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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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선의 추억...
  • 전양호
  • 승인 2012.12.12 17:3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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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 전양호 편집국장

 

2002년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해..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에게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좋아했고 지지했다.
권력자에게 호통치던 그가 좋았고, 권력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던 그가 좋았고, 언제나 거침없고 당당해보였던 그가 좋았다.

공중보건의 시절 두 시간이 넘게 차를 달려 투표를 하고, 엎치락뒤치락하던 개표중계를 라디오로 들으면서 다시 두 시간을 달려 근무지로 돌아오는 수고로움이 아깝지 않았다. 당선이 확정되고 그 열기에 들떠 시골 관사에서 홀로 술판을 벌이다가 취해 그 다음날 힘겨워하던 기억이 아직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기대만큼 컸던 실망감을 안겨주긴 했지만, 일가친척과 친구, 선후배 등 이른 바 아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거의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무기력했던 2007년을 지나 다시 대선이다.
말도 안 되는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놓고...
그 죄로 노심초사하면서 매일 매일의 여론조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할까 두렵고,
또 한 사람은 그 존재 자체가 두렵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아, 두명 빼고)은 가치에는 동의하고 심정적으로는 응원하지만,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 물론 눈에 보이는 가능성 외에 다른 가치를 가지고 투표하는 것에 대한 존중 역시 마음에 가지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뽑은 대통령 내가 신나게 욕해도 벌 받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초딩스러운 전시성 행사로 쪽 팔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제발 이것저것 다 해봐서 쓸데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국가 재산으로 아들에게 한 몫 챙겨주려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하경제가 아닌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더더욱 좋겠다.

정치가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되새기면서 5년을 지냈다.

투표하자. 투표가 국민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게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투표하자. 그래야 바꿀 수 있다.

그래야 국민들을 무시하고 자본과 권력에만 굽신대는 정치인들에게 경고장을 날릴 수 있다.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추억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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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대학 학생 2012-12-13 12:50:28
어제오늘 화제가 되고 있는 윤여준 씨의 찬조연설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네요.
저도 꼭 투표하겠습니다.

임종철 2012-12-13 11:36:11
박근혜 탓도 아니고 문재인 탓도 아니고(물론 안철수나 이정희 탓도 아니지만ㅎㅎ) 다 내 선택에 달려 있겠죠. 신중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죠.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치과대학 학생 2012-12-13 11:17:32
어제오늘 화제가 되고 있는 윤여준 씨의 찬조연설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네요.
저도 꼭 투표하겠습니다!

치과대학 학생 2012-12-13 10:36:24
어제오늘 화제가 되고 있는 윤여준 씨의 찬조연설만큼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네요.
저도 꼭 투표하겠습니다!

전민용 2012-12-13 09:25:43
적어도 혼자 술 먹지는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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