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치과보험…치아건강을 책임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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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치과보험…치아건강을 책임질수 있을까?
  • 전양호
  • 승인 2012.03.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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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진단치과보험이 출시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치과에서 자신의 치아 건강에 대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치과민간보험(무진단)이 출시된 이후 가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치과병원을 찾는 외래환자 1620만명 중 200만명, 약 12%가 치과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뭐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험 적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환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모두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시장이 확대되고 치과보험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민간보험자본은 더욱 안전하고 확실한 이윤 추구 수단을 찾고 있다. 그리고 전가의 보도처럼 역선택(adverse selection)에 의한 이윤률의 저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손해율의 증가를 주장하면서, 진단보험을 출시해 Risk를 줄이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보험사의 표준화되지 않은 복잡다단한 약관과 낮은 지급률은 이미 악명을 떨친지 오래다. 치과보험도 마찬가지다. 가입자들은 어떻게든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 치과의사들에게 진료의 수준과 일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까다로운 약관에 맞추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들먹이면서 가입자들과 치과의사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한다.

일단 자신의 건강상태를 보험사에게 알리고 난 후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치과의사라면 현재 건강한 치아가 병이 들고 보험사가 보장하는 치료를 하게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광고카피처럼 큰 돈 드는 치료를 하게 될 가능성은 더욱 작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치아 건강을 염려해 검진까지 해가면서 치과보험에 들 정도의 부지런한 사람이 가입자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고가의 치료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보험사의 과장된 광고는 국민들을 치과민간보험으로 몰아갈 것이다. 민간 보험사는  돈 되는 사람들만을 가입시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낮은 지급률을 경신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또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치과검진결과를 중개업자가 수집하고 이를 보험사에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확한 개인질병정보의 수집은 민간보험사들의 염원이다. 가입 여부를 떠나 보험사는 정확한 개인질병정보를 수집하여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며, 국민들의 소중한 개인질병정보는 중개업자의 손에서 여기저기로 떠돌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그렇다 치고 치과의사들은 어떨까?
과잉진료든 뭐든 일단 전체 치과의료비는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증가한 이윤이 불특정 다수의 치과의사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민간보험사는 자기 입맛에 맞는 치과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결국 자본과 힘을 가진 몇몇 치과만이 그 이윤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진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경제적 이윤을 보상받는, 그리고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치과의사가 되었으면 한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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