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소수전문의제 포기’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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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소수전문의제 포기’ 수순 밟나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2.06.17 19:4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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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공청회서 경과조치·전문과목 신설 등 ‘다수안’ 제시…본질적 해결책 외면·더 큰 혼란 야기 우려

 

▲ 김세영 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이하 치협)가 실패한 의과전문의제도를 반면교사 삼아 ‘올바른 치과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목표로 견지해 왔던 ‘소수’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기조를 포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협은 지난 15일 치과의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방안 관련 공청회’에서 사실상 소수정예 원칙을 포기하고, 대다수 치과의사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털어주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을 야기했다.

(가칭)가정치의전문의라는 새로운 전문과목을 신설, 대부분의 치과의사와 전공의 과정을 이수받지 못한 대다수 졸업생에게 응시자격을 주거나, 1차 기관 전문과목 표방 시 해당 전문과목만 진료하는 원칙 유지를 전제로 원하는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과정을 거쳐 전문의 취득기회를 주는 경과조치 시행 방안을 제시한 것.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 ▲경과조치 시행 ▲전문과목 신설 방안은 현 제도 유지 시 예상되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도 아니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치협은 매우 힘들긴 하나 소수전문의제를 실현시킬 방안이 분명 존재함에도 이는 외면한 채, 거대한 후폭풍이 예상됨에도 (기존 치과의사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털어줌으로서) 당장의 불만을 누그려 뜨려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치협이 보여준 태도는 치과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며 바람직한 치과의사전문의제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치협 본연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다수로 가는 길! 법적으론 열려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100명이 넘는 청중이 참가, 치과전문의제에 대한 치협의 행보에 대한 치과계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김&장 법률사무소 이우진 변호사가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관련 법령 검토’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진행했고, 이어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덕 학술이사가 ‘치과전문의제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며…’를, 대한치과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가 ‘기존 치과의사에 대한 경과조치 시행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 이우진 변호사
종합토론에서는 치협 전문의제도운영위원장인 최남섭 부회장의 좌장으로 서울대치과병원 장영일 전 병원장과 경기도치과의사회 전성원 정책연구이사,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가 참가해 토론을 벌였다.

기조발표에서 이우진 변호사는 “전속지도전문의와 기존 전공의 과정 수료자 등에 대한 경과조치는 치과전문의 규정의 부칙규정을 통해 신설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특별한 사정변경이나 대안이 없다면 부칙만 변경하는 것은 곤란하고 소수정예 전문의 원칙의 유지여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부칙개정을 통한 전속지도전문의 경과규정 연장’의 경우 “특별한 사정변경이나 대안이 없다면 입법적 결단 지연은 곤란하다”고 피력했다.

‘전문과목의 신설·통폐합’에 대해 이 변호사는 “치과전문의규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고, 전문과목에 대한 진료 범위의 불명확성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정치과전문의! 대안 아닌 줄 알면서…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덕 학술이사는 ▲현행 전문의제도 시행 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 ▲현 일반 개원의 치과진료의 특징 ▲적정 치과전문의 수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후,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 서치 김덕 학술이사
김덕 이사는 “기존 10개의 전공과목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존 임의수련자에 대한 보상과 전속지도의 신분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전공의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졸업생 2/3에 대한 구제책과 과거 수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오랜 임상경험과 지식을 가진 대다수 일반 개원의에 대한 구제책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전문의인 (가칭)가정치의전문의 신설을 제안했다.

김덕 이사는 ‘가정치의전문의 신설’이 ‘경과조치 시행 시 가장 유용한 형태’이며, 새로운 전문의 신설로 기존 10개 과목의 전문의 수가 감소해 전문의 소수정예의 실현에도 유용하며, 전공의 과정을 이수받지 못한 대다수의 졸업생에게 임상경험의 확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이사는 기존 일반치과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전문의 신설로 인한 혼란 등에 대한 대정부 설득이 필요하고, 진료행위 범위 설정 어려움으로 인한 기존 10개 전문과목 전문의 반발과, 수련병원에서 진료 업무 범위와 역할 분담에 대한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과목 표방’이 혼란의 핵심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대한치과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 의료체계 및 현실에서는 치과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대의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미국은 9개 과목에서 전문의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임상증례 등을 통해 검증을 받는 등 자격 유지가 매우 힘들다”면서 “일본도 2006년부터 시작했지만, 학회의 인정의 자격 취득자 중 학회 회원 자격을 10년 이상 유지한 자에 한해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등 최종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가 너무 쉽고, 재인증 등은 담당기관 조차 없는 등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 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
특히, 정 이사는 “2001년 표방금지법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기존 치과의사들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를 포기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전문의 자격이 있는데 표방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은 위헌이라 2013년까지 임시법으로 표방을 금지했다. 표방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 권리의 포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소수 배출을 설사 했었다고 해도 1차 진료기관 표방금지가 불가능하다면 부작용은 여전히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치주와 보존은 원가 이하로 책정된 건강보험 수가로 환자를 의뢰하기도, 의뢰받기도 어렵다. 보철은 병원의 주 수입원이어서 환자를 의뢰하기도 의뢰받기도 어렵다”며 치과의료전달체계 확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정 이사는 “현행 제도는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한 채 국민들에게는 혼란을, 치과의사에게는 억울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임상진료 수준과 학술의 계속적인 발전을 고려하고, 억울한 피해자 양산과 그로 인한 치과계의 분열, 분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경과조치 시행을 제안했다.

아울러 정 이사는 “1차 진료기관에서 해당 전문과목만을 진료하는 경우에 한해 전문과목과 전문의 자격을 표방할 수 있다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면서 “이를 전제로 기존 치과의사들에게도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필요한 과정을 거쳐 전문의 취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이를 위한 범치과계 차원의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 경치 전성원 정책연구이사
소수정예 포기 위한 공청회인가?

종합토론에 나선 경기도치과의사회 전성원 정책연구이사는 “오늘 공청회가 소수전문의를 포기하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협회는 헛갈리지 않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며 제안된 경과조치 및 전문과목 신설 안을 비판했다.

먼저 ‘전문과목 신설’에 전 이사는 “가정의학과라는 의과에서 실패한 제도를 들고 와서 치과에서 해보자는 것인데 용납할 수 있는가”라며 “그 이유가 모든 치과의사에게 전문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김덕 이사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한 예로 진료과목 범위 설정이 제대로 안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가정치과전문의를 신설하면 해결이 되느냐”면서 “(전문과목 신설이) 비인기 전문과목을 부흥시킬 수 있는 요인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인턴사전 전형제 같은 것이 더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경과조치 시행’에 대해서도 전 이사는 “전문과목 표방에 따른 형사고발 우려의 경우 손해를 보는 교정치과의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따로 개선책을 마련할 일이지, 전체를 다 바꿔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소수 전문의제) 근간 자체를 바꾸는 시도보다는 김철환 학술이사가 전 공청회에서 발표한 12가지 대책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는 경과조치·전문과목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법적으로 만만치 않음을 강조하며, 간접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는 “경과조치의 경우 의료법 제77조에는 과정을 수련하지 않은 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힘들다”면서 “전체 활동 치과의사 2만7천명 중 임의수련 이수자는 7천3백여 명 정도로 나머지는 경과조치를 해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
또한 그는 “신규과목 개설해서 경과조치를 하자는 방안도 한시적인 조치로서 명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한꺼번에 2만여 명의 치과의사들이 전문의를 취득하는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만들 수는 있지만, 국민적 저항과 시민사회단체, 학생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전문과목 통폐합이나 시행과목 수 축소는 기 배출된 1,300여 명의 전문의와 현재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정부도 치의학 발전 및 보다 높은 수준의 치과서비스 제공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다는 논리를 만들어 설득시켜야 한다”고 쉽지 않음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한치과병원협회 전임 회장이었던 장영일 전 서울대치과대학병원장은 “경과조치에 대한 요구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만큼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과조치와 유사한 특례조항을 신설해서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순간적으로 전문의 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을 찾게 뙨다”며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젠 강력한 시행 의지 보여야

경치 전성원 이사는 “치협은 타임스케줄 하에 로드맵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이행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10여 년간 수련기관에 끌려왔다”면서 “수련기관들은 ‘처음에는 기존 수준으로 뽑다가 조금씩 줄여나가겠다’. ‘시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말을 바꾸는 등 기득권을 포기한 개원의들을 기만해 왔다”고 비판했다.

복지부에 대해서도 전 이사는 “국가적 원칙을 가지고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하는데, 아무런 원칙 없이 수련기관들 민원에 이리저리 휘둘렸다”면서 “전공의 숫자는 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숫자에 대해 책임을 질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로스쿨도 원하는 학교마다 다 지정해주고 정원을 주지는 않지 않느냐? 그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하물며 치과전문의도 한국에서 필요한 수가 있다. 이미 보사연 연구에서 졸업생 수의 22% 수준이라고 나와 있다. 협회도 복지부도 원칙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모든 사람을 전문의로 만드는 게 무슨 전문의제도냐? (여타 국가들도) 국가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에 소수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다수 전문의제 제안을 비판하고, “애초 치협이 전체에 다 풀자고 했을 때 복지부가 반려한 이유도 모두가 전문의가 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한편, 종합토론 시간에는 공청회 내용을 경청하던 복지부 구강위생건강과 신승일 과장이 “전문의가 있는 것도 모두 국민을 위해서이다. 첫 단추가 잘못 됐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치과계의 중지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 한중석 교수는 “현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려고 해서 너무 혼란스럽다. 잘 가이드를 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민호 이사는 “경과조치를 시행해도, 즉 문호를 개방해도 보드를 까다롭게 하면 소수전문의제를 유지할 수 있다. 경과조치와 소수정예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성원 이사는 “전문의 자격유지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전문의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람만이 전문의가 되게끔 해야 한다. 전공의가 곧 전문의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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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2-06-19 09:50:22
1차의료기관에서 표방하는 단일 전문과목만 진료하는 조건이라면 기수련자들에게도 전문의 자격을 주는 경과조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병원 이상급에서도 전문의로서 활동하는 경우에 한해서 전문의 자격을 유지해야 하고 1차의원 개원에 나설 경우에는 해당 전문과목만 진료하는 경우에만 전문의자격을 유지할 수 있어야 형평에 맞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의자격도 기간을 두어 계속 재심사하는 제도가 필요하겠지요.

김금령 2012-06-18 17:55:59
치협이 종합선물세트로 제시해서 문제이지, 기존 수련자에게 경과조치를 주는 문제와,'가정치의학전문의'를 도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적인 치과전문의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고 실제 전문과목만을 진료하고 있는 과거 수련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다수의 폭력입니다. 이 사회의 Justice가 노동자, 농민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냐 다수냐라는 흑백논리에서 좀 벗어났으면 합니다

김금령 2012-06-18 12:26:38
치협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제시해서 문제이지, 기존 수련자에게 경과조치를 주는 문제와,'가정치의학전문의'를 도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적인 치과전문의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고 실제 전문과목만을 진료하고 있는 과거 수련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다수의 폭력입니다. 이 사회의 Justice가 노동자, 농민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냐 다수냐라는 흑백논리에서 탈피하기가 어렵군요.

전민용 2012-06-18 11:56:27
협회에서 전문의제의 보완으로 통합치과전문임상의 제도를 도입했고 많은 회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는데 이 제도와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문제네요.

전민용 2012-06-18 11:51:34
전성원이사의 의견에 상대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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