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추진 아닌 폐기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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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추진 아닌 폐기가 필요한 때
  • 김철신
  • 승인 2012.05.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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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철신 논설위원

 

최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재‧개정하여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외국인 투자비율이 50%이상인 영리법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면허 소지 의료인을 10%이상 확보하여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회에서의 추진이 좌절되자 토론의 절차 없이 시행규칙의 재‧개정을 통해서 영리병원의 구체적 설립요건을 확정해 준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론의 장인 국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비판받아온 영리병원 관련 규정을 그야말로 꼼수를 부려 마련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마련된 규정으로 인천송도에 영리병원을 유치하는데 몇 천억을 명확한 환수계획도 없이 대여해주려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영리병원추진은 정책의지라기 보다 거의 사이비종교에 대한 광신도의 맹신에 가깝다.

영리병원추진론자들의 일관된 주장에 따르면 영리병원이 허가될 경우

병원시장에 외부자본이 유입되어 규모가 커지며 시설확충의 여력이 생기고 고용이 확충된다고 한다. 보건의료서비스에 경쟁원리가 도입되어 의료의 질이 향상되고 서비스도 좋아져서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들은 송도의 영리병원설립으로 연간 6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인천지역에서 유치한 외국인 환자의 수가 2,898명인데 20배 이상 늘린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환자의 70%이상을 유치한다는 것으로 허무맹랑한 것이며 전혀 근거가 없다.

또한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여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병상 당 의료진과 관련인력을 고려한다면 송도국제병원의 경우 1,247명의 고용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완전한 고용의 창출이 아니라 인근 병원의 인력들을 데려와야 하는 고용이전에 불과한 것이다. 뻥튀기도 이런 뻥튀기가 없다.

이들이 제시한 유일한 근거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의 사례인데 의료 환경이 완전히 다른 미국의 사례를 그것도 영리병원을 추진하며 비영리병원의 사례를 제시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를 보면 경제부처와 일부언론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진료로 인한 비용손실을 10배 이상 부풀려 국민들을 속이던 2000년대 중반의 어처구니 없던 사기극이 연상될 정도다.

아무런 근거없는 ‘해외유출 의료비 1조원‘을 외치며 영리병원의 필요성을 강변하던 이들이 반성도 없이 다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편의를 위한다며 시작된 병원특례가 영리병원추진이라는 일부 무지하고 몽매한 이들의 집착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영리병원들은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의료체계, 아니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 사례를 찾기 힘들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이들 영리병원 체인들의 국민건강을 외면한 무분별한 돈벌이에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최대의 영리병원 체인으로 의료계의 맥도널드로 불리며 급성장 미국 10대기업에 뽑히기도 했던 콜럼비아/ HCA는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보다 비용절감과 공격적인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온갖 불탈법을 저지르다 적발되어 17억불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 제2위의 영리병원체인도 2004년 비슷한 행위로 천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등 미국의 영리병원체인들은 국민들의 건강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며, 고용도 비영리병원보다 부진한 채 가뜩이나 엉망인 미국 보건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면 우리정부가 특구의 모델로 삼고 추진한 일본은 어떠한가?

주식회사병원이 허용되는 구조개혁특구를 만들고 요란하게 출발한 일본 유일의 특구내 주식회사 병원인 요코하마의 셀포트 클리닉은 정부가 기대한 아무런 효과도 없이 오로지 진료에만 치중하고 지역사회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의료법 개정 전부터 존재하던 주식회사 병원과 특례에 의한 병원들도 긍정적 효과 없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주요 선진국에서 어떠한 긍정적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채 보건의료의 폐해만을 가져오는 영리병원에 대해 정부가 이렇듯 집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영리병원추진이 현 시기 대한민국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시행령을 고쳐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억지를 부릴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좀 더 냉정히 영리병원관련 정책을 재검토할 때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경제자유구역법을 전면 개정하여 영리병원관련 조항들을 삭제해 새로운 정부에서도 똑같은 실패와 낭비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선진국의 우수한 모델도 없이 경제관료들의 막연한 환상 속에 방치하기에는 국민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철신(본지 논설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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