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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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이 부러운 이유
  • 신이철
  • 승인 2012.05.08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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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신이철 편집위원

 

프랑스에서 17년 만에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부자증세와 일자리창출, 최저임금 인상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집권당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사회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강한 프랑스'보다는 경제회복과 일자리를 선택했다. 부자들을 대변하는 사르코지가 싫어서 올랑드를 선택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프랑스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가 되든 국민이 정치인에게 봉변을 당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라는 한 프랑스 유권자의 말처럼 정치와 권력은 더이상 국민의 희망이 되지는 못한다. 게다가 좌파의 승리라고 단정 짓기는 더욱 어렵다.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집권당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는 유럽 전역의 현상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대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권의 향배가 아니라 프랑스 국민의 선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좌파의 재집권과 함께 프랑스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놀랍고도 부러운 투표율이다. 하루 종일 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80%가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율은 정치 후진국일수록 높다."며 투표 독려를 나치의 선동에 비유한 우파논객 변희재씨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는 민주주의 후진국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진짜 정치 후진국은 경제파탄에 부패와 부정,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경험했음에도 54%의 투표율에 그친 대한민국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정치인은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할수록 정치인은 교만해 진다.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자기 정파의 이익이나 권력만 쫒으면 그만이다. 80%가 넘는 국민이 참여해서 투표로 심판하는 나라가 부러운 이유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살펴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집단으로 낙인찍힐 위기에 놓여있다. 이들의 부정시비와 당권다툼에서 지지자들과 국민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정파와 권력욕에 허둥대는 또다른 야당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국민이 기회를 줘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정당을 믿고 지지하기는 힘들다. 일인 중심의 기형적 정당이 가장 사랑받는 현실에 다다르면 절망적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보다 유력한 대권후보에게 줄을 대야 살아남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국민이 안중에 있을리 없다. 안타깝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더이상 남의 나라를 부러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쯤에서 치과계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대의원 총회의 결과로 여성과 젊은층의 참여 기회가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겨우 10명의 대의원이 늘어났다고 해서 대의원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회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원 제도의 획기적 개선이 없는 한 직선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부작용이 예상되는 직선제를 무작정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의협처럼 10% 남짓한 투표율이 민주적 직선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개방형 선거인단제'건 '미국식 선거인단제'건 전면적 '직선제'건 간에 지금의 대의원제도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회원의 참여를 독려하기 전에 민주적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의 정착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의 나라 대선 결과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암울한 우리나라의 정치현실부터 치과계의 과제까지 풀어가야 할 숙제가 한 둘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무언가 진정으로 바꾸고자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이철(이편한치과 원장,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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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2-05-09 13:44:45
시의적절한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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