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62]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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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62]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 전민용
  • 승인 2012.07.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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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다’. 선대인. 웅진 지식하우스

 

▲ '문제는 경제다'. 선대인. 웅진 지식하우스
대부분의 문명, 제국, 국가는 경제가 망하고 이어 정치가 몰락하며 최후를 맞았다. 경제는 자연재해 등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올바른 정치가 관건인 경우도 많다.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문제인 ‘경제’에 대해 원인 분석, 대안 모색, 정치를 통한 해법 제시까지 매우 설득력 있는 견해를 모아 놓았다. 3부로 나누어 먼저 한국경제의 10대 위기를 정리하고, 2부에서 이대로 가면 10년 후에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지를 전망하고, 3부에서 대안들을 정리해 놓았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경제 위기의 첫째는 대다수 국민들이 한국경제가 왜 문제인지, 자신들의 삶이 왜 어려운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2012년 초 한 여론조사에서 대선에서 가장 큰 관심사를 46%의 국민이 ‘경제 살리기’로 꼽았다. 수출은 잘 되고 삼성은 사상 최대의 매출 잔치를 하는데 일자리는 없고 장바구니 물가는 올라만 간다. 많은 사람들이 엉터리기사에 현혹되어 재테크에 몰두하고 열에 여덟아홉은 돈을 날린다. 저자는 한국의 기득권 언론들은 재벌 광고주에 영혼을 판지 오래 이고 대기업 연구소들의 보고서는 정직하지 않다고 한다. 대다수 서민들은 사기성 정보에 모르고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표현에는 70-80년대의 고도 성장기가 다시 와서 경제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섞여 있지만 이건 헛된 꿈이다. 이미 잠재 성장률이 3%대로 접어든 한국은 그런 고성장기로 갈 수 없고 인위적으로 가려고 하면 물가상승 등 막대한 부작용이 따른다. 고성장이나 경기회복이 아니라 건강하고 균형 잡힌 경제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경기가 안 좋아서’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도 일정하게 호경기와 불경기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사이클과 무관하게 계속 어려웠다. 승자독식이라는 한국경제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저성장기 직면한 한국

한국 경제 위기의 두 번째는 한국이 저성장기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평균성장률은 계속 더 떨어지고 있다. 한국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인 국민총소득 증가율도 GDP 증가율보다 지속적으로 낮게 나오고 있다. 개인처분가능소득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왜 일까?
 
우선 교역 조건이 나빠지고 있다. 중국 등 브릭스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들이 급성장하면서 수출단가가 낮아지고 이들 국가들이 원유와 원자재를 많이 사들이면서 수입단가는 인상되고 있다. 또한 인위적 고환율정책 때문에 수출대기업의 원화 표시 매출액은 대폭 늘어났지만 일반 가계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그만큼 훨씬 가난해졌다. 2000년대 이후 경제의 진폭과 상관없이 늘 ‘경기가 안 좋다’고 느끼고 있는 이유다.

2000년대 이후 이태백, 사오정을 거쳐 청년실신, 청백전, 장미족, 십장생 등 청년 실업난을 빗댄 신조어들이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저자는 공식 실업률 발표와는 달리 40대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실업자가 엄청나게 숨어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넘고 있다. 이들의 급여는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된다. 생산 가능인구를 100으로 보았을 때 안정적인 정규직에 속하는 수는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좋은 일자리가 이렇듯 줄어드는 원인은 부동산 버블로 인한 고비용 구조 및 생산 경제 위축, 이자 부담에 의한 내수 위축, 수출대기업 위주 지원과 벤처기업들의 고사, 토건 사업 위주 개발 정책 등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문제를 거꾸로 더 증폭시켜왔다.

양극화 넘어 빈곤화 가속

위기의 다섯째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다. 1990년대 1차 때는 한국의 사양산업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2차는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주력산업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당연히 한국의 고용과 생산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는 양극화를 넘어 빈곤화가 가속 중이라는 점이다. 소수 상류층만 부를 독점하는 구조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들의 삶의 질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세계적으로 드물게 중산층이 6.6%나 줄었고, 국민 80%의 생활수준이 하락했다.

‘재벌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왜곡된 인식을 기득권 언론들이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현실은 재벌 독식 체제 때문에 한국경제가 질식하고 있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횡포로 성장하지 못한다. 고환율 등 수출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고 국가 R&D 예산의 대부분도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 불법, 횡령, 탈세하는 재벌도 온당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재벌 독식 구조가 위기 진원지의 하나인 것이다.

한국 경제위기의 절반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부동산 가격이 높아 돈이 몰리면 생산 경제 영역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일자리도 노동의 질도 떨어진다. 임금도 줄고 가계 소득도 줄고 소비도 위축된다. 부동산 투자 가계 때문에 소비는 더욱더 위축된다.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급성 위기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가계 부채도 심각하지만 정부나 공공 부문 빚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향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짐 하나를 꼽으라면 ‘저출산 고령화’를 지목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188개 국 중 186위로 사실상 세계 꼴찌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미국이 94년, 독일이 77년, 일본이 36년 걸렸지만 한국은 26년 걸린다. 201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5.6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지만 2020년에는 3.8명이, 2025년에는 2.8명이 해야 한다. 의료, 연금, 복지 재정 지출의 부담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지네발 계열사 확대와 연관된 재벌 3,4세로 이어지는 세습 체제의 확대도 심각한 문제이다. 불안한 세계 경제가 제 2차 세계경제위기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 경기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되는 시기에 한-미 FTA를 체결해 경기 악화에 전염될 여지를 더 키워 놓았다. 저자는 한국 경제가 지금의 궤도를 질주한다면 멕시코나 필리핀 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경제적 계층은 고착되고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은 완전히 사라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낙수효과 아닌 분수효과 정책이 필요

저자는 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 먼저 경제민주화인 탈토건과 재벌 개혁, 조세 형평성 확보와 재정 개혁, 공정 경쟁 질서 확립, 노동시장 개혁 등이다.

먼저 국민의 경제적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정난 부유층 지원의 낙수효과 정책을 버리고 밑바닥을 다져 전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분수효과 정책을 펴야 한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시행한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은 저소득층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내수 활성화와 인적 자본 증가라는 선순환을 만든 예이다.

재벌 개혁은 자본의 건정성과 시장의 공정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전자의 측면에서 지배 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구조 개혁, 금산 분리 등을 시행해야 한다. 후자 측면에서는 독과점과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동네 상권 침투 규제 강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포괄적 뇌물죄 신설 등의 정책들이 가능하다.

여러 면에서 한국 경제와 유사한 대만에는 중소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매우 많고 중소기업이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고, R&D 예산을 배정하고 인적 자원 개발과 마케팅 능력 향상 등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한국은 물가가 매우 비싼 나라다.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고비용 구조가 만들어졌고, 유통 구조도 복잡하고, 사교육비도 비싸고, 고환율과 저금리는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제는 부동산 거품을 빼 나가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조세 및 재정 지출 개혁을 통해 B급, C급 인생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관료 시스템에 대한 개혁도 강조한다. 효율적이지 못한 공기업 해체 등 관료들의 밥그릇을 없애고, 보수는 높이되 비리는 엄벌하고, 고시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한다.

장시간 노동 등 과거의 양적 성장시대의 낡은 패러다임도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맞게 재구축해야 한다. 우선 대규모 국책 사업 등으로 일거에 해결하려는 ‘한 방 신화’를 버리고, 경제를 좌우하는 심층 요인들인 제도와 환경을 올바르게 구축해 가는 딥팩터 개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국토가 한국의 절반이고 인구는 1/3인 네덜란드가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이 된 과정을 눈여겨 봐야한다.

한국의 기업과 정부는 일본식 모델, 미국식 모델(1990년 중반 이후)을 베끼는 ‘맹추격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권 일부의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도 오히려 남유럽과 현실이 더 유사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증세 논의도 조세 정의를 세우고 재정 지출을 합리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국은 이미 수출 위주 성장 전략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 전략으로 기조를 바꿨다. 한국도 이제 수출과 내수 병행 전략으로 가야 한다. 또한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귀결되고 만 각종 경제특구와 혁신 도시 같은 사업을 좋은 생활환경과 인적 자원, 자본, 기술, 문화 등이 결합된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 체제가 안정되면서 점차 개혁 개방에 나선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고, 경제공동체가 되면 7500만 명의 단일 내수시장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 충격도 상당히 완화된다. 북한에 대한 건설 SOC사업과 설비투자 여력도 크다.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도 유용하고 명실상부한 대륙국가가 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이다.

저자는 기업에게는 세계 인구의 2/3에 달하는 저소득층 시장을 주목해 보고, 해외 아웃소싱은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고, 과로 체제 해소와 접대 문화와 로비 문화 청산을 권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불필요한 지출(사교육비, 결혼 비용, 보험 상품 등)을 줄이고, 인생을 즐기고, 재테크 대신 지(知)테크를 하고,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자녀 교육에 관한 관점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라고 제안한다.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 여러 정책 대안들에 대한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내용과 큰 틀에서 정말 공감이 간다. 구체적 통계부터 다양한 국내외 사례와 높은 가독성까지 참 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에 저자는 개혁이 성공한 2022년의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 우리 정치가 ‘닥치고 ---’을 외치며 이 책이 제안하는 대로 실천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득한 꿈같지만 우리 모두 손잡고 노력해서 정말 이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너무 불쌍하게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 세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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