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75]화제의 책, 채식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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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75]화제의 책, 채식의 배신
  • 전민용
  • 승인 2013.03.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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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부키

 

저자는 20년 간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그것도 계란과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으로 살았다. 그녀는 우울증과 퇴행성 질환 등 심신에 큰 병을 얻고 채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다. 영양학적, 윤리적, 정치적 이유의 모든 채식이 오히려 인간과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학계의 생각과는 다른 견해들도 많지만 변방의 생각, 새로운 생각 그것도 자신의 체험과 공부에서 나온 생각이라면 일단 존중하며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동과 무지가 채식주의 신화의 본질이다.”

저자는 공장형 축산이 잔인하고 낭비가 심하며 파괴적이라는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곡물 위주의 산업적 식량 생산과 농업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공장형 축산의 기초가 사료를 제공하는 산업적 농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이야말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생태계를 가장 전면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일년생 곡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그 땅의 모든 생명을 파괴한다. 흙도 뒤집어서 파괴한다. 강우량이 적당하지 않으면 관개시설도 필요한데 이것은 땅의 염분화를 초래한다. 끊임없는 육체노동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구가 과다해지고 문화가 황폐해지고 노예제도와 계급이 생겨났으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탄생했고 이마저 한계에 이르면 멸망했다. 문명의 역사는 이 참혹한 결과를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사회로의 전환을 문명을 향한 발전으로 찬양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건강은 많이 약화되었다. 농업의 확산 후에 영양실조, 골수염, 기생충, 인도 마마, 매독, 한센병, 폐결핵, 빈혈, 구루병, 골연화증, 성장 부진 등이 발견된다. 인류학자들은 뼈만 봐도 한눈에 수렵채집인의 건강한 뼈인지 농경사회인의 부서지기 직전의 뼈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무 위에서 살았던 우리 직접 조상들은 과일, 이파리, 곤충 등을 먹었다. 400만 년 전 직립을 시작하면서 몸집이 큰 반추동물을 먹어 왔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특히 영양분이 농축된 내장기관을 섭취하면서 인간의 소화기관은 크기가 줄었고 뇌의 크기는 늘었다. 들소, 영양, 매머드 같은 선사시대의 대형 동물은 말 그대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인류 최초의, 그리고 지속적인 예술의 대상이 된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

반추 초식동물은 풀을 먹고 자라도록 진화했다. 반추위를 지나간 풀은 여러 개의 위를 거치면서 발효한다. 소나 영양의 배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그 풀을 먹고 그 박테리아를 동물이 먹는 것이다. 먹는 것만큼이나 먹히는 것도 중요하다. 초식동물은 섬유소가 필요하지만 풀도 동물이 필요하다. 풀을 뜯어 먹는 행위, 분뇨, 사체에서 나오는 영양분 등이 모두 풀에게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결국 땅, 풀, 다년생 식물, 초식 동물, 육식 동물 등 모든 생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은 왜 농업을 시작했을까? 많은 동물들이 향정신성 성분의 식물을 탐닉한다. 인류를 중독 시킨 일년생 초본 역시 엑소핀(exophin)이라 불리는 아편과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 동기 부여, 불안 감소, 행복감, 심지어 중독성까지 다른 향정신성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식물은 1억 년이 넘게 화학 실험을 해왔다. 인간은 일년생 초본의 씨가 적절한 정도로 조정하는 중독 물질에 조종되어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씨의 대량 번식을 위해 기꺼이 중노동을 감수한 것이다.

최근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에게 억지로 곡물을 먹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동물에게 곡물을 먹이면 육우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젖소의 우유 생산량 또한 극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소의 체내에 들어간 곡물은 반추위 내부의 미묘한 박테리아의 균형을 깨뜨려 위 내부를 산성화하고 다양한 사육장병을 유발한다. 소든 닭이든 애초부터 곡물을 먹을 필요가 없는 동물이다. 닭도 곡물만 먹으면 지방간을 앓게 된다. 양과 염소 등 반추 동물은 곡물 식사를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 공장형 축산은 윤리, 생태, 영양학적으로 악몽인 것은 분명하다.

공장형 축산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값싼 곡물이 대량 생산되는 산업형 농업의 산물이다. 인간이 모두 채식만 하면 모든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주장도 화석연료에서 나온 비료를 사용해 곡물을 과잉 생산하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말이다. 비료, 살충제, 파종, 수확, 가공, 운반 등에 모두 화석 연료가 들어간다. 옥수수밭 1에이커는 석유 50갤런  정도를 들이 마신다고 한다.

현재 적정수를 크게 초과한 인류를 먹여 살리는 데 우리가 아는 방법은 농업밖에 없다. 하지만 땅을 개간하는 것 자체가 표토를 파괴하고, 화석 연료에 기초한 인공 질소 비료 역시 영구적이지 않은데다 흙의 생물학적 활동을 파괴하므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500만 에이커의 경작지가 토양의 염류화로 농경불가능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이 육식 대신 곡물을 먹어야 하는 근거로 “10에이커의 땅에 대두는 60명을, 밀은 24명을, 옥수수는 10명을 먹여 살리는 데 소는 2명만 살릴 수 있다.”는 베지팸보고가 있다. 이것 역시 곡물을 먹여 소를 키운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0에이커의 땅에서 다년생 혼작을 하면 ‘달걀 3천 개, 구이용 영계 1천 마리, 찜닭용 암탉 80마리, 쇠고기 2천 파운드, 돼지고기 2500 파운드, 칠면조 100마리, 토끼 50 마리’의 수확이 가능하다. 버지니아주 폴리페이스 농장의 실제 결과이다. 1년 동안 10명 정도가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과정에 새로운 표토가 형성된다는 사실은 덤이다.

물론 지속가능한 농업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당한 기후와 장소가 중요하고, 일년생 단일 경작을 다년생 혼작과 동물이 사는 목초지로 전환하는 윤작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도 가축은 꼭 필요하다.

육식을 반대하는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옹호하는 동물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새끼를 돌보는가? 얼굴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가? 고통을 받으면 소리를 내는가? 이다. 이런 특징은 그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나타내는 인간중심주의의 변형일 뿐이다. 자연의 법칙은 누군가가 살려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동물도 식물도 살생을 하고, 생명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먹는 과정이다. 자연은 초도덕적이고 서로 의존하고 순환 한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양과는 전혀 다르고 개와는 유사하다. 다만 장의 길이가 양보다는 훨씬 짧지만 개보다는 길다. 인간이 잡식 동물이라는 것과 단백질과 지방 섭취를 위해 고기를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농경 사회에 수많은 질환이 만연했다는 고고학적인 증거도 있지만 아직까지 남은 84개의 수렵채집 부족의 건강도 그 증거이다.

곡물, 콩, 감자 등 씨는 동물이 먹지 못하게 방어하는 독이 들어 있다. 이것을 갈고, 물에 불리고, 싹을 틔우고, 열을 가하는 방법으로 일부를 무력화했다. 씨에는 소화 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고, 랙틴 같은 단백질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교란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밀과 옥수수의 확산 경로와 일치한다. 소아지방변증의 원인도 곡물이다. 글루텐 섭취를 줄이면 정신분열증이 개선된다는 많은 연구도 있다.

포화지방산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지방가설’은 허점투성이다. 많은 양의 포화지방을 섭취하면서도 심장질환 발병률이 낮은 프랑스, 그리스, 동아프리카, 스위스, 태평양 군도 역설 등이 있다. 예컨대 케냐 마사이족은 거의 고기, 우유, 피로만 된 식사를 하지만 건강하다. 인간의 몸과 뇌는 적절한 단백질과 동물성 지방을 필요로 한다. 지용성 비타민의 섭취와 흡수에도 지방은 필수적이다.

지방 중에도 중요한 오메가 3 지방산을 과거에는 달걀, 생선, 고기, 유제품을 통해 섭취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 곡물을 먹고 크는 공장형 축산으로 가축들의 체지방 구성이 달라졌고 이런 고기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곡물은 오메가 3는 거의 없고 오메가 6 함량이 높다. 동물에게 곡물이 아니라 풀을 먹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치과의사 웨스턴 프라이스는 1893년 이후 30년 동안 어린이들의 구강 건강이 차츰 나빠지고, 천식, 알러지, 행동 장애 등 전반적인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는 이것이 달라진 식사와 영양부족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전 세계를 다니며 여러 집단의 식사와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완벽에 가까운 건강을 가진 집단은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했고, 당시 미국인이 섭취하는 양의 10배에 달하는 비타민 A와 D, 그리고 4배에 달하는 무기질과 수용성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었다.

완전식품으로 선전되고 있는 콩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콩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다른 일년생 작물과 윤작하는 식물로 인류와 인연을 시작했다. 그런데 콩에는 엄청난 반영양소가 들어있다. 소화효소인 트립신 억제인자는 된장 등으로 발효를 시켜야 무력화된다. 콩에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낮추고 내분비 교란 물질로 작용한다. 피트산은 무기질 대사를 방해하고, 고이트로겐은 갑상선종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콩은 두뇌 노화를 악화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가능성을 두 배 높인다. 콩 조제분유가 유아에 주는 해약은 매우 크다. 두유나 콩 단백 등 콩으로 만든 식품들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대단히 위험하다.

채식주의 식단 특히 비건 식단을 유지하면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자. 인슐린 수용체에 이상이 생기며 저혈당증이 생긴다. 트립토판 결핍으로 우울증과 불안증이 온다. 무기질과 비타민 D 부족으로 뼈와 관절이 파괴된다. 오메가 3 지방산의 부족으로 관절, 혈관, 내장, 간, 신경, 뇌 등에 염증이 생긴다. 생리 불순과 불임, 임신을 하더라도 기형아 가능성이 5배 증가한다. 위도 망가지고 머리카락이나 피부도 나빠진다. 자가 면역 질환에도 걸린다. 항상 춥고 피곤하다. 이곳에 다 쓰기 어려울 지경이다.        

대안이 쉽지 않다. 현재 문제는 땅에 비해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사는 주변의 땅을 경작해 파괴하느냐 아니면 수입을 해서 다른 곳의 땅을 파괴하느냐다. 장기적으로 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각자 사는 지역의 조건에 맞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구한 식량으로 살 수 있는 경제만이 정의로운 경제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가능하면 아이를 낳지 말고, 차를 몰지 말고,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기르자.”는 개인적인 지침을 제시하지만 이것이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라고 한다. 원인은 문명이고, 문명의 소비 형태이고 대규모 농업이기 때문이다. 태양 전지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생태 친화적 테크노 낙원은 이미 위기에 처한 산업에 기반한 불가능한 꿈이라고 한다. 유일한 해결책은 지난 1만년의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는 길 뿐이다.

저자는 급진주의자답게 권력과 대결하고 문화를 바꾸고 제도와 체제를 해체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 인권을 지켜나갈 지역 단위의 시민조직을 만들고,  지역 경제와 식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권력과 직접 대결할 정치적 저항세력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인류 문명 전체와 맞서는 논쟁거리를 담은 급진적인 책이다. 건강이나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거나 노력하는 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주류 영양학이나 의학적 지식과도 논쟁해야 할 점이 많다. 학자가 아니라 운동가의 책이라 인용 등에서도 부실하다. 인구를 줄이는 문제는 매우 위험한 생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많이 읽고 치열한 논쟁을 확대하면 좋겠다. 환경 문제가 문명과 체제 전체를 좌우할 핵심적 문제이고 환경운동에 새로운 열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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