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정 귀족정 공화정이란?
상태바
군주정 귀족정 공화정이란?
  • 유동기
  • 승인 2013.04.01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동기 원장의 『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⑥

 

대부분의 국가는 로마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몇 번이고 수정해 법률을 제정해 나간다.

매우 현명한 인물이 있어 잘 정비된 법률이 있었던 스파르타의 경우 8세기 동안 법률의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평화스럽게 번영했다. 이에 비해 현명한 지도자가 없이 스스로 내부의 질서를 세운 도시국가들은 사회가 무질서하게 되어 순수한 제도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어서 불행해진다.

반면 법령은 불안정하지만 정신이 뛰어난 도시국가는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제도를 완성해 나간다. 그러나 혁신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른다. 새로운 법률이 도시에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따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한 인간은 십중팔구 복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렌체처럼 이러한 필요성을 느끼게 하기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르며 질서를 세우기도 전에 공화국이 멸망한다.

모든 입법자가 국가를 위해 군주정, 귀족정, 공화정(민주정) 중 하나를 채택하지만 그 정체(政體)가 존속하는 것은 잠시 뿐이다. 군주정이 전제정으로 변형되고 귀족정은 과두정(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독점하고 행사하는 정치 체제)으로, 민주정은 폭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정체(政體)가 태어난 것은 단지 우연에 의한 것일 뿐이다. 원래 인간 세계가 시작될 때 지구 상의 사람은 소수였고 오랫동안 동물처럼 흩어져 살았다. 그러나 인구가 점차 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동료 가운데 완력과 담력이 가장 뛰어난 자를 우두머리로 삼아 그에게 복종했다.

그리하여 위험하고 유해한 요소는 제거되고 유익하고 선량한 인간이 존경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은인에게 해를 가한 자를 미워하고 당한 은인에게 동정심을 품는다. 은혜를 모르는 자는 배척당하고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들은 존경을 받는다.

남이 입은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법률의 성채를 쌓아 그러한 재앙에 대비하고 그 성채를 넘어오는 자에게 형벌을 가한다. 이것이 정의관의 효시이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가장 용감한 자보다 가장 현명하고 공명정대한 사람을 뽑는다. 그러나 그 군주는 나중에 민중의 투표가 아닌 상속권을 통해서 지배하게 된다.

그 상속인은 나중에 선대의 조상과는 판이하게 군주로서의 덕성을 잊어버리고 온갖 사치에 빠지고 나약해진다. 부패한 군주에 증오하는 국민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이 되어 폭정을 휘두른다. 이러한 폭정이 쌓이다가 결국은 그 군주는 멸망한다.

그 때 군주를 향해 음모와 간계를 꾸미는 사람은 힘없는 겁쟁이가 아니라 역량과 기개가 높고 재력과 혈통이 좋은 사람 즉 호족들도 그런 군주의 횡포에 견디지 못하게 되고 대중은 이러한 호족을 구세주로 여겨 복종하게 된다.

이 구세주들은 군주라는 이름조차 거부하고 자기들끼리 정부를 구성한다. 처음에는 모든 일을 자신들이 정한 법령에 따라 처리하고 사익보다 공익을 존중하고 올바른 정치의 길을 지킨다.

그런데 그 정권이 자식의 손에 넘어가면 운명의 변덕을 알지 못하고 불행한 일을 당한 적이 없는 그들은 개인 사이의 평등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제멋대로 탐욕을 드러내어 과욕을 부리고 결국 선대의 귀족정을 과두정으로 바꿔버리고 시민의 권리를 일체 인정하지 않기에 이르러 폭군 정치와 같은 말로를 걷게 된다.

즉, 그들의 지배에 심신이 지쳐버린 대중은 압제자를 쓰러뜨리는 자가 있으면 그게 누구든 복종하고 그 도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양자제도를 도입한 네르바제를 시작으로 오현제 중 4명이 속주출신의 양자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대의 정치시스템이나 경제시스템에 대입시켰을 때 직계존속보다 유능한 인재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것을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군주의 포악성과 과두정치의 폐해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시민들은 한 사람에게 권력을 주는 것을 거부해 공화정(민주정)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다른 정체(政體)처럼 민주정도 처음에는 휼륭하게 시행되지만 이 정치를 세운 세대가 사라질 때까지만 유지될 뿐이다.

인간이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또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평민이든 공인이든 오만 방자한 생활로 돌아가 매일 악행을 되풀이하게 되고 또 다시 다른 누군가의 지배를 받기를 원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지혜와 재능도 국력도 사라진 공화국이 혼란에 빠지면 보다 이웃나라의 속국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입법자들은 각각의 정체(政體)에 내재된 폐해를 충분히 인식해 그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보완한다. 정치체제들 중에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정체가 가장 견고하고 연속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군주, 귀족 및 민중이 함께 국가를 다스리면 서로 쉽게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입법자가 스파르타의 리쿠르고스이다.

그가 공포한 법령을 보면 국왕, 귀족과 국민이 각각의 권력을 매우 균형있게 제정해 국가가 800년을 넘도록 평화롭게 번영했다. 반면에 아테네의 현인인 솔론(Solon)은 오직 민중정치만을 수립해 그 정권은 단명(100년)에 그쳤고 페이시스트라토스(Peisistratos:아테네의 참주)의 폭군정치의 출현을 야기시켰다.

로마를 살펴보면 건국 당시에 법령은 결점 투성이였지만 로물루스를 비롯한 다수의 국왕은 공화정이 아닌 왕정의 창설이 목적이었지만 민중의 자유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민주정에 걸 맞는 법령을 우수하게 제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만에 빠진 왕들은 추방당한다. 왕을 추방한 세력들은 국왕 대신 두 사람의 집정관을 두어 권력의 집중을 막는다. 집정관과 원로원이 주도하는 군주정과 귀족정의 혼합 정치체계가 로마귀족의 오만함에 적개심을 품은 민중을 달래기 위해 호민관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그 덕분에 로마는 왕정과 귀족정을 거쳐 민주정으로 변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왕권이나 귀족의 권한을 모조리 빼앗아 어느 한쪽으로 권한을 주지 않고 국왕, 귀족 및 국민이 균형있게 권력을 나눔으로써 완벽한 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유동기(유동기치과, 동작구치과의사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