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평등사회 ‘100만원의 기적’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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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평등사회 ‘100만원의 기적’이 해답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2.08.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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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본부, 정책워크샵서 건강정책 과제 고민…'정치적' 반공담론 극복 및 ‘통치의 정치학’ 전향 제안

 

의료민영화의 강행,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한미 FTA 체결 등으로 보건정책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들이 쏟아져 귀추가 주목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회((준)공동집행위원장 김경자 김정범)는 지난 13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제2차 ‘열린 보건의료 정책워크샵’을 열고 대한민국 건강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 13일 보건의료운동본부 제2차 정책워크샵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꿈꾸는 건강정책의 미래와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양대학교 신영전 교수가 발제에 나서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 및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김경자 집행위원장의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정책워크샵에는 사회진보연대, 늘품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기독청년의료인회, 참여연대, 의료산업연맹 등 관련 유관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우선 이날 발제를 맡은 신영전 교수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낮은 보장성과 의료 소외계층의 증가로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틈을 노린 민간보험시장의 확대 움직임에도 이를 제제할 마땅한 견제장치 또한 없어 관리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건보재정의 악화와 의료의 불평등, 의료민영화의 추진과 저지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 체결을 비롯한 선택의원제의 도입,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허용 등의 민감한 정책들이 추가로 쏟아지고 있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신 교수는 “이러한 악천후 속에서도 ‘의료보장제도의 개혁만이 근원해결을 위한 본질적인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신영전 교수
‘위험자 전환전략’…의료체계 낭비지출 막는다

온국민이 염원하는 의료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 마련이 가장 시급한 상황.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고용율 및 임금상승율을 훨씬 웃도는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소식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현실이다. 심지어 건강보험 수입보다 지출이 빠른 속도로 앞지르면서 2030년에는 50조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낭비 구조에 대한 조정 능력의 한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민간 의료기관 중심의 공급체계와 행위별 수가제의 지불방식으로는 낭비 구조를 막을 수 없다”면서 “재정 악화를 해소키 위해서는 공급체계의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료비 증가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국민이 지고 있는 현재의 모형에서는 의료체계의 낭비를 줄이려는 동기부여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 신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따라서 신 교수는 진료비 증가의 부담을 정부가 지도록 하는 ‘위험자 전환전략’을 제시했다. 정부가 위험을 부담할 때 의료의 영리화나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비수혜자 ‘4백만’…‘100만원의 기적’만이 해답

50%대의 낮은 보장률과 의료보험에 가입조차 못하는 의료빈곤층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도 지적됐다.

특히 의료보험의 비대상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어 현재 장기체납으로 인한 의료보험 미가입자만 최소 2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노숙자 약 2~7만 명, 미등록 이주노동자 20만 명 이상 등까지 감안하면 의료사각지대의 범위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전 교수는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대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의료보험통합제도와 ‘무상의료 100만원의 기적(100만원 상한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피력했다.

‘100만원 상한제’로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라는 궁극적 목표가 달성되면, 자연히 민간보험은 사라질 것이고, 해당 지출을 의료보험으로 흡수시켜 제도의 합리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 교수는 의료민영화로 공급구조의 영리성이 강화되고, 민간보험이 더욱 확산돼 진료비가 상승하면 제도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의료민영화의 중단’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교수는 보장성 확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100만원 상한제에 포함되는 행위의 범위와 최종 달성 시기를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 신영전 교수와 김경자 집행위원장
“‘통일’ 없이 ‘무상의료‧복지국가’ 없다”

건강정치를 위한 시대적‧공간적 과제도 제시됐다. 신영전 교수는 우선 기존의 '정치적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평등해야 이득이다”라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신 교수는 ‘적대적 공존관계’를 청산해 남북한의 격차를 해소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통일 없이는 복지국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신 교수는 ‘저항의 정치학’에서 ‘경쟁의 정치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정권 통치를 위한 책임 있는 저항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건강정치에서 권력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권력의 사유화’를 적극적으로 막아낼 것을 강조했다. ‘의료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 역시 의료의 ‘사유화’ 때문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신 교수는 양당제가 가지는 정치적 보수성과 참여의 소극성을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정당도 존재‧기능할 수 있도록 다당제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개혁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과제를 환경이슈 정도로 격상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경험적 근거 양산에 힘쓰는 한편, 다른 사회운동과 결합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앞으로 진보적 보건의료 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원칙을 갖고 실천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병원비 걱정없는 사회’라는 궁극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데 주력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두 차례에 걸쳐 정책워크샵을 마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회(준)는 오는 27일 오후 7시 민주노총에서 간담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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