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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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 안성욱 기자
  • 승인 2013.02.0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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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영화 산책…[7번방의 선물] 권력과 편견의 노예가 된 ‘만인의 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내용이다. 자유와 평등, 권리와 의무에 입각해 ‘만인’에게 평등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법처리는 권력이라는 큰 벽 앞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돈과 명예를 앞세운 권력 앞에 모든 일의 전후를 판단하지 않고, 안하무인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상영된 양윤호 감독의 영화 ‘할리데이’는 사회 질서를 구현하는 법체계가 돈과 명예를 앞세운 권력 앞에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대사로 잘 표현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환경 감독의 작품 ‘7번방의 선물’도 대한민국 헌법이 권력과 사회 편견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을 너무나도 여실하게 나타내 준 영화다.

권력 앞에 무장해제 된 정신지체 장애우

‘7번방의 선물’은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비리’와 그 법안에서 부당한 처사를 받는 비권력층의 애환을 코미디와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정신지체를 지닌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악의 흉악범들이 모인 교도소에 수감된다.

죄명도 ‘미성년 유인·유괴, 약취 및 강간 살인’. 사건의 전말은 딸바보인 주인공이 우연히 경찰서장의 딸을 따라가던 중 그녀가 주인공 앞에서 의문사를 당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모든 사건 앞에는 면밀한 조사와 사전 검증, 증거 확인 등이 선행된 후에 법 앞에서 판결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체장애란 편견과 권력 앞에 선 용구에게 내려진 것은 ‘사형’이란 극형이다.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단서인 국과 의뢰 결과도, 권력 앞에 부당한 처사를 받은 용구를 살리기 위해 교도소 수감자 및 관계자들이 올린 탄원서도 권력 앞에선 다 무시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지 경찰서장의 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현 경찰과 사법기관 공무원들에겐 입신양명하기엔 더 없이 좋은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권력도 권력 앞에선 속수무책

반면, 권력을 가지고도 그 상위의 권력 앞에선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

성남교도소의 소장도 유괴범으로 인해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부모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지닌 소장 앞에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은 한낱 범죄자일 뿐이고 사회의 처단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치부된다다.

하지만, 일련의 사고로 인해 주인공의 죄명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주인공의 죄가 출세가도를 원하는 사법기관의 억압에 의해 날조됐음을 파악하고, 주인공의 부당한 처사를 되돌리려 하지만, 자신보다 상위 권력 앞에서 좌절하게 된다.  

주인공의 형량을 결정짓게 되는 마지막 항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판결을 기다리지만 권력 앞에 무용지물로 전락한 법 앞에서 주인공은 사형을 선고받게 되고 소장은 분노의 찬 목소리로 판결장을 울렸다.
 
‘네가 왜 계속 잘못했다고 해. 너에게 잘못을 씌운 사람은 사죄를 안하는데, 넌 왜 사과를 하는거야’

권력을 자나더라도 그보다 상위 권력에는 무기력한, 법체계의 부조리는 과연 바로 잡힐 수 있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영원하다

교도소장과 교도소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최종 판결대 앞에 선 용구. 하지만 판결 전 가진 경찰서장과의 대면에서 들은 한마디에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기로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죗값을 달게 받아.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네 딸을 어떻게 할지 몰라”.

딸바보 용구에겐 이는 ‘네가 뭐든 걸 책임져라. 난 모른다.’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모든 사건은 의도적이었다고 거짓 시인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용구는 사형을 선고받게 되고, 딸 생일인 12월 23일 형을 집행받게 된다.

형 집행 전 딸과의 마지막 재회에 용구의 말 한마디는 권력 앞에 무능한 법을 감내해야 할 일반인의 절규가 담겨 있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과연 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지체장애인이라서? 아니면 돈 없고 빽(?) 없어서? 둘 다 맞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체계화 된 각 국가의 헌법이 추구하는 것은 하나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자부하는 대한민국 내에서, 이를 반하는 권력이 법보다 우위에 권림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그리고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헌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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