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73]열쇠 없는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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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73]열쇠 없는 꿈을 꾸다
  • 전민용
  • 승인 2013.02.12 12: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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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문학사상

 

많은 일본인들이 재미있는 대중소설을 고를 때 서점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 서점대상 수상작과 나오키상 수상작을 살펴본다고 한다. 이 상들을 수상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재미는 보장할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고 더해서 나름의 작품성도 갖추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범죄를 주제로 한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로 작가는 2012년에 147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우선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 연장선에서 생생한 현실감을 준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기 힘든 내용들과 그래,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공감이 이어진다. 모두가 여성이 주인공이니만큼 여성이 보는 세상과 관점에 대해 풍부한 간접 경험을 하게 해준다.

‘니시노 마을의 도둑’은 생리만 하면 사소한 것을 도둑질하는 생리증후군을 가진 친구 엄마와 이런 모습에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초등학생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기미모토가의 유괴’는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과정과 엄마가 되어가는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다. 2008년 결혼해서 2011년 첫 아이를 낳은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 역시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젊은 여성들의 속마음, 남성관, 연애 심리, 주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 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방화와 살인 같은 치명적인 범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과 인간 심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무리 없이 잘 엮어 내어 내적 완결성을 높여준다.

다섯 작품 모두 상상하기 쉽지 않은 반전을 가지고 있다. 끝까지 읽고 나면 복선도 미리 깔려있고 이런 결과일 수 있겠구나하는 이야기의 논리적 연속성이 분명히 있는데도 머리를 치게 만드는 의외성을 품고 있다. 이 반전을 찾는 것만으로도 소설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범죄다. 가벼운 도둑질 같은 귀여운 범죄부터 잔인한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범죄들이 등장한다. 어떤 경계부터 범인(凡人)이 범인(犯人)이 되는 것일까? 범인(犯人)이 될 범인(凡人)과 그렇지 않을 범인(凡人)이 구분될까? 일생을 망칠 수도 있는 상황에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흐름은? 나라면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범죄와 범인(犯人)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에 대해서도 한번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카페 소개 책을 고르다 마지막까지 갈등했던 소설이 같은 시기에 읽었던 ‘홈즈가 보낸 편지’(윤해환, 노블마인)였다. 영국의 셜록 홈즈와 조선 최초의 정탐소설가 김내성을 엮어서 만든 삼중 사중 구조의 기발한 상상력의 장편추리소설이다. 널다리골 교회 살인사건의 전모뿐 아니라 책읽기 좋아하는 저자의 탄탄한 일제시대 복원과 김내성이라는 독특한 실존 인물의 매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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