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답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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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우리에게 있다"
  • 이원준
  • 승인 200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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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베트남 진료활동을 다녀와서

"모든 답은 우리에게 있다"

첫날(13일) 오전 전쟁박물관 견학 후 반레 선생과의 만남이 진행됐다.

반레 선생은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지만 시종일관 밝고 진지한 자세로 자리를 이끌었다. 만남 시작 전 반레 선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참가자들이 반레 선생의 한국어 번역 소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을 가지고 나와 사인을 받는 풍경이 연출됐다.

격식을 몹시 싫어한다는 선생의 뜻에 따라 정해진 주제 없이 참가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만남은 진행됐다.

주로 입대의 배경, 전쟁의 기억, 현재 가해자들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베트남 역사에 비추어 현재 한반도 분단과 그 해결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마치 정세 토론회를 방불케 하는 열기가 넘쳐났다.

우문에 현답이라고 할까? 우리 문제에 대한 물음의 답은 "모든 답은 한국민들이 가지고 있다"였다.

"나를 전쟁에 뛰어들게 한 것은 계급투쟁의 관점이나 거창한 사상이 아니었다. 오로지 우리 민족이 침해당하고 있고 그것이 곧 나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베트남전 또는 항미전쟁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을 하나로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전쟁의 본질 또한 그러했지만….

따이선현 의료센터

따이선현 의료센타는 작년 안뇬현 의료센타 보다는 좀 더 병원다운 분위기가 풍겼다.

알록달록한 대기의자, 벽에 붙은 타일, 건물구조상 환풍도 원활해 진료하기에는 작년보다 덜 덥게 느껴질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헌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 기후가 올해에는 이상기후로 예년에 비해 훨씬 서늘했다고 한다.진료실의 큰 셋팅은 선발대의 수고로 거의 마쳐진 상태였지만 작년 안뇬현에 맡겨놓은 콤프레셔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배관과 진료준비가 약간 늦어져 제시간보다 진료를 약간 늦게 시작했다.

총 진료에 필요한 용량보다 적은 콤프레셔가 작동하다 보니 중간중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문제 발생 시 언제 어디서나 웃으면서 나타나는 두 '박 반장'님 덕에 전체적인 진료기반 시설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이번 진료에서도 박진용 선생과 박진우 선생이 없었다면 과연 진료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을지 의심이 들었고 다시 한 번 노고에 감사드린다.

진료활동을 벌이며…

첫 날 진료에서는 조그마한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원활한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이 부족했고 환자의 주소와 치료계획이 다름에서 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는 다음날부터 서서히 줄어든 느낌이었다.

치주과 진료실은 예방진료의 강화차원에서 방 2개, 체어 4대가 배치됐지만 스케일러가 부족한 관계로 실제로는 체어 3대를 사용했고 나머지 1대는 맞은편 구강외과 발치환자를 소화했다.

치주치료-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스켈링-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는 역시 환자의 적체와 시간부족으로 아직 제거되지 않은 치석을 두 눈을 빤히 뜨고 보며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때 밀러 목욕탕 가서 얼굴 때 만 밀고 나온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런 문제를 줄이려 개인적으로 심한 경우는 리콜을 해서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곧 한계에 도달했다.

그리고 진료단 초기에도 제기된 문제였겠지만 TBI의 필요성도 새삼 느끼게 됐다. 제대로 마무리 못한 스켈링 환자에게 TBI라도 간단히 알려드리면 우울함이 좀 가실텐데….

많이도 아니고 투약실 통역학생 한 명에게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치아모형으로 환자에게 설명하게 하는 방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구강외과 진료실에서는 한 단원이 좀 특이한 방법(헴머로 엘리베이터 살살 치는 방법)으로 잔존 유착치근을 분리했다. 처음에 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좀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였다.

그런데 처음 듣은 의사도 좀 놀라는데 환자는 조금 더 놀라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특별한 경우라면 환자분께 설명을 드리고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존과는 치과진료팀 중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 육체적인 고생은 물론이고 심리적으로도 고생이 심했으리라 생각된다.

몇 번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두 번 해보면 적응이 될거야.'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료의 하향 평준화에 신참들이 적응하기를 바라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진료, 특히 보존, 근관치료에 대한 진료원칙의 상향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선생들이 고민했겠지만. 그렇더라도 불충분하고 불완전한 진료를 해준 뒤 기도하는 심정으로 '꼭 좋은 치과의사 만나서 마무리 잘 받기를 바래요'라는 바램을 항상 속으로 곱씹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진료를 도와주는 위생사 단원 두 분도 모두 보존과로 배치됐지만 신체적, 정신적 여러 가지 한계를 많이 느끼고 힘들어 했던 것같다. 잘 마무리가 되셨는지….

생존자와의 만남

예정됐던 생존자와의 만남은 런 아저씨의 건강상 문제로 금요일(18일) 따이빈사 현지에서 진행키로 하고, 대신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담'을 정상호 총무와 구수정 선생(안내원)의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사실에 대한 궁금증 보다 그것을 알기까지에 대한 과정과 과정 중 힘들었던 부분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이겨냈는지가 관심사항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얼마정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생존자 증언에 대한 구수정 선생의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거북했다는 의견들이 있을 정도로 베트남전 당시 생존자들의 상황은 처참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런 아저씨와의 대화는 어땠는지 참석하지 않아 모르지만 작년 런 아저씨의 증언에 비하면 구수정 선생의 내용은 많이 순화)된 거라고 한다. 다른 진료단원의 말을 빌자면 올해 런 아저씨와의 증언은 작년의 딱딱하고 서술적인 어투에서 많이 탈피해 편하게 이야기를 하듯 잘 이끌었다고 한다.

진료단원들의 문화공연

올해 환송회 행사에는 예년과 달리 진료단원들의 조촐한 문화공연이 마련됐다.

발대식 당시 취중의 혼란상황을 틈타 "노래공연 한 번 해보죠"라고 했던 게 현실이 돼, 꼬드김에 넘어간 몇몇 진료단원들이 준비를 하게 됐는데, 과정에서 손해림, 윤혜리 선생 등 숨어있는 노래일꾼이 발굴돼 결국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의 진료활동을 편집한 동영상은 감동을 배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토요일 학생들과의 환송회 자리는 핀 꽃을 바라보며 서로 그 아름다움에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작년 보다 열띤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흐느낌의 울림은 더 크게 느껴졌다.

이원준(안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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