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몇 년째 근속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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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몇 년째 근속중인가요?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02.27 2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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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치과계 보조인력대란을 지켜보며…

 

치과위생사 5만 7천명 시대. 벌써 치위생계도 세계사로 100주년 국사로 5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5천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이중 80% 후반대가 국시에 합격해 4천여 명의 새내기 치과위생사가 탄생하고 있다.

취업률은 어떤가. 2011년 기준(2011 Employment Trend of Dental Hygienist) 87.2%의 치과위생사가 취업에 성공했고, 97.2%가 의료기관에 들어가 실무를 맡았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에 청년 고용률이 40%대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치과위생사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직업 순위 상위권에 랭킹돼야 할 것이다. ‘양’만을 놓고 본다면 말이다.

이처럼 매년 4천여 명의 치과위생사들이 각지의 치과병의원으로 흘러들어갔음에도 어째서 개원가의 구인난은 해소되지 않는 걸까.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고용주는 ‘인력의 양’을 구직자는 ‘처우의 질’을 논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입장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치과의사협회는 치과조무사라는 새로운 인력풀을 개척하고 있지만, 반대로 치위생계는 4년제 학제 단일화를 추진하며 전문성 차별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외부에서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치과계 한가족으로서 동료의식을 갖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쏟아내지만 말이 좋아 상생이지, 이 같은 이해관계의 대립이 비단 치과계만의 일은 아니질 않는가. 이제는 서로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가 왔노라 한다면, 이 또한 “말이 좋다”가 될는지. 말이 싫어도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치과조무사…인력난 ‘오아시스’ 될까?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가 내가 근무할 병원을 면접 보는 현실. 치과만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협회 직원도 다 그렇게 뽑았어요” 얼마 전 있었던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정기총회에서 김원숙 회장이 했던 말이다. 맞다. 이를 “건방지다” 여겨 받아들일 수 없다면 연례행사로 직원을 갈아치우며 구인난에 허덕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일을 숱하게 겪은 어느 원장님은 스텝을 직접 구하러 치과조무사 시험 고사장에 방문했다는 에피소드도 나오고, 이 소식을 접한 치과위생사들은 “우리에게 그런 정성을 쏟아보라”며 분개한다.

그렇다고 면접관에게 대놓고 “생각해보고 올게요”라며 쓸데없는 당당함을 피력한다던지, 첫 출근 당일 잠수타기로 나를 뽑아준 믿음에 보답하는 게 이 시대 구직자의 미덕이라 할 수는 없을 터.

치과위생사의 경우 졸업 후 취업생의 90% 이상이 개원가로 흡수되다 보니, 사회인으로서의 적응력을 키울 기회가 적은 편이라 조직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진심어린 우려가 있다.

이러한 세태에 치과대학은 물론 치위생학계에도 인문사회학 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강릉원주치대에서는 인문사회학 전공 교수를 초빙해 심리학, 윤리 과목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타 대학들도 4년제로 학제를 전환하면서 인문학에 관한 교육과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치위생학과 교수진들은 “전문성이 뚜렷할수록 치과위생사들이 정작 현장에서 느끼는 직업관에 대한 혼란이나 실망감이 큰 편”이라고 조언한다. 매년 4천명씩 배출되는 치과위생사들의 이탈률이 큰 원인도 여기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치위생계의 묵은 성토에도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2018년부터 간호조무사 제도 폐지’가 치과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그래서 경력 연차에 따라 치과조무사가 위생사가 될 수 있다면, 그들이라 한들 처우개선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청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해서 그들이 지방의 치과의원을 선택할 것인가. 치과의사협회에서도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할 문제이다.

치과위생사 90% 여성…근로환경 특화 필요

얼마 전 치위생학계의 동향을 살필 겸 서울을 벗어나 나들이도 할 겸 4년제 치위생학과가 신설된 강릉원주대 치과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방학 중이었지만 신생학과인 탓에 분주한 방학을 보내고 있던 치위생학과 교수진들은 “치의학의 일부가 아닌 자체적인 ‘치위생학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필자가 만난 신선정 교수와 배수명 교수는 여느 치위생학과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치과위생사라는 직종에 대한 가치를 부여토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치과위생사 대부분이 여성이고, 각지에서 여성에 대한 근로환경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치과계는 이에 대한 시도를 해봤느냐고도 묻는다.

치과위생사에 대한 인문학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치과의사에 대한 스텝 관리 및 경영 교육도 치과대학 내에 반드시 마련돼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치과위생사의 인성교육은 치위생계의 역할이지만, 경영의 일부분인 직원관리는 치과의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치과위생사 출신 최초로 치과대학에 임용된 배수명 교수는 후배들이 좀 더 의지를 갖고 사회 전반에 걸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도 말한다. 치과위생사 면허를 땄다고 해서 반드시 임상에 가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국에서 의료프로그램의 구성작가를 맡아 실습 중인 학생도 있고, 보건직공무원으로 행정직에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건치신문에 입사했을 때도 구인게시물을 보고 기자가 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 온 치과위생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순간 필자는 치과위생사와 최종면접을 한 번 더 봐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채용 끝났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말이다.

이 없으면 잇몸?…"치위생사도 뿔났다"

치위생계 역시 그간 건강보험 등 보건의료계 정책적 사안에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과의사도 치과위생사도 서로의 직업적인 이해가 우선 바탕이 돼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대학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리라 본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치과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속담일 것이다. 치과위생사 없으면 치과조무사로 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는 5월 18일부터 의료기사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치과위생사가 없는 병원들은 줄줄이 실사에 걸릴 것이고, 7월부터 스케일링 급여화가 시행되면 치과위생사 없이는 치과의사가 직접 스케일링을 해줘야 그토록 진저리쳤던 불법치과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간호조무사 제도 폐지에 뿔난 간호사들이 “우리도 경력 쌓이면 의사하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판국에 치과위생사도 “경력 쌓아 임프란트 심겠다”는 막장 각본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진로를 펼칠 수 있는 타 전공자들과 달리 치과계에 종사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 내내 외길을 걸어 온 것은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모두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누구보다 지켜주고 키워줘야 할 것이다.

“우리병원 스텝들은 ◯◯년 근속했어요”가 원장의 인격을 대변하는 듯한 요즘 분위기대로 라면,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자랑거리이긴 한 듯하다. 더는 치과위생사의 볼멘소리로만 치부할게 아니라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방 치과의원들도 인사의 공정성을 갖추고 직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함께 일할 가족을 찾습니다”라는 구식 구인광고의 카피처럼, 치과계가 진정한 동료의식을 갖고 합의점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아울러 하루빨리 치과계에도 근무환경 개선의 괄목한 질적 향상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그 덕에 주말을 잊은 우리 치과전문지 기자들에게도 봄날이 찾아온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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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길 바라는 2013-03-04 18:03:36
25년전 그때도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파트너적 관계라 했는데,,,
25년이 지난 지금도 종속관계인듯, 그저 파트너적 관계라 우기고 있을뿐,,,
어쩔수 없는 관계의 본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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