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공정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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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정위 유감
  • 전양호
  • 승인 2012.05.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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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호 편집국장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유디치과그룹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며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유디의 의료법 위반 여부와는 별개로 공정거래법 상의 위반 유무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살펴봤을 때 오히려 매우 정치적인 논리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힘들다.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예고, KTX 민영화, 부동산 대책 발표 등 그 동안 자본이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국민의 반대로 주춤했던 정책들을 임기 말에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법은 전국에 널려 있는 경제자유구역과 한미 FTA의 래칫조항(역진방지조항)을 고려했을 때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의료민영화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농후한 법안이다.

유디의 문제는 이미 치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의 영리화와 상업화가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왜곡시키고 국민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실증하고 있으며, 이를 되돌리기가 얼마다 힘든 일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보건의료전문가들마저도 의료민영화의 축소판이라며 그들의 행태를 비판한지 오래다.

오비이락이라 생각해야겠지만, 총선 후 의료민영화를 다시 꺼내든 이명박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디 문제로 치과계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 이례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전략적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도 시장의 눈과 경쟁의 논리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정부와 공무원들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미 불법 네트워크의 문제는 치과계를 넘어 전체 의료민영화의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 의료를 돈벌이로만 생각하게 만들고, 의료인을 장사꾼으로 생각하게 만들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왜곡에 새삼 힘겨움이 느껴진다.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불법 네트워크와 의료민영화와의 싸움이 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억울하고 또한 저항해야 하겠지만, 수단이 목적의 정당성마저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할 것이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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