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아무데나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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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아무데나 피는 꽃
  • 이채택
  • 승인 2005.03.1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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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개불알풀, 활짝핀 군락의 모습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단독 주택으로 옮긴 것이 벌써 6년째이다. 좁은 공간에 잔디심고 나무심고, 그리고 여러 야생화를 심었다. 매년 봄이 올 때가 되면 풀들의 새순이 올라오는지, 거의 매일 감시를 한다.

겨울동안 휴면 중이던 풀들이 다시 새순을 내밀 때가 되면 잔디 속에서도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잔디 속에 잡초들이 섞여있는 모습은 보기가 흉하기 때문에 매년 자주 뽑아주어야 한다.

▲ 붉은괭이밥, 괭이밥보다 꽃이 조금 작고 잎이 진하며 꽃 중간에 붉은 테두리가 있다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는 잔디와 풀들은 매년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자주 밟고 다니는 곳의 잔디는 죽어버리고 길이 형성되어 있다. 가끔은 두 아이의 놀이감으로 당하기도 하는데, 망치와 공구통를 가지고 나와서는 잔디속에 못을 박고 구덩이를 파서 함정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그 자리의 잔디는 죽어버리고 만다.

야생초들도 아이들에게 혼나기도 한다. 지난해 어느 날, 학교 앞에서 종이컵에 모래와 게를 넣어 파는 것을 첫째 녀석이 사서 왔다. 좁은 마당에서 게를 가지고 놀다 그냥 두고 들어왔다. 다시 마당으로 나갔을 때 게가 탈출해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두 개구쟁이 녀석이 게를 찿는다고 온 마당을 헤집고 다녔다.

꽃대가 제법 자라있는 야생초도 무참히 밟아 버렸다. 퇴근해서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아연실색 했지만 집사람은 태연하다. 단독주택에 사는 이유가 뭐냐며 오히려 애들을 두둔한다. 마당을 파헤치고 꽃들을 밟아도 집사람은 그냥 보고만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정원에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잔디 속에서 자라는 잡초들은 어디선가 씨가 날아와 발아한 것이다. 매년 뽑아내는 것이 약간은 귀찮은 일이다. 들풀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이들 잡초 중에도 몇 종은 예쁜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았다. 꽃이 피기 전에 모두 뽑아버렸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 괭이밥, 아파트 화단이나 도심의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흔히 보인다. 잎이 클로바(토끼풀)와 비슷하여 혼동하는 이들도 있다
그 후로는 예쁜 꽃이 피는 풀들은 뽑지 않고 그대로 둔다. 하지만 이것들은 번식력이 너무나 왕성해 개체 수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적당히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해 준다.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이들 중 벼과, 사초과 식물은 정말 아무 가치가 없어 제거해 준다.

남겨두는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괭이밥이다. 하트 모양의 잎이 세장씩 달려있고 흐린 날이나 밤이 되면 자귀나무처럼 잎을 접어 버린다. 열매가 익으면 터지면서 씨가 멀리 날아가 분포 영역을 넓힌다.

끊임없이 뽑아내어도 잔디 속에서 머리를 내미는 것들 중 하나가 큰개불알풀이다. 유럽원산의 귀화식물로 꽃은 햇빛이 강한 낮에만 핀다. 독특한 이름은 열매 모양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인이 붙힌 이름이다. 야생초의 이름은 대부분 고유한 우리말로 옛적부터 불리던 것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이 땅의 식물표본을 조사하면서 귀화식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붙인 이름도 상당수 있다. 원예 가치 때문에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해 멸종위기에 있는 복주머니난이라고도 불리는 개불알꽃과는 다른 식물이다.

▲ 뽀리뱅이, 빈터를 가장 먼저 점령하는 것중의 하나로 그야말로 잡초로 홀대받는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잔디 속에서 출현하는 뽀리뱅이는 꽃도 볼품이 없고 키가 커서 제거대상 1호이다. 나물로 식용이 가능하지만 먹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올해는 늦게 시작된 겨울 날씨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봄이 되면 개화시기에 맞추어 실 시간으로 주제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야생화들의 개화시기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잔디 속에는 어김없이 풀들이 돋아나고 있으니, 그들 중 일부를 제거하면서 이번 주제로 삼아 보았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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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2005-03-29 17:40:15
삶아서(데치기보다는 삶는 것 같더군요) 된장에 버무려 먹는데, 별 맛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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