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71]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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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71]물의 연인들
  • 전민용
  • 승인 2013.01.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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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인들, 김선우, 민음사

 

시인이자 소설가답게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하다. 관능적인 연애 이야기이자 죽을 것 같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치유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간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성을 때론 가슴이 미어지도록 안타깝게 때론 충만한 사랑으로 넘치게 아름다운 시어로 묘사한다. 자연과 인간을 포함해 모든 것들은 한 물방울들처럼 하나로 연결되고 순환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   

자신을 폭행하고 강간한 사내와 결혼한 지숙은 평생을 폭력 속에 시달리다 딸 유경과 함께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 복역 중 자살한다. 엄마를 잃은 유경은 엄마가 가고 싶어 했던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고 거기서 연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연우는 한국의 와이강 근처에서 버려져 스웨덴으로 입양된 아이였다.

한국을 방문한 연우와 유경은 와이강을 찾고, 와이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다. 이들은 와이강에서 해울과 수린을 만난다. 해울은 연우처럼 강변에 버려져 당골네집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이고, 수린은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은 당골네의 손녀이다. 해울과 수린은 강을 너무 좋아하는 해맑은 아이들이다.

새로운 비극은 스웨덴에 잠깐 다녀온다던 연우의 사망 소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엄마와 연인을 차례로 보내고 살아 갈 의욕과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유경은 죽은 것처럼 연명한다.

한편 와이강 역시 ‘생명의 강 살리기’ 댐공사에 의해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강이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고 믿고 있는 수린은 불치의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 간다. 해울은 수린을 살리기 위해 공사 중인 댐을 폭파할 계획을 세운다. 해울과 수린은 유경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경은 운명처럼 와이강을 찾아간다. 와이강은 엄마인 지숙의 고향이자 화장한 재를 뿌린 곳이고 연인인 연우와의 마지막 추억이 깃든 곳이다. 유경은 와이강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연우는 정말 죽은 것일까? 유경의 엄마는 왜 자살했을까? 유경의 아버지는 누가 죽였을까? 와이강은 회복될 수 있을까? 수린은 다시 건강한 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해울의 댐 폭파 계획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시면 (500원^^) 소설을 읽으시기 바란다.

유경이 폭력의 상흔을 가리기 위해 손바닥과 발꿈치에 한 담쟁이 문신이 흥미로웠다. 담쟁이 문신은 깊은 상처의 직접적 증거이자 그녀의 감정을 수시로 드러내주는 매개물이다. 담쟁이는 유경과 지숙의 연결끈이기도 하고, 지숙의 첫사랑의 추억이기도 하다. 4년 동안이나 물을 주지 않아 죽어 있는 담쟁이화분을 연우가 정성껏 물을 주어 되살리는 장면은 소설의 주제, 주인공들의 특성, 물의 역할, 재탄생 등 많은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우와 유경의 사랑은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미롭고 아름답다. 그들이 품고 있는 상처의 크기를 생각하면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해울과 수린, 그리고 그들의 풋풋한 사랑 역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환상적이고 순수하다. 이런 설정들에 나처럼 감정이입하며 감동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불편해 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댐공사로 파괴되기 전의 와이강의 모습을 인용한다. “아……! 탄성이 나오는 와이강을 모두들 굽어보았다. 무위암에서 내려다보는 와이강은 자궁 속 태아를 감싸듯 와이산과 산자락 마을들을 감싸며 흐르고 있었다. 푸른 물빛이 출렁거리며 휘돌아 흐르는 강심에 눈부시게 흰 모래톱들이 드문드문 펼쳐졌고 흰 새들이 천천히 날고 있었다. 우리의 몸이 저렇게 흐르는구나, 강물이 흐르듯 피가 흐르는 존재가 생명이구나, 싶은 통찰이 푸른 하늘의 황금빛 햇빛처럼 찰나에 쏟아졌다고나 할까, 푸르고 희고 검고 붉고 노란, 가장 원초적인 색들이 가장 적절하게 제 기운들을 풀고 당기며 흐르는 강, (중략) 흐르는 풍경, 흐르는 색들, 흐르는 물결, 흐르는 모래들, 흐르는 새들, 꽃들, 풀들, 흐르는 바람…… 몸들…… 흐르는 인생…….”(전자책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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