그러나 이러한 ‘진단’ 보험상품이 법적으로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민간의료보험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김창호 박사는 “진단 보험상품은 이미 종신보험, 암보험 등에서 도입된 지 오래됐고, 때문에 치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가입자가 사전에 동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진단보험상품 ‘치과 적용’ 합당한가?

보험이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해와 질병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즉, 지금은 건강하지만 나중에 병에 걸릴지 모르니 미래 대비해두는 의미가 큰 것이다.

그러나 진단보험을 치과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강건강 상태는 사전 진단했을 때 나오는 결과를 암이나 종신보험 등의 결과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폐암이나 간암에 대한 진단 보험상품을 살펴보자. 검진을 받았는데 증상이 있다면 당연히 가입이 불가할 것이다. 물론 증상이 없어 가입승인이 되더라도 연령을 떠나서 흡연이나 음주 여부, 수치, 유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보험료 등에 차등이 주어질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암 증상이 있다는 검진결과가 나올 확률은 낮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치아건강은 충치여부, 치주상태 등을 종합해 보면 검진 결과 증상이 거의 없는 양호 상태가 나오기는 하늘에 별따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을 비롯해 정부에서 실시한 제반 조사 결과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먼저 공단이 발행하는 전년도 다빈도 외래진료 상병명을 살펴보면, 매년 치은영, 치아우식증 등 3대 치과질환이 상위 10위권에 항상 포진돼 있다.

또한 공단이 매년 발행하고 있는 건강검진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전체 성인 구강검진 수검자 중 '치아와 입안이 건강함'이라는 소견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단 홍보실 관계자는 "2010년 건강검진통계연보 구강검진 종합소견 결과, 전체 410만6천5백3명 중 건강 소견을 받은 인원은 111만5천53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 김진범 교수
더구나 연보에 나타난 수검자에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40대 이하 전업주부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우리나라 성인 중 구강건강이 양호하다는 소견을 받는 비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0년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영구치우식경험자율은 8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0년 조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치료되지 않은 충치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인 ‘영구치우식유병률’은 ▲35~44세 35.7% ▲45~54세 30.5% ▲55~64세 29.1% 등이다.

보건복지부 구강보건사업지원단장인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의학교실 김진범 교수는 “2010년 영양조사 영구치우식유병률은 치아가 빠져있는 사람의 수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즉, 우식경험자율과 우식유병률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20대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은 충치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0년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전혀 없는 사람의 비율은 ▲35~44세 21.8% ▲45~54세 13.2% ▲55~64세 9.9% ▲65~74세 1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성인의 80% 이상이 치주질환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김진범 교수는 “우리나라 구강건강 수준은 국제적 기준인 12세 아동 치아우식경험자율이 2.0 이상으로 아직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면서 “결론적으로 구강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소견을 얻을 수 있는 성인은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치과 특성 고려한 제도적 보완 필요

이상에서와 같이 ‘진단 치아민영보험’은 ▲우리나라 구강건강 수준 ▲치과질환 발병율의 특성 ▲극히 낮은 국가건보 보장성 등을 감안했을 때, 암보험 등과 같은 민영의료보험 형태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현재 출시된 진단치아보험의 홍보에, 기존 암보험 홍보에 사용됐던 프래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민영의료보험 폐해를 가장 꿰뚫고 있는 권위자라는 한국소비자원 김창호 박사조차 “법적으론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니, 치과계는 갑갑할 따름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도 진단치아보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치협 관계자는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국민만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심각한 것은 개인의 구강건강정보가 아무런 여과 없이 민영보험사에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진단치아보험에 가입신청을 해도 최종 승인은 10%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신청자의 90%는 가입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고 자신의 구강건강정보를 고스란히 민영보험사에 넘겨준 꼴이 된다.

더더욱 문제는 진단치아보험을 출시한 동부와 그린 모두 신청자의 구강건강정보 수집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클레임아토즈’(대표 정진철 이하 크레임)라는 중개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키로 한 것이다.

두 보험사와 클레임간 계약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약 여타 민영보험사와도 개인건강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개인정보유출 등의 위험성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 개원질서 악영향 가능성도

한편, 동부와 그린 두 보험사와 진단치아보험 가입신청자의 구강검진 결과 수집업무를 수행키로 한 클레임 측이 (주)오스템임플란트(이하 오스템)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강검진 지정치과 확보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클레임아토즈 정진철 대표
클레임과 오스템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오스템의 치과보험청구 프로그램인 ‘두번에/하나로’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치과를 대상으로 구강검진프로그램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오스템의 치과보험청구 프로그램인 ‘두번에/하나로’를 사용하고 있는 치과는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클레임 측은 각각의 치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지난 2월 12일 현재 진단치아보험 구강검진에 참가키로 한 치과는 약 1,400여 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레임 정진철 대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산 인프라를 필수로 갖춰야 한다”면서 “오스템의 보험청구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치과가 많아 1차적으로 업무제휴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향후 협력치과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며, 앤드컴 등 타 보험청구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치과와도 검진지정치과 계약을 확대해 전국적인 치아검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두 보험사의 사전 구강검진 비용은 파노라마 촬영을 포함해 1만5천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대표는 “치아보험 가입 증대로 치아검진이 활성화되고, 치아질환 조기 발견 및 상기치료가 가능해지며, 국민 구강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치과도 구강검진 환자가 증가하면서 치과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클래임 측의 이러한 입장과는 달리 치과계에서는 자칫 (검진 지정과 미지정) 치과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개원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 치협에서도 클레임 측에 이러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레임 정 대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러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검진지정치과도 지속적으로 늘려가겠지만, 검진은 검진일 뿐 실제 치과치료는 보험가입자가 어느 치과든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만여 곳에 이르는 오스템 보험청구프로그램 사용 치과 중 지정치과를 희망한 곳이 불과 1,400여 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향후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치과치료의 특성상 처음 검진을 받은 치과가 아닌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환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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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기 2012-03-16 16:56:51
가 아무런 금전적 수익없이 이런일을 할리 만무하고 환자 한명당 얼마씩의 알선 수수료 보험사로 부터 받고 치과의원은 통상적인 진료비보다 싼금액으로 검진을 하고 검진료는 클레이 아토즈에게 받고 환자는 보험사로 보험료를 내고 하는 순환구조의 유인알선행위로 판단됩니다.

임종철 2012-03-16 11:20:43
자본의 힘은 의료민영화라는 명목으로 각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듯 싶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거대한 시스템에 얽어맨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전양호 2012-03-16 10:30:31
내 개인질병정보가 병원과 보험사도 아닌 중개업자에게까지 제공되는 것은 좀 그러네요...

전양호 2012-03-16 10:30:20
내 개인질병정보가 병원과 보험사도 아닌 중개업자에게까지 제공되는 것은 좀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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