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69]한국의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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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69]한국의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성찰
  • 전민용
  • 승인 2012.10.15 15:3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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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김기원, 창비

 

복지 논쟁, 경제 민주화 논쟁에 이어 정치 개혁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복지도 경제 민주화도 결국은 정치가 바로서야 실행 가능하다는 성찰일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당과 정치 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치권의 쇄신을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민주당의 강도 높은 쇄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무엇이 정치권 쇄신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쇄신은 “묵은 것이나 폐단을 없애고 새롭게 함, 없애고 새롭게 하다”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정치의 묵은 것이나 폐단의 정확한 파악과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개혁진보 정치권은 과거 집권 경험이나 정치 경험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현재 민주당의 대선 후보와 주요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참여정부 5년의 공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생각해 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는 ‘노무현정권과 개혁진보진영에 대한 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부제 그대로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하나의 세력으로 형성되고 있는 개혁진보진영의 각 세력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담고 있다. 최근 각 후보들이 비전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것들이 실행 가능하려면 올바름과 현실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인식과 객관적 평가는 미래에 대한 올바름과 현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반면  교사가 될 것이다. 저자의 평가와 대안은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큰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공론화라고 생각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무현시대 역시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노대통령이 경제를 잘못 관리한다는 것을 부각시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비난하곤 했다. 이것은 2007년 MB의 경제대통령 슬로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보수파가 좋아하는 경제성장률로 보더라도 이명박시대 보다 노무현시대가 1-2% 더 높았다. 저자가 보기에는 노대통령은 ‘경포대’라기보다 정치를 포기한 ‘정포대’에 더 가까웠다. 노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결정하면서 정치적 고려가 별로 없어 자기편을 축소 약화시키고 반대편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힘 없는 정권은 어떤 정책도 관철하기 어려워졌고 지지 기반은 더 축소되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었다. 1988년의 청문회장이나 부산에서 계속된 낙선 행진도 큰 감동을 주었다. 정몽준이 지지를 철회 했을 때 여러 인사들이 정에게 사과하러 가자고 끈질기게 종용했을 때도 “실패한 후보는 될 수 있어도 실패한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통치 시기의 노무현에게서는 이런 감동의 노무현다움이 보이지 않았다. 거꾸로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가벼움이나 참모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노대통령의 이단아적 특성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지도자는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주위 참모들을 배치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참모들이나 뾰족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 되었다. 더구나 통치에 힘을 발휘하려면 국민의 지지가 받쳐줘야 하는데 노정권은 정치적 고려에 소홀했다. 기껏 청와대 권력만을 장악했던 노정권은 취임 당시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던 의회 권력과 재벌, 관료, 언론이라는 또 다른 강한 권력집단에 대한 권력 투쟁에서 결국 패하고 말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연정 제안이 나왔을 때 황당해 했다. 처음에 노대통령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았다가 누군가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그냥 덮자는 참모들의 건의를 무시하고 노대통령이 치고 나갔다고 한다. 이런 사안은 상대방과 물밑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후에 공론화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제안하니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떤 의도에 말려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노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총리와 내각을 한나라당에 넘기고 대신 선거구제를 개편하려고 했다. 노대통령의 상식을 뒤엎는 이런 결단이 대통령 전에는 감동을 줄 때도 많았지만 권력을 가진 이후에는 독선으로 보여졌다.

기자실 사건은 기자실을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확장한 일이었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언론탄압이라는 쓸데없는 논란을 자초했다. 최소한 진보언론 쪽의 의견이라도 미리 수렴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이 없어 모든 언론들의 반응이 나빴다. 기자실을 바꾼다고 언론이 정말 개혁 되었는지도 의문이고 대중의 삶과는 무관한 행정 조치일 뿐이었다. 좋은 일이면 정치적 고려 없이 밀고 나간다는 노정권의 반정치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대북송금 특검은 불가피했을까? 문재인의 ‘운명’에 따르면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였음을 내세워야했다. 그런데 김대중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몰랐다고 해버려서 통치행위라고 하기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총리 임명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협박도 감안했을 수 있다. 특검이 일반 검찰 수사에 비해 수사 목적과 범위를 특정하므로 덜 위험하다는 법률적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특검 수용의 결과는 정권 초반에 주요 지지 기반 중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호남세력이 떨어져 나가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송금에 대해 보고받았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정권이 더 끈질기게 김대통령 측을 설득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통치행위임을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설득에 실패했더라도 대북관계는 통치행위임을 일방 선언하고 수사 중단을 지시하거나 최소한 어떻든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 ‘운명’에 따르면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의 협조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파병을 계기로 북핵문제가 6자 회담 등을 통해 노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려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생각에는 파병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국민과 진보개혁진영에 대해 충분한 대화나 홍보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또한 한미 관계가 정말 파탄나지 않는 한 한미 관계 때문에 국내 정치를 무시하는 것은 본말 전도라고 본다. 국내의 반대 여론을 업고 비전투병을 파병 했던 것처럼 충분히 협상력을 더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미 FTA 문제는 개방이냐 쇄국이냐가 아니라 개방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 더 공론화 했어야 한다고 본다. 관세인하 효과도 크지 않고 대미 무역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 같은 독소 조항까지 있는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미국 제약회사를 위해 죽도록 싸운 인물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김현종 같은 인물을 기용한 것도 문제였다. 협상의 순서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나 개성공단 문제 등에 유리했던 한-EU FTA를 먼저 체결했다면 한미 FTA 협상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정치와 행정, 정치가와 관료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 노대통령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실리주의적 관료들의 입장으로 기울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적 훈련을 받은 관료들이 규정과 명령에 따라 끌어가는 대규모 행정 없이는 근대국가는 존립할 수가 없다. 하지만 관료들은 창의적이기 어렵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정치와 행정의 균형이 중요하다. 비전과 기본 방향의 제시는 진보적인 정치가가 맡고 효율적인 집행은 관료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정권의 성패는 인사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대통령과 철학과 비전을 같이 하되 일처리 능력도 뛰어난 인물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노정권의 인사정책에 대해 코드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하는 억지 주장도 많았지만 재고해야 할 부분들도 많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문재인수석은 다른 자리를 통해 정무적 감각을 기른 후 중용했어야 했고, 강금실 법무장관은 검찰 개혁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발탁이라고 본다. 이광재의 삼성과의 유착 문제도 인적, 정책적으로 논란이 될 만 했다. 인재 풀의 한계 속에서 핵심 포스트에 힘을 집중하고 브라질의 룰라처럼 그림자 내각을 미리 발표해 통치를 준비하게 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민주화 이후에는 대통령도 다른 국가 기관이나 세력과 더불어 권력을 분점 한다. 이들 권력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고 때로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투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 민주사회이다. 그런데 한국의 권력집단들은 시대착오적 성격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현실이 있다. 진보개혁 정권은 검찰, 거대언론, 재벌이나 각종 특수 이익 집단과 공공의 이익을 둘러싸고 일전불사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런데 노정권은 이런 투쟁에서 갈팡질팡했고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지 헤맸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노정권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했다고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검찰을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정권은 역사상 최초로 검찰 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상정하고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대해진 검찰 권력 축소나 검찰 자체의 비리에 대한 견제 등의 개혁에는 실패했다. 적어도 인사권을 적절히 활용해서 검찰이 특권층을 엄정하게 수사하게 하는 ‘검찰 본분 찾기’는 하도록 했어야 했다. 또한 국정원을 정치 사찰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권력 기관 민주화를 위해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개혁은 정권의 힘이 살아 있는 집권 1년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혁명정권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식으로 성공한 경우가 없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나 싸움을 펼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강한 적과 상대해 가는 게 옳다고 제안한다. 전선을 여러 개로 분산하는 것도 불리하고, 순서의 문제도 중요하다. 경기도 교육청도 먼저 무상급식 이슈로 대중의 지지를 확대하고 그 힘으로 인권 조례와 혁신학교라는 개혁정책을 펼쳐나갔다.

오바마의 경우에도 뚜렷한 저항 세력이 없는 금융 위기의 피해자들, 즉 실업자나 주택상실가계들을 위한 구제책을 먼저 하고 이 힘을 바탕으로 금융 개혁과 의료 개혁으로 나갔다면 더 수월했을 것이란다. 의료는 보험업계, 금융은 월가의 저항 때문에 어려웠고, 개혁도 부실해져 버렸다. 브라질의 룰라는 빈곤층을 위한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부터 밀고 나가며 대중의 지지를 획득했다.

저자는 2부에서 한국의 진보에 대해 성찰한다. 한진중공업 사태 평가나 정규직 노동조합의 현실과 문제점도 지적한다. 진보파의 과거 계보와 비현실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를 쓰자고 하고 장하준 교수의 주주자본주의관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저자는 한국은 이미 다른 선진국처럼 저성장 또는 중성장 단계에 들어섰고, 성장동력은 필요하지만 삶의 질의 문제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한다. 한국 사회를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한 부분도 읽을 만하다.

최근 들어 문재인 후보는 여러 면에서 참여정부의 과오를 시인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더 폭넓고 냉정한 평가와 대안 모색은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후보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공동 정부 구성이라는 과제의 동의 여부를 떠나 비슷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가졌던 정권에 대한 평가와 대안 모색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교훈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내용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당사자나 관찰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 제기의 시작이나 의제화라고 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정확한 평가를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둑 실력 향상에 복기만큼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 과거 민주 정부 10년 뿐 아니라 이명박정부 5년 까지도 선입견 없이 객관적인 복기와 평가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세력이라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믿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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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2012-10-16 10:57:14
이렇게 잘 정리된 글을 보니 대연정제안이나 대북특검에 대한 단순한 실망과 분노가 아닌, 좀더 책임있는 이해와 행동이 필요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kygdc 2012-10-16 10:35:52
글을 읽으니 책 한권을 다 읽은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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