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 의사가 친절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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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 의사가 친절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 고병수
  • 승인 2012.11.19 11: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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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가슴앓이

 

유럽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들이면 병원 관련해서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해?”
“내가 어디가 불편한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금방 약을 처방하고 말더라니까.”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는 걸 못 봤어.”

모두 맞는 얘기다. 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자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친절히 이것저것 살피면서 진찰을 하는 의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외국에는 친절한 의사들만 있고 한국에는 못 되먹은 의사들만 있는 걸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 자신만이라도 친절한 의사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하면서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스님, 약 좀 제대로 드십시오

내가 일하는 진료실에는 고혈압 때문에 오시는 50대 중반의 스님이 한 분 계신다. 얼굴이 까맣고 주름도 많아서 나이보다도 늙어 보인다. 말씀도 없으시고 순하게만 보이는 이 스님은 딱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혈압강하제(고혈압약)는 빠트리지 않고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한데, 스님은 가끔씩 정해진 날보다 10여일 이상 지나서 내게 오곤 했다. 분명 중간중간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혈압을 재보고 상태에 대해서 몇 마디 나눈 다음 이번에도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스님, 이렇게 약을 잘 안 드시면 어떡합니까? 바빠도 꼭 드시라고 몇 번을 말했어요?”
“어휴, 절에 있다 보니 잘 안되네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잘 먹고 오겠습니다.”
“아니, 그건 전부터 여러 번 말했던 거고요, 이렇게 자꾸 안 드시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단 말입니다.”

나는 화를 내면서 숫제 반 협박까지 하였다. 혈압강하제를 잘 먹으라는 다그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말을 잘 안 듣는 것에 대해 은근히 화도 났었다.

스님은 온 김에 기침이 오래도록 안 떨어지니 봐달라고 해서 진찰을 하려고 등을 걷어 청진기를 대려는 순간 침을 꼴딱 삼켜야 했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 등짝 가득 그려져 있는 용문신!

갑자기 이건 뭐예요 하면서 물어볼 수는 없고, 시치미를 뚝 떼고 진찰을 마친 후 혈압강하제와 함께 감기약 처방을 하고 스님을 보냈다. 그날 하루 종일 스님과 문신에 대해 온갖 상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지 출가하기 전에 그려진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속세에 있을 때 좀 놀았다는 뜻...? 그 순해 보이는 얼굴 뒤에는 조직 폭력배의 그림자가...? 한 주먹에 날아갈 수도 있었을 내가 뭘 믿고 큰 소리를 냈으며, 본인의 사정을 잘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짜증을 부렸던지.

얼마 지나서 다시 스님이 왔을 때 나는 결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다만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약을 빠트리는지 공손히, 아주 공손히 물어보았을 뿐이다.

“허허, 제가 게으른 게 가장 문제죠. 핑계라면 산 속에 절이 있다 보니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 없을 때가 많아서 자꾸 늦게 됩니다.”

마땅한 차량이 없을 수도 있고, 폭설이라도 내리면 시내로 나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것도 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 동안 스님이 어느 절에서 기거하는지, 가족력이 있는지, 식생활은 어떤지 등 제대로 물어 본 적도 없었다.

약을 잘 안 먹는 것에 대해서 화낼 줄만 알았지 그 연유를 묻고 대책을 마련해보려는 노력은 더욱이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스님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표정도 지어보고, 그래서 약을 넉넉히 처방해 드릴 테니 약이 남았어도 미리 오시면 좋겠다고 친절히 말씀을 드렸다. 좀 더 이야기하다 “내가 약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고까지 말할 뻔 했다.

친절할 수 없는 동네의원의 현실

친절하다는 것이 그 사람의 기질적인 면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로 치면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려고 해도 바쁘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친절하려고 노력해도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면 친절이 지속되기 어렵다. 비록 의료라는 과업이 아무리 숭고하고 고귀한 것이라 할지라도.

환자가 많아서 잘 되는 병원이라면 빨리빨리 증상을 듣고 약을 처방해서 보내는 식으로 상품을 찍어내듯이 진료를 하게 된다. 한번에 환자 3명씩 진료실로 들여보내서 약속된 처방을 모니터로 출력해 버리는 식으로 많은 환자를 본다는 병원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환자가 없더라도 그 의사는 환자에게 2~3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진료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기도 하고, 이미 몸에 밴 진료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어느 독일 의사는 동네의원을 운영하면서 보통 하루에 30~40명의 환자를 본다고 했다. 자기는 환자가 많아서 그 정도이지만 주변의 동네의원에서는 20~30명을 진료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진료에 들이는 시간도 환자 1명 당 10분은 넘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로 의원 재정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100명 가까이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그러면 한 명의 환자를 보는데 3분 이상 할애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수입이 유지되도록 만든 수가 문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하루에 10분 이상 찬찬히 환자를 진찰하고, 상담도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일차의료 체계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의사들의 욕심이나 친절에 대한 교육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건강보험이 보편화되면서 생긴 병적인 현상이다. 결코 건강보험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 저수가 정책으로 저급한 진료 현실을 만들어 낸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사실은 객관적인 자료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OECD 회원국을 보면 동네의원 의사들(GPs)은 우리보다 보통 1/3 정도 적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주민들도 동네의원을 찾는 방문 횟수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보는 구조이며, 환자들도 쉽게 동네의원을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 자료 출처 : OECD Health Data 2010 (2009년 수치, 단위 : 방문 건수/연)

어느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나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넉넉한 시간을 들여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그러면 의사들이 적은 수의 환자를 성의있게 진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환자 수를 늘리려 수입만 늘리려고 할 거라며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사실 이런 생각도 맞는 것일 수 있으나, 그것은 어떠한 보완 노력을 기울이거나 다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을 놓치고 있고,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생각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차기 정부는 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과 오랜 협상을 한 끝에 드디어 의사들의 오랜 숙원인 수가 문제를 해결했다. 대신 동네의원은 환자관리에 충실하기로 약속을 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이 예전 습관대로 동네의원을 찾다보니 의사들의 진료 수입이 많이 늘었으나, 예방 교육이 잘 되고 불필요한 진료가 없어져서 해마다 환자가 줄어들었다.

시행 5년쯤 되자 보통 동네의원들은 30~40명 정도의 환자 수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만큼 한 명 한 명 환자에 들어가는 의사들의 시간도 늘어났고, 주민들은 의사들로부터 더 많은 상담과 예방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정부는 환자가 줄어든 만큼 또 적절한 진료 수가를 책정해서 동네의원들이 재정이 어렵지 않고 지역 의료를 위해서 충실히 일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고병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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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czxc 2012-11-23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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