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운동! 정책 넘어 ‘정치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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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운동! 정책 넘어 ‘정치화’ 필요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2.07.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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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교수, 무상의료운동본부 워크샵서 피력…대안적 ‘건강레짐’ 모색 필요·주체와 과정에 대한 고민도

 

▲ 김창엽 교수
“건강보험 통합운동으로 시작된 보건의료운동이 ‘정책 중심의 운동’으로 거듭났고,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책을 넘어 정치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역임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가 “보건의료 개혁을 넘어 대안적 ‘건강레짐’을 모색할 시점에 다다랐다”며 현 진보적 보건의료운동 연대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김창엽 교수는 지난달 15일 통합돼 정책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인 무상의료운동본부(이하 본부)가 주최한 ‘열린 보건의료 정책워크샵’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특강을 진행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민주노총 교육연수원에서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정책워크샵에서는 김창엽 교수의 강연과 본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종합토의가 이어졌다.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김창엽 교수는 “건강보험 통합운동 이후 20여 년간 정책중심의 운동이 됐는데, 그것만으로 끝나면 정책전문가 중심의 ‘배제’가 일어난다”면서 “보건의료와 건강과 사회전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가? 주체와 과정에 대한 담론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건강불평등 문제가 노동운동인가? 보건의료운동인가?’라는 고민에서부터 건강문제를 따로 떼어 정책으로 사고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과 통합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책 말고도 고칠 게 많다. 사회 전반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틀을 터줘야 한다”면서 “보건의료운동은 장기적으로 ‘대안적 건강레짐’을 만들어가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비전과 이념, 즉 지향점을 만들어기 위해서는 대안체계와 주체, 과정이라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의료운동이) 대안체계는 많이 얘기했는데, 주체와 과정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보건의료운동이라고 하는데, 명확히 우리가 하는 것은 건강운동이다. 보건의료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건강운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건강권’과 관련 “지금까지는 보장성 강화라는 소극적 권리부터 무상의료라는 적극적 권리를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인 권리, 체제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정책에서 ‘레짐’으로 넘어가자!

김창엽 교수가 말하는 ‘대안적 건강레짐’을 요약하면, 기존의 ‘대안’은 건강보험 논의로 좁혀진 한계와 보건의료, 건강 내부 논의로만 그친 한계가 있으며, 현실 정책 중심으로만 사고해 주체가 상실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때문에 보건의료에서 건강으로, 그리고 건강의 범위를 넘을 필요가 있고, 정책에서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안 레짐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민주적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권력, 시장권력, 사회권력의 관계 ▲민주주의의 검토 ▲민주적 공공성에 기초한 보건의료 3가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시장과 관료(국가)적 통제를 극복하고 전문직업주의를 지양하는 거버넌스라는 또 다른 통제를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각 부처별로 돼 있는 수직적 정책구조를 타파하고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정책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대안적 건강레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체’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김 교수는 “환자는 기간이 짧다. 건강은 교육과는 다르게 이해관계가 일시적이고 단기적이라 물질적 토대라는 측면에서 주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본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김 교수는 “급진적 대안의 회복, 총체적 전망의 강화 등 정책이 아니라 레짐으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세력과 주체, 전략의 문제가 더 중요하고, 지나친 정책화로 발생한 대상화를 극복, 정치화로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 시간에는 ▲무상의료 재원확보 ▲정책위 구성 및 정책역량 강화 필요성 ▲보건의료단체들의 정치화 등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본부 김경자 집행위원장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 건정심 위원, 심평원 이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건강보험은 갈수록 빅5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게 좋은 일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건치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80년대 중후반 시작할 대는 민주화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는데, 지금은 갈수록 활동하는 범위가 정책적으로 좁아진 것같다”며 정치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창엽 교수는 “20~30년 후 노인인구가 훨씬 많아지면 ‘건강레짐’이 어떻게 될 거냐가 더 고민”이라며 “현재는 급성기·치료 중심의 틀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경자 집행위원장
또한 그는 “'All in One Policy'는 상당히 진척된 이후에나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지금으로서는 비정규직, 빈곤, 지역문제 정도가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서울시에 브라질의 건강평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시민사회가 대중적으로 참여한 건강평의회는 보라매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상의료 재정문제와 관련 신영전 교수는 “정치적인 방법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다. 상위레벨의 프레임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피력했다.

한편, 본부는 다음달 13일에도 2차 열린 보건의료 정책워크샵을 열고,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의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꿈꾸는 건강정책의 미래와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 및 종합토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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