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억의 막걸리나]'송명섭 막걸리'를 아시나요
상태바
[조남억의 막걸리나]'송명섭 막걸리'를 아시나요
  • 조남억
  • 승인 2012.09.19 16:47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조남억 사무국장

 

본 연재코너는 인천건치 조남억 사무국장이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의 막걸리 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한 다양한 막걸리의 맛을 소개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우리 전통주 '막걸리'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편집자주)

막걸리의 맛을 감별할 때, 단맛, 신맛, 쓴맛이 어느 정도 되는가 하는 것을 본다. 이 세 가지의 맛은 와인을 감별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커피를 감별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 가지 맛 가운데, 제일 인기가 없는 맛이어서 가능하면 없애고 싶어 하는 맛이 쓴 맛인데, 사람 입맛이라는 것이 참 오묘하여, 단맛과 신맛에 어느 정도 길이 들어지게 되는 순간부터, 쓴 맛의 참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커피도 처음에는 단 맛이 강한 것이 인기가 높다가 점점 쓰디 쓴 고유의 맛을 즐기게 되듯이, 막걸리 또한 처음에는 단 맛이 강한 막걸리들이 맛 좋다고 느끼게 되다가, 점점 상큼한 신맛의 막걸리가 좋다고 느껴지게 되다가, 마지막에는 아무 맛도 없어서 오히려 씁쓸한 맛이 나는 막걸리들이 좋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막걸리 전문점 사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어느 자주 오시던 손님께서 사장님이 추천해주는 막걸리를 먹어보고 싶다고 하여, 자신 있게 송명섭 막걸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손님이 한 모금 마셔보더니,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맛없는 막걸리를 추천해 줄 수 있느냐? 나 정도는 단골도 아니냐?”고 화를 내었다고 하였다. 그 사장님께서는 달달한 다른 막걸리로 바꿔 주었고, 그 뚜껑 따버린 막걸리는 혼자서 느긋하게 음미하였다고 하였다.

송명섭 막걸리는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에 있는 조그마한 양조장에서 만들어진다. 송 명섭 선생님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데, 막걸리 기술이 아닌 ‘죽력고’라고 하는 증류소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죽력고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마셔볼 것을 권해드린다. 위스키보다 훨씬 더 깊은 향과 맛에 빠져들 것이다.

송명섭 막걸리를 만드는 데에는 딱 3가지만 들어간다. 직접 재배한 쌀, 직접 우리밀을 재배해서 빚은 누룩, 그리고 물이다. 몇 달 전 태인양조장에 답사를 갔다가 선생님께 직접 쌀을 재배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쌀을 사서 막걸리를 이렇게 만들면, 지금의 막걸리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서라고 하셨다. 지금도 900ml 한 병에 2,000원이 비싸다는 소리를 듣는 상황이라고 하였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막걸리에 알맞은 쌀 품종을 골라서 직접 농사지으셔서 막걸리를 만들어주시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송명섭 막걸리의 단점이라고 하면, 주문해서 마실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매번 맛이 달라진다. 선생님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일본의 사케를 만들때처럼 어느 균종 하나를 번식시켜서 누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들, 균들이 모두 모여서 전통 누룩을 만들게 되어, 계절마다 날씨마다 누룩이 달라지게 되어 맛도 달라지게 된다고 하셨다. 마치 된장을 언제, 어디서 띄우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재료가 단순하고, 방법이 단순하니, 맛 또한 단순한 듯 하고, 그래서 드는 느낌이 ‘조선시대에 마시던 막걸리의 맛이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단순한 것으로 단순하게 만들면서, 깊은 맛을 내니, 그것이 진정한 기술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술들에는 단맛이 강한 술들이 많이 남아있다. 예전에 단맛이 귀하던 시절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고급기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맛의 술을 마시면, 혀가 금방 얼얼해져서 안주의 맛을 즐기기도 어려워지고, 술맛을 계속 즐기기 어렵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런 맛이 나지 않고, 오히려 씁쓰름한 맛이 도는 송명섭 막걸리를 한 모금 입에 넣으면, 거칠거칠한 현미밥을 입에 넣고 오래 씹은 듯한 느낌이 나면서, 목 넘길 때에는 오히려 입안이 개운해지고, 김치 한쪽이라도 이 술과는 잘 어울리는 안주로 만들어준다.

느린마을 막걸리가 달달한 자장면의 느낌이고, 금정산성이 상큼한 회초비빔밥의 느낌이라면, 송명섭 막걸리는 현미밥 그 자체의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에 밥과 먹는 반찬들이 모두 다 좋은 안주로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몇 달 전 인천의 한 시민단체 수련회에 막걸리들을 가지고 갔다. 위에 이야기한 세 가지 막걸리를 가지고 가서 맛을 보여주었더니, 먹걸리 맛의 다양함과 깔끔함에 다들 한마디씩 하였다. 그리고 어느 막걸리를 선호하는가 하는 질문을 했을 때, 세 가지 막걸리 모두 골고루 표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좀 차이가 났는데, 평소에 술을 잘 못 마시는 젊은 층 일수록 느린마을 막걸리를 선호하였고, 어느 정도 많이 마시는 중년들은 금정산성 막걸리를 선호하였다. 평소 주당소리를 들으면서 장년층으로 갈수록, 송명섭 막걸리를 선호하였다. 

평소에 집에서 혼자서 막걸리를 마셔야 할 때에는 한 병만 마셔야 하니,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막걸리를 고르게 되는데, 손님들이 여럿 와서 막걸리 여러 병을 소화시킬 수 있을 때에는, 위의 세 가지 막걸리를 기본으로 셋팅해 놓는다. 그리고 한 가지 막걸리를 두 잔 이상 연달아 마시지 않게 하고, 다른 맛들을 돌아가면서 마시게 한다. 그러면, 이 세 가지의 맛에 혀가 적응되지 않고, 계속 민감하게 즐기면서 막걸리를 마시게 되는 것 같다.

맛이 없고 싱거운 것 같고, 오히려 쌉싸름하고, 텁텁한 느낌이 나는 막걸리. 그러나 그 맛을 알게 되면, 오히려 그 담백함과 깔끔함으로 인하여 계속 찾게 되는 막걸리. 먹다가 다 못 먹고 남아도 그냥 스스로 발효 식초로 변하여 몸에 좋은 식초로 먹을 수 있게 되는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를 통해서 막걸리의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조남억(인천건치 사무국장 강화치과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남억 2012-09-21 13:33:33
정민용 대표님은 주당이어서 그럴꺼라 믿습니다...^^..
전양호 국장님...죽력고도 한번 드셔보시고,,막걸리도 드셔보세요...막걸리는 순한 맛,,,죽력고는 강한 맛...둘다 중독성이 강해요..
윤은미 기자님,,,한두잔 먹을때에는 자장면 맛 따라갈 것이 없을 것 같아요...세가지 밥을 놓고서, 두숟가락만 먹으라고 하면,,저라도 짜장밥을 먹을 것 같아요...^^

윤은미 2012-09-20 15:34:26
선생님 막걸리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다 먹어보고 싶지만, 전 아직 자장면맛 막걸리가 더 땡기는 걸 보니 여전히 초짜인가봅니다..

전양호 2012-09-20 13:49:28
잡지에서 함 봤었는데...잡지에선 죽력고만 나왔었는데...음 막걸리도 만드시는구나...

전민용 2012-09-20 11:40:29
막걸리는 저도 좋아하는 막걸리인데 그렇다면 저도 주당 소리 들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님 나이만 먹었다는 뜻?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