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의 그럼에도 동네치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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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치의 그럼에도 동네치과 꿈꾼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2.03.26 0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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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3차 기획 좌담회]새내기 개원의‧페이닥터‧공보의 등 젊은 치의 목소리 담아…“소통‧상생 원한다”

 

연이은 치과계의 불황으로 매해 700명씩 쏟아지는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불안한 미래와 막막한 현실 앞에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연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등록금을 치르고도 졸업 후 갈 곳이 없어진 젊은 치의들은 불법네트워크치과의 검은 손짓을 뿌리치지 못하고 난관에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해당 치과에 고용된 치과의사들에 대한 가차 없는 신상털기와 고소고발은 그 대상이 어린 후배들이라고 비켜가지 않았고, 젊은 치의들로 구성된 직능단체들은 ‘불법네트워크치과 취업 거부’를 선언하기에 일렀지만 여전히 피라미드형 네트워크 치과로 흘러가고 있는 안타까운 발길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성세대들의 노력이 정작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난관에 처한 젊은 치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그 문제점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16일 제3차 기획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상적인 개원 환경 조성 ▲페이닥터 처우 개선 ▲피라미드형 치과의 폐해 및 대응책 ▲치대생 및 공보의 고충 해결 ▲기성세대와의 소통 강화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흔들리는 젊은 치의들의 미래 누가 보장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본지 전양호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 송찬호 회장, 아트만치과 박준현 원장, 푸른치과 정유란 선생님이 패널로 참석해 열띈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3차 건치신문 기획좌담회>

흔들리는 젊은 치의 미래, 누가 보장하나

■일시:2012년 3월 16일 오후 8시
■장소:서울 강남역 부근 ‘공간더하기’

■사회:건치신문 전양호 편집국장
■패널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 송찬호 회장
-아트만치과 박준현 원장
-푸른치과 정유란 선생님
■정리:윤은미 기자, 박은아 기자(사진)

▲ 16일 건치신문 제3차 기획토론회 
전양호(이하 전):우선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젊은 치과의사들의 고충이 많습니다. 개원환경이나 졸업 후 진로 문제, 치협 및 구회와의 소통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은 많은데 기성세대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어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요즘 개원가의 상황이 힘든 건 사실입니다. 젊은 치과의사들과 기성세대가 느끼는 바와 입장도 각자 다를 것입니다. 젊은 개원의를 대표해 참석하신 박준현 원장님의 말씀을 우선 들어보겠습니다. 불법네트워크 문제에 대한 홍보 등 온라인 공간에서 블로그를 통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활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팍팍한 개원가 “유석룡 택한 속사정 누가 돌 던지랴”

박준현(이하 박): 치과계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하던 중에 우연히 지식인에 작성했던 덧글에 유디 알바가 끼어들면서 싸움이 일어난 게 시작이었다.

▲ 아트만치과 박준현 원장
4~5년 전에 친구가 운영하던 치과를 대신 맡아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미 불법네트워크 치과 형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치위생사가 먼저 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했었다. 치위생사가 낸 견적대로 진료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고, 위탁받아 운영하는 치과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치위생사를 해고했었다.

그때부터 치과 운영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얻은 결론은 불법네트워크 치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직원이 진단을 한다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지역적인 특성으로 뜨내기 환자들도 많고, 유동 속도도 빨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가 더욱 어려운 편이다. 그런 환경들이 얽혀서 오늘날 불법네트워크 사태가 초래됐다고 본다.

우리 병원이 올해 개원 4년차인데 작년 기준으로 병원 운영 이익이 연 5천 4백만원이었다. 그 이전에는 평균 3천 7백만원 정도가 순이익이었다. 치과 개원하는데 2억 정도 대출을 했다면, 이런 병원 운영 상태로는 유지도 힘들다. 아직 개원 문턱도 밟지 않은 예비 치과의사들에게는 ‘설마’하는 충격일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전: 젊은 치과의사들이 개원하는데 있어 이미 수십 년째 병원을 운영 중인 기성세대와의 경쟁 문제 등에 대한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요. 덤핑 근절이나 까다로운 광고 규정이 어쩌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지.

정유란(이하 정): 최근에 치전원 출신인 개원의 한 분을 만나 인터뷰를 해봤다. 그분은 치전원을 다니면서 빚을 상당히 많이 졌다. 등록금은 물론이고, 교합기 등 준비물, 자취 비용까지 모두 해서 총 1억원 가까이 빚을 졌다.

그런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 진료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보수나 근무 조건은 터무니없었다고 한다. 결국 3개월 정도 이름난 피라미드형 네트워크에서 일을 하게 됐다.

사실 그분은 아직 치과계 물정에 어두운 분이었다.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자신의 이름이 치과계 여러 사이트에서 거론되는 걸 보고는 그만뒀고, 어쩔 수 없이 개원하게 됐다.

지금 그분은 분회나 지회 활동을 일절 안하고 있다. 그분은 “같은 치과의사들에게 동료의식을 느끼기 힘들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젊은 치과의사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어느 분은 지난해 11월 말에 개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협회로부터 일년치 회비를 몽땅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융통성 없는 시스템으로 가뜩이나 힘든 개원환경에서 젊은 치의들이 두 번 애를 먹는 부분이다.

결론은 협회를 비롯한 구회들이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회원이 회비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입회비는 상당히 고가이다. 페이닥터를 한 달 안에 관둘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됐을지라도 이미 납부한 입회비를 돌려주지도 않는다.

60만원쯤 되는 입회비를 내고나면, 경조사 명목으로 반회비도 따로 내야 한다. 구회에 가입해야 협회에도 가입할 수 있고,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홈페이지도 다 막혀있다. 보수교육 일정 등 정보를 볼 수도 없다.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치과계는 늘 닫혀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전: 치과계의 극단적인 영리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해결책으로 구회나 반회 활성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젊은 치과의사들의 참여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 푸른치과 정유란 선생님
페이닥터 주류 시대 온다…전담위 구성할 때

페이닥터들만의 고충도 많을 걸로 압니다. 심지어 월급을 떼이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오죽하면 치위생사를 고용하느니 페이닥터를 쓰겠단 말까지 나오는 실정인데요. 페이닥터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생각해둔 해결책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정: 최근 대여치가 소식지를 통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 후 진로 방향을 묻는 질문에 예비 여자치과의사의 41%인 85명이 수련의를 선택했다. 그 뒤로 개원의 및 봉직의가 35%, 보건행정직 5%를 차지했고, 무려 18%에 달하는 38명은 아직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덴트포토가 같은 주제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정규 공무원으로 근무할 의사가 있다는 예비 치과의사가 38%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구직난으로 얼마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후배들 중에는 무급 계약직으로 치과를 다니는 분들도 있다. 심지어 보건소에서도 계약직으로 치과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월급을 적게 주기 위해 편법적으로 업무대행 치과의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봤다. 메뚜기 치과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권유하는 원장들도 많다.

예전 같으면 페이닥터가 언젠간 개원할 것이라고들 얘기했지만, 이제 그렇지도 않다. 페이닥터가 개원의와 마찬가지로 치과계의 한 주류를 이루는 날이 오고 있다. 여자치과의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예전처럼 치과를 차린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절도 다갔다. 페이닥터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페이닥터를 위한 전담부서가 협회 내에 구성돼야 한다. 페이닥터 중에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배생책임보험은 들지 않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진료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어디까지 질 것인지 세부적인 부분들을 분명히 해야 하고, 근로계약서 상에 꼭 명시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협회가 내부에 페이닥터고충처리전담위원회를 구성하고, 페이닥터 입회비 차등 제도를 적용해 젊은 치과의사들에게도 소속감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젊은 치의들도 “대세는 직선제” 한목소리

전: 공중보건의들도 복무가 끝나면 맞닥뜨릴 문제들인데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 지금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공보의 특별법, 진료비 인상, 처우 개선 등 주요 현안과 함께 대공협이 하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대공협 송찬호 회장
송찬호(이하 송): 최근 몇 년간 대공협이 하는 일이 많이 늘었다.
우선 공보의 특별법 제정을 가장 중점적인 현안으로 삼아 매진하고 있고, 대의원 배정 문제는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공보의에 당연직 이사직을 배정받아 치협 행정에 젊은 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고려중이다.

치협 군무위원회와 자주 접촉하며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 중이다. 근무지역 정원 배정 문제라던가, 환자 민원 문제 해결에도 대공협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나 담당 변호사와 의논해 처리하고 있고, 친목도모를 위한 체육대회나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개원박람회도 연례행사로 대공협이 주최하고 있다.

전: 대의원 제도나 협회장 선거 방식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젊은 치의들의 의견이 많은데, 대공협의 입장을 말씀해주시죠.

송: 얼마 전 경기도치과의사회 공청회에서도 두 시간 넘게 토론을 하면서도 결론이 날 수 없었던 이유는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현직 대의원들은 치과계에서 성공하신 분들이다. 사람들 심리가 다 그렇듯이 내가 노력해서 자리를 얻게 되면 그만큼의 권력도 원한다. 그래서 현행 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꼭 대의원 제도가 아니더라고 여성이나 젊은층 치과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의 채널만 마련되면 되는 일이다. 결론은 우리의 의견을 좀 들어달라는 것이다. 어떤 제도로든 치과계 소수 계층의 의견이 전달되고 수렴되는 체제가 되길 바란다. 협회장 선거방식을 바꾸자는 것도 그 일환이다.

젊은 치과의사의 비율이 전체의 45%쯤 된다. 직선제가 시행된다면 득표를 위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비율인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들도 쏟아질 것이다. 난무하는 공약 100개 중 하나라도 이뤄지더라도 협회장 선거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고작해야 2만명 정도의 인원이 직선제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학교 졸업생별로 파벌이 생겨나 결국은 대의원 제도나 직선제나 다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든다.

결국 직선제가 진정한 정책선거로 시행되려면 선거인단제로 시작해 점차적으로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 끝에 전국의 치과의사들이 협회 일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직선제도 가능할 것이다.

전: 여자치과의사도 다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소외된 부분이 있죠.

정: 대의원 쪽에선 역차별이라 반박할 수도 있지만, 여성 비례할당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치과계 전체의 25%가 여자이다. 현재 기득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가 우선 필요하다.

반대 논리로는 여성들도 회무에 열심히 참여해서 단계적으로 올라오라는 의견이 많은데, 열심히 해서 대의원직에 오르는 것과 전체 회원들의 대의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띄는 것은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의원직은 대표성을 띄는 게 가장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전: 젊은 개원의 입장에서 보기엔 협회장 선거 제도 어떤가요.

박: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치협 말고는 간선제를 하는 데가 없다. 선거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 전양호 본지 편집국장
임상능력도 차후 문제 ‘생존’부터 가르쳐달라

전: 치대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봤으면 하는데요. 한 학기 등록금 1천만원 넘는데 이렇게 비싼 학비를 내면서 6년 내지 8년 공부하고 졸업하죠. 치대 교육과정 속에 이것만은 꼭 개선돼야 한다는 부분이 있으신지 졸업한지 얼마 안된 송찬호 회장과 정유란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송: 교육 커리큘럼에서는 큰 문제점은 없다고 본다. 6년을 배우고 나와도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보철, 임플란트, 신경치료 등 모든 것을 다 6년 안에 배울 순 없고, 치료 기술은 숙련도가 쌓이면서 배태랑이 되는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학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등록금이다. 치대가 타대학에 비해 수업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비쌀 이유가 있는가 싶다. 졸업 후에 안정된 벌이가 보장되는 상황도 아니고, 나 역시 학자금 대출 이자로 매달 이자만 수십만원씩 내고 있다. 교수님들도 장밋빛 인생만 보여주면서 참아라 하시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정: 커리큘럼 자체의 문제를 떠나 치대생들이 너무 세상물정을 모르는 무방비 상태에서 사회로 내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병원 경영에 대한 정보는커녕 고용계약서 한 장 쓰는 법도 모른 채, 4대 보험은 뭘 내야하는지, 주변의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실제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결국은 개원 컨설팅 회사를 찾는다.

치과 경영, 치과보험체계, 관련 법률 상식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압축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 AGD나 전문의 과정, 보수교육 등 졸업 후 교육과정도 있는데 지금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정: AGD는 따로 받지 않았다. 자신만의 커리큘럼이 있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페이닥터들 사이에서는 1년차엔 무슨 세미나를 들어야 한다는 둥의 공식 같은 게 있다.

체계적으로 치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것 같다. 나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말에 강연을 들을 처지도 안 되는데 AGD를 신청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AGD라는 하나의 경로가 아닌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박: 학부과정도 예전 졸업생에 비해 점점 더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지금의 AGD 제도는 도리어 역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환자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환자가 가장 큰 스승이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세미나를 다녀보면 늘 돈 되는 주제에 치중하다보니 중복되는 게 태반이다. 임플란트 강연은 즐비하는데 기초는 없는 것이다.


▲ 패너로 참석한 박준현 원장, 정유란 선생님, 송찬호 회장
각자 소신 지키기! 불법네트워크 자동 소멸될 터

전: 불법네트워크 문제 등 치과계 주요 현안에 대한 젊은 치의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송: 대부분은 공보의들도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나쁘다는 인식 정도는 갖고 있지만, 사실 상 관심이 없는 편이다. 치과계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나중에 개원했을 때 내 옆에 유디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는 정도이다.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문제도 있다. 유디가 제아무리 치과를 만들고 싶어도 치과의사가 없으면 수가 없다. 그곳에 근무하는 다수의 인원이 젊은 치의들이다. 치전원 졸업생들의 경우 나이가 있다보니 가정도 있고, 월 150 정도의 페이닥터 급여로는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네트워크 치과의 월 1천만원 급여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든 실정이다.

대공협 차원에서도 불법네트워크 치과에 취직하지 말자는 홍보도 하고 있고 작년에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문제라는 것이다. 유디가 나쁘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도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애기하자면, 기득권 치과의사들이 2~3개의 치과를 하던 것이 기업적으로 발전한 게 유디가 아니냐는 거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치과계에서도 자정작용이 일어났다.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잘 이어진다면, 이번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도 잘 정착될 걸로 기대한다.

전: 불법네트워크 치과만 몰아내면 과연 우리가 다 같이 평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정유란 선생님이 말씀해주시죠.

정: 1급 골드 인레이와 2급 골드 인레이 진료비 차이가 3만원 정도다. 환자들이 비용차이에 다해 이유를 물어보면 “금이 더 들어서”라고 답한다. 이 대답 자체에서 이미 무너진 우리 마인드를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재료에 집중시키는 이런 마인드 자체가 이미 썩었다.

불법네트워크의 대표적인 문제인 치위생사의 진단 시스템도 비단 유디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유디라는 거대 집단이 등장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한번쯤은 이러한 문제들을 되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는 관점마다 입장도 달라 일반인들은 이번 사태를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점도 사실이라 본다.


‘의사쇼핑’ 더는 안돼!…동네치과 ‘주치의’로 우뚝 서야

전: 그렇다면 앞으로 치과계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이제 대안을 논의해보죠. 신규 개원의가 마음놓고 개원할 수 있는 환경. 동네치과 살리기 대안이 있을까요?

박: 결국은 인력수급이 가장 문제이다. 치대 입학정원부터 줄여야 한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동네치과가 살아남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자긍심을 갖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단합이 잘 돼야 하고, 이번에 유디가 들어서면서 단합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도 생각한다.

동네치과의 주치의 개념을 환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저번에 했던 치과에 가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환자가 의사를 쇼핑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전: 마지막으로 나머지 두 분 선생님의 비젼도 들어보죠.

정: 훗날 공동개원 생각하고 있다. 규모는 체어 6대 정도로 지방에서 개원을 하고 싶다. 병원의 컨셉은 환자와 최대한 밀착된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 직원은 최소한으로 하고, 최대한 많은 부분을 원장이 맡아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송: 치과의사는 늘어나고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니 과거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치과의사로서의 보람과 자부심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치과의사의 삶은 동네치과 원장이 되는 것이다. 내가 20대에 봤던 내 환자가 그 가족들과 같이 내 70대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치과의사가 자기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가능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수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뒷받침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지금 국민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이가 아프면 동네치과로 간다. 요즘 제아무리 유디의 횡포가 심하다 해도 기성세대들이 크게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수십년간 유대관계를 쌓아온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과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고, 개원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수가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가미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 오늘 늦은 시간까지 좌담회에 참석해 솔직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 치의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치과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젊은 치의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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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치과 2012-03-26 14:00:08
좋은 동네치과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보험수가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근관치료나 치주치료를 정확하게 소신것 하는 것으로만 병원이 유지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험진료만으로는 병원의 유지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언제까지 보철과 임플란트등 일반진료로 병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좋은 동네치과를 위해서는 보험진료비의 현실화가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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