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연, 나눔·봉사를 넘어 '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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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연, 나눔·봉사를 넘어 '평화'를 위하여
  • 김은희
  • 승인 2012.04.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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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료단 참가기 2편]

 

아...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바쁜 일상에 채이다 보니 베트남에서의 기억은 어느새 까마득한 추억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평연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사실 불순(?)합니다. 의료불평등, 자선단체, NGO, 사회적기업 등에 늘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가끔 봉사할 기회가 주어지면 참여하는 정도였죠. 방학 없이 달려온 학교와 병원 생활에서 일탈(!)해보고자, 그리고 ‘나 왜 살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될 때 삶의 의미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라도 찾아보고자,베트남에 가게 된 거죠. 그때까지 전 평연의 활동이 그저 봉사활동‘뿐’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평연의 준비성과 진료단 규모에 놀랐고, 선생님들의 열정과 넘치는 체력(?)에 한 번 더 놀랐고 (전 겨우 마지막 날 하루 밤 늦게 까지 놀았을 뿐인데 며칠 몸살을 앓았거든요... 다들 괜찮으셨는지... 늦게나마 안부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트남 평연의 의미가 나눔, 봉사를 넘어선다는 것에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왜 ‘베트남’인지, 왜 ‘평화’의료연대인지. 그 때, 그 곳에서 알았습니다.

빈이앙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검진하고, 잇솔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치료하는 일은 정말 즐겁고 보람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익산에서도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검진했는데, 그 아이들을 보니 빈이앙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베트남 아이들은 외국인이 신기해서인지 부끄러워하면서도 먼저 다가와서 눈을 맞추고, 인사하면 수줍게 웃고,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더 꼭 손을 잡아주고, 안아줄걸... 다시 만나긴 어렵게 되어버린 지금에서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역단 친구들! 저랑 몇 살 차이나지 않는 동생들이었지만, 저보다 백만배는 순수한 아이들 같았고, 또 한편으로는 저보다 이백만배는 똑부러지게 일처리를 하는 어른 같기도 했습니다. 뚱한 인상의 제가 어려울 법 한데도 먼저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더 많이 웃어줄걸, 더 많이 이름을 외우고 불러줄걸 그랬습니다. 내년을 기약해야겠지요!

한 살 두 살 먹으면서(어른들이 보시기에 가소롭다 하시겠지만...^^;), 마음을 열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아지고, 한 걸음 다가가기가 망설여지고, 준 마음만큼 받지 못해 서운해 하는 일이 많아지고, 마음 아픈 일은 마주하지 않으려 도망가고, 하루에 웃는 횟수가 적어지는 걸 느낍니다. 그렇지만 베트남에서의 일주일 동안 저는, 조금은-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기울였고, 계산하지 않고 마음을 주고, 가슴 아픈 역사 앞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고, 그리고 덕분에 마음껏 웃었습니다.

일주일,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평연에서 만난 분들에게서 느낀 것은 모두 마음이 너무나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건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죄송스럽고 아쉽습니다.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남은 올 한해도 마음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이란 이름으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떠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소소한 작은 일들뿐이었지만, 늘 그렇듯 가장 많이 배우고 행복해하고 도움을 받는 건 제 자신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 친구들, 평연 선생님들,권현우 선생님, 구수정 선생님, 박지은 간사님, 송필경 단장님을 비롯한 평연 스탭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기억을 더듬다보니 함께 했던 시간들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내년에 혹은 내후년에 다시 뵐 수 있게 되길 고대하겠습니다.

단장님께서 올려주신 꽃 꽂은 동무 사진 제대로 올립니다ㅋㅋ 답례로 단장님 명상사진도 투척하고 갑니다 ㅋㅋㅋ

본 내용은 외부 필진의 후기 원고를 연재한 것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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