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선 치과주치의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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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 선 치과주치의제, 건투를 빈다
  • 류재인
  • 승인 2012.03.29 13: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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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류재인 논설위원

 

지난해 9월 아이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고도... 사실 곤혹스러운 경험이다.

임신만 하면 애가 쑥~ 나오는 줄 알았는데, 임신기간 내내 입덧, 다양한 신체적 변화(몸무게 변화 포함), 퉁퉁 부어오르는 발 등 듣기만 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생각보다 컸다.

아무튼 그렇게 10달을 지내고 뱃속의 애가 안 큰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도분만을 하고, 정말 내가 생각해도 창피할 정도로 소리를 악악 질러대다 드디어 아이를 출산하였다.

그런데...아이만 낳으면 애가 쑥~ 크는 줄 알았는데, 모유수유라는 거대한 장벽, 다양한 신체적 변화(몸무게만 빼고),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 등 귓등으로 듣기만 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자 삶이 참 당혹스러워졌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고,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되었다. 거기에 옛날에는 그 많은 애들을 어떻게 키웠나 싶게 요즘에는 사야할 유아용품이 너무도 많다. 기저귀, 내복, 분유는 기본이고, 요즘은 무엇이든 연약한 아이를 위해서라며 유아용 섬유세제, 유아용 섬유유연제, 유아용 식기세제, 유아용 로션과 삼푸, 유아용 면봉, 유아용 손톱깍기까지... 치과재료 살 때도 그랬지만 이게 과연 일반 재료들과 뭐가 다른가 싶은데, 가격차이는 몇 배에서 몇 십 배까지 뛴다. 그래도 엄마마음은 “뭔가 다르겠지”라는 생각에 유아용이 붙은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학교로 복귀할 때가 되자, 아이돌보미가 걱정이다. 종일제로 할 것인지, 입주제로 할 것인지 여러 날 고민 끝에 결국 돌보미 종일에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매주 나가는 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아이를 이뻐하시지만 일흔이 넘은 나이에 육아를 도와주시는 어머니께도 예의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용돈도 드려야 한다. 거기에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식비 및 난방비. 아이 하나 늘었을 뿐인데, 신경 써야 할 것, 지불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0-2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말은 무상보육인데 어린이집에 맡겨야만 무상보육이 되다보니, 집에서 잘 키우던 엄마들도 어린이집에 애를 맡기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무상보육 대상연령을 늘린다고 하니, 언젠가는 집 울타리를 못 벗어나고 있는 우리집 고슴도치도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시나 구 단위에서 아이들을 위한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 또한 시에서 운영하는 아이사랑놀이터에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뚫고 당첨이 되어 이곳에서 운영하는 장난감도서관에서 다양한 장난감을 공짜로 대여하고 있다.

딱 10년 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떠나지 못했을 영국유학을 가게 되었다. 모든 게 새로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유학 온 외국학생들에게 제공되던 무상의료. 등록만 하면 검진부터 치료까지 모든 게 무료였다. 다행인지 치료서비스까지 받아볼 기회는 없었지만, 치료를 받아본 다른 유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치과치료는 영국도 무료가 아니다. 하지만 18세미만 아동들의 경우만큼은 모든 치료비가 무료이다. 복지의 천국이라는 북유럽은 물론이거니와 뉴질랜드 캐나다 일부지역에서도 아동에 한해서는 치과치료에 대해서 아이들이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게 되어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냐. 무료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말이다. 내가 낸 돈으로 내가 혜택을 받는 것, 그것도 빈부의 격차 없이 모든 국민이. 세금은 멀쩡한 보도블록 뜯어낼 때만, 혹은 멀쩡한 4대강 정비할 때만 쓰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다.

요즘은 멀쩡한 보도블록 뜯어내는 사업을 볼 때마다 저 보도블록 대신 애기 장난감 하나 더 산다면 장난감도서관 갈 때마다 서로 차지하려고 눈치 보는 경쟁 따위 안 해도 될 텐데 싶으니, 한 개 한 개가 참 아깝다.

올 해 서울시에서에서 학교 및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치과주치의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그동안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사업을 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공약사항이라며 진짜로 시행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솔직히 잘 될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선다.

건치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예방중심의 포괄적인 구강건강서비스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예산 및 인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할 텐데 시행 첫해에 이런 것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해서 그 예산으로 다시 삽질을 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기차는 출발선에 서 있다. 서툰 운전수 탈선하지 않도록 운전대를 잡아줄 것인지, 초보운전자 교통에 방해된다며 그 길을 막아설 것인지, 그 선택도 기로에 서 있다.

무엇이 되었든, 다들 건투를 빈다.

류재인(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위원, 신구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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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희 2012-03-30 18:54:48
완전 동감합니다...
그래도 잘 해나가고 있으시잖아요..

정승화 2012-03-30 10:03:52
류재인 선생님 말 하나하나가 다 공감이 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승화 2012-03-30 10:03:50
류재인 선생님 말 하나하나가 다 공감이 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양호 2012-03-29 15:48:55
부끄럽습니다...바쁜 와중에 좋은 글 고마워요...

전민용 2012-03-29 14:52:15
쑥~ 나오고, 쑥~ 크고 ㅋㅋㅋ. 아이는 쑥쑥 잘 크길 바랍니다^^. 봄날 향긋한 쑥국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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