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7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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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7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전민용
  • 승인 2013.02.25 10: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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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북로드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잘 생기고 마음까지 착한 토비아스는 많은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마을 축제날 애인 스테파니로부터 버림받은 토비아스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스테파니와 이전 애인 로라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들어간다.

 두 여자의 소지품이나 핏자국, 목격자들의 진술 등 모든 정황이 그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있었고, 끝내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성년자 법정 최고형인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형기를 마치고 고향집으로 돌아온 토비아스는 몰락한 가게와 집, 늙어버린 아버지, 이혼한 부모, 마을 사람들의 냉대를 접하면서 자책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그는 불명확하지만 자신의 무죄를 믿고 있었기에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를 찾아 진실을 규명하고 싶어 한다.

소설은 2008년 11월 6일 토비아스가 교도소를 출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사건이 해결되는 그해 11월 24일까지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기록하며 전개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긴박하고 놀라운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배경에 11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거짓으로 일관해온 마을사람들의 무서운 음모가 교차한다.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던 타우누스마을의 거짓 평화에 균열을 낸 건 토비아스의 귀향과 시골로 쫓겨 온 불량 명랑한 여고생 아멜리의 등장이었다. 균열의 시작은 대부분 그렇듯 만남과 우연한 부딪침이다. 사람 사이의 만남이 만드는 작은 틈새는 우연한 사건들의 연쇄에 의해 점점 벌어지고 급기야 전체를 무너뜨리는 대사건으로 전환한다.

책 속에는 가장 성공한 인물이지만 가장 위선적인 인물이기도 한 테를린덴 부부와 라우터 바흐 부부, 성공한 영화배우이며 토비아스를 너무 사랑한 나디야, 자폐아이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티스 등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질투와 시기, 뒤틀린 욕망, 추악한 성욕, 자기 합리화, 나약함, 증오, 복수, 소유욕, 애증 등 인간이 갖는 온갖 특성들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으로 구체화되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백설처럼 희고 정교한 얼굴, 도톰한 입술, 검고 깊은 눈을 가진(전자책 140) 두 명의 백설공주가 등장한다. 너무도 닮은 생김새와 달리 판이한 성격을 가진 이들의 엇갈린 사랑과 역할도 흥미롭다. 제목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고 붙인 이유가 있다.

뒤통수를 때리는 트릭이 있고 이를 파헤치는 머리 좋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많은 추리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수시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 수많은 복선과 반전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내면과 사건의 실체를 하나씩 드러내는 방식으로 미스터리소설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가 자신이 사는 독일의 작은 마을 타우누스를 배경으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보덴슈타인 형사와 남다른 직감과 감성을 가진 여형사 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타우누스 시리즈 네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타우누스 시리즈’가 인기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에서 출간된 지 사흘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32주 동안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2011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모 인터넷서점에서 경품으로 당첨된 전자소설로 읽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읽자마자 강력한 흡인력에 빠져들어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미스터리소설의 읽는 즐거움을 위해 미리 줄거리를 얘기해주지 못해 아쉽다. 사건과 별개로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가는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매력적인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이다. 저자는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인 ‘깊은 상처’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추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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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호 2013-03-04 17:35:49
잘 읽었습니다..모처럼 밤새 읽어서 이틀만에 독파했습니다..다음책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자"를 선택했는데 '깊은상처' 가 있었네요..

전양호 2013-02-25 11:54:33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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