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65]안철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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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65]안철수의 생각
  • 전민용
  • 승인 2012.08.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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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김영사

 

안철수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정치 참여를 고민하게 된 배경, 인생 역정, 가족 등에 대한 이야기부터 우리나라의 현재에 대한 진단, 처방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의견까지 망라하고 있다. 대통령 안철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내용들과 대통령 안철수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의 비판에 대한 답변들도 들어 있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일을 해 나갈 것이며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선 출마 등)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대담을 진행한 제정임 교수에 의하면 질문을 미리 제시하지 않았고 큰 주제만 예고했다고 한다. 제 교수는 인터뷰 전에 안 원장이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깊이가 없을 것이고, 타고난 천재일 것이고, ‘없는 설움’을 잘 모를 것이고, 공부와 일밖에 모르는 건조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선입견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 깨졌다고 한다. 평소에도 솔직하기로 유명한 안 원장답게 꾸밈없는 그의 진솔한 모습과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간만 본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그동안의 삶은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고, 창업자나 경영자는 우유부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해명한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약점인 것은 맞지만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해서 새누리당에 비판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보면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로 한 선택과 행동은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4.11총선에서 직접 야당을 지지하지 못한 이유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 뜻보다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 원장이 존경하는 정치인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과 2차대전의 위기 속에서 뉴딜정책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토대를 닦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복지제도, 재분배정책, 금융 제도 개혁 등을 이룬 루스벨트대통령의 업적이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개혁 과제와 유사하다는 점이 많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 원장은 영화를 좋아하고 화제가 된 영화는 대부분 보는 편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롯데 팬이다. 인문학과 문화 관련 포럼도 자주 다녔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얘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근육 운동을 하고 있고 식스팩을 만드는 중이다. 집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 그릇 정리, 면 삶기 등을 주로 한다.

안철수재단에는 전혀 직접 관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단은 주로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 지원(창업 인프라, 경영 교육)과 교육 사업, 세대 간 화합, IT기반 기부 시스템 확립 등의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50년간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불안감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거, 보육, 교육, 건강, 노후 등 민생 불안에 대해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하고,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되는 시장을 만들고, 이를 위해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복지, 정의, 평화로 요약한다. 

일자리와 복지가 선순환하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복지여야 하고, 이렇게 기초적인 생계와 안전망이 튼튼해야 젊은이들이 도전의식을 가지고 지식정보산업 발전과 새로운 창업에 나설 수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출발선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과정에서 반칙이나 특권이 없는 공정한 규칙을 확립하고, 결과에서는 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안 원장은 진영논리를 넘어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상도 진영 논리를 뛰어 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보수를 포용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는 안정 유지와 도전, 발전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고, 스웨덴이나 독일의 예에서 보듯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는 중산층과 서민이 함께 누리는 보편적 복지 정신을 기본으로 하되 재정 건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선별적 복지 정책과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장애인이나 극빈층 등 취약계층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보육, 교육, 건강, 주거 등에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 시스템을 여건에 맞게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OECD국가들의 복지지출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에서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동시에 세정을 강화하고 탈세에 대해 징벌적 벌금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법인세율은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세제 혜택은 중소기업과 중견 기업에 집중하자고 한다. 주식양도차익과세, 파생상품거래세, 토빈세 등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한다.

안 원장은 기업을 경영해 본 사람답게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에 특별히 많은 얘기를 집중한다.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고, 경제 영역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많이 논의되는 대로 내부 거래와 편법 상속 등 위법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금산분리는 강화하고, 순환 출자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출자총액제한제는 일관성 있게 제도를 만들자고 한다.

기업과 기업주를 구별해야 하고, 대기업 자체가 아니라 대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문제이고, 재벌개혁 과정에서 투기적인 외국자본에 대한 방화벽 구축도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재벌 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고, 국가, 노동자, 소비자,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하자는 참신하고 발전된 주장도 있다. 그는 “점진적인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며 이 과정을 차분히 추진하자고 한다.

안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특별히 강조한다. 경제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고, 일자리의 대부분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만들고 있고,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혁신해야 대기업도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가 후려치기나 특허 가로채기 등 대기업의 횡포도 근절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끼리의 과당 경쟁도 막고, 좀비 기업 퇴출제도도 만드는 등 중소기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점이 눈길이 간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신선하다.

안 원장은 기업의 사회책임(CSR)도 매우 강조한다.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 이해관계자 특히 종업원의 이익,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고용 증진,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공정한 거래 관계, 전체 시민을 위한 공헌 등을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진정성이 있는 것은 스스로가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면서 소프트웨어 사업의 워킹 모델,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 모델, 공익과 이윤 추구의 공존이라는 목표를 실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과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 제도,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임금 피크제, 현재 30% 수준의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점진적 인상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안 원장은 북한은 해결해야 할 문제인 동시에 미래를 위한 선물이라고 한다. 지하, 관광, 인적 자원을 토대로 북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긴장완화라는 성과는 있었지만 퍼주기 논란 등 남남 갈등과 이념 갈등을 유발했고, 이명박정부의 채찍정책은 남북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본다. 천안함 사건은 기본적으로 정부 발표를 믿지만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외교의 기본 원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의 균형 속에서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고, 현재는 균형 외교와 다자 외교가 중요하다고 한다.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는 교육 문제, 농업 문제, 성평등, 장애인, 다문화 사회 등에 대한 대안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의료 분야에서 의료민영화 반대를 분명히 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개인 모두가 돈을 더 내야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정책에서 탈핵의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신재생에너지 시대로 가자고 한다.

안 원장은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피해가지 않는다. 한미FTA는 적극적인 재재협상이 필요하고, 한중 FTA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4대강은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유지보수비 등을 정확히 산출하여 냉정하게 판단하자고 한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했느냐의 문제는 그동안 서로 다른 관점의 4개의 정부가 같은 결론을 내렸으므로 그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만약 틀렸다면 이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당시에 거짓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제도, 사법 분야 등 일부 빠진 부분이나 세세한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많지만 진영 논리를 뛰어 넘자는 그의 주장이 잘 반영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자체만으로도 몇 달 후로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의 수준을 확 높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안 원장에게 빨리 출마 선언을 하고 검증을 받으라고 재촉해 왔다. 여기에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지엽적인 것들을 가지고 공격하면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안 원장이 주장하는 미래 사회와 정책들에 대한 제대로 된 논쟁을 보고 싶다. 안 원장 역시 이미 우리 사회에 대통령 출사표를 뛰어넘는 출사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안철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실천을 보여줄 때이다. 그 시작은 범야권의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정치 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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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2012-08-19 08:51:5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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