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와인을 설명해주는 것이 있었다. 평소에 잘 모르고, 궁금하였던 분야여서 관심 있게 듣게 되었다. 품종별 설명과 국가별 설명이 간략히 이어지고, 와인 전문점에 가서 소믈리에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면서 와인 추천을 받으면 좋은지, 어떤 순서로 와인을 마시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제일 마지막으로 나오는 말이 디저트 와인에 대한 것이었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음을 시작한 후, 단맛, 신맛, 쓴맛의 와인들을 맛 보았다면, 여기서 끝내지 말고, 디저트로 아이스 와인 한잔정도 마시면서, 입가심을 해주면 좋겠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코스요리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제일 단 맛을 내는 푸딩이나 샤베트같은 것들을 디저트로 내는 이유가 단 맛이 다른 모든 맛들을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즉 단맛을 먼저 먹고, 다른 맛을 보면 안 되고, 다른 맛들을 보고나서 단맛을 보는 것은 괜찮은 것이다.
그 순간, 막걸리를 먹는 순서를 결정한다면 어느 순서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디저트 막걸리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였는데, 공주 알밤주가 딱 떠올랐다. 물론, 아이스와인처럼 혀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단 것은 아니지만, 다른 막걸리들의 맛을 감출만큼 충분히 달달하면서, 고소하여 디저트 막걸리로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 알밤주를 마시면, 모든 식사를 마친 후 후식으로 바밤바 하나를 입에 물고 식당 밖으로 나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술을 마신 사람들에게서 곧장 나오는 이름은 바로 바밤바 맛이다. 그런데, 이 맛을 합성 감미료를 이용하여 만든 맛이 아니고, 공주 정안지역의 밤을 잘 가공하여 내는 맛이라는 데에 좋은 점이 있다.
이 공주 알밤주가 나온 이후에 이 맛이 좋아서 찾는 사람이 늘어남과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유사 밤 막걸리들이었다. 알밤 막걸리, 밤 막걸리 등의 이름을 가진 막걸리들이 많아졌다.
식당이나 가게에서는 이익이 더 많이 남는 밤 막걸리를 들여놓게 되었고, 유사 막걸리들의 납품단가가 낮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밤은 적게 넣고 밤 맛 첨가물을 더 넣게 되었다.
나도 처음에 충청도 지역에 갔다가 먹어본 밤 막걸리가 맛이 좋다는 생각만 하고서, 그 후에 밤 막걸리가 보이면 계속 사먹게 되었는데, 처음의 그 맛을 찾기가 어려웠었다.
밤은 적게 들고, 밤 맛은 더 진하게 나는 막걸리. 사실 이런 먹거리는 막걸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고기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소고기 맛 육수, 우유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우유 맛 과자나 음료들이 우리 주위에 가득한 세상이다.
밤 맛이 더 나고, 더 달달한 막걸리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고, 또 인기를 끌고 있다. 맛도 떨어지고, 값은 비싸겠지만, 원래의 맛을 찾아서 북돋아주는 것은 소비자의 책임일 것 같다.
얼마 전 건치 인천지부 LT 뒷풀이를 위해서 막걸리를 준비하였다. 여러 가지 막걸리를 준비하기 어려워서 한 가지 막걸리만 준비하였는데, 어떤 것으로 할까 고민이 되었다.
모임에는 술을 잘하는 사람부터 잘 못하는 사람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니, 모두가 좋아할 만 한 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은 술을 고르는데, 단 맛과 고소한 맛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주 알밤주로 골랐다.
누구나 맛좋게 마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싫증나지 않고, 7도의 알코올 도수여서 그런지 술의 느낌도 흐리지 않고, 목 넘김도 좋았다. 새벽까지 마시고 아침에 머리아프다거나 속 쓰리다는 사람도 없었다. 집사람도 맛보여주고 싶다고 남은 술은 서로 가져간다고 하였다.
달달한 맛은 뭐니뭐니해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막걸리의 시큼함과 텁텁함 등의 기억으로 막걸리를 멀리하게 된 사람들도 자기 생각을 바꾸게 해주는 맛이다.
거기에 고소한 향이 더해지니, 이 막걸리를 안 좋아 할 수가 없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 왔다. 금방 발효가 되어 보관이 어렵고, 빨리 맛이 변하여 좋은 맛보기가 어려운 시절이 지나갔다. 이번 겨울 공주 알밤주 한잔 해보시길 권해드린다.
공주 알밤주는 밤이 10%첨가되어있다. 보통은 이것만 보아도 구분을 할 수 있고, 더 보려면 천지인주조를 찾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