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한반도! 평화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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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한반도! 평화의 소중함
  • 송필경
  • 승인 2013.04.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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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평화의료연대 송필경 대표

 

베트남 중부 지방 대부분은 언제나 무성한 야자수를 빼면 우리나라 전라도와 매우 닮은 느낌이 든다. 나지막한 산 아래 펼쳐진 너른 논과 그 사이를 가로지른 실개천 그리고 드문드문한 마을이 정감 있고 평온하다. 우리의 진료지 푸옌성 뚜이 호아에서 북쪽으로 4시간 걸려 간 답사지 빈딘성 떠이손현 따이빈사 역시 그렇다.
 
베트남 주민과 자료에 따르면, 1966년 2월 중순 3일 동안, 우리나라 면 정도의 따이빈사 15개 마을에서 1700여명의 주민들이 한국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한 마을에서는 한 시간 만에 380명 전원 다시 말해 생존자 한 명도 없었다.
 
우리에게 ‘그 일’을 증언하신 런 아저씨는 온 몸에 파편을 박혀 기절한 다음 살아남았다. ‘그 일’ 이후 47년간 누이와 어머니의 비명은 자신의 귀에서 떠나지 않았고, 수없이 많은 파편 가운데 어떤 것은 살과 뼈 속에 파묻혀있고 어떤 것은 핏줄 안에서 맴돌며 통증을 멈추지 않게 하고 있어, 런 아저씨는 ‘그 일’을 도저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떠이빈사 고자이 마을에는 큰 위령비가 있고 그 뒤에는 모자이크로 만든 그림 벽면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한국군이 한 ‘그 일’의 기억을 담아 놓았다.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총 쏘고 수류탄 던지고, 특히 여자를 윤간한 후 불태우고…
 
47년 전 ‘그 일’을 이야기 하신 후 런 아저씨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다시 진료지 숙소로 돌아오는 4시간 동안 소리 내어 통곡할 수 없는 슬픔이 되었다. 그 수많은 원혼의 파편은 내 몸 구석구석 감돌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고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왜 죽임을 당했나?
 
일제는 만주에서, 백두산에서 조선인들을 함부로 그렇게 했다.
 해방 후 친일파들은 민중들을 일제에게 배운 대로 함부로 그렇게 했다.
 한국전쟁에서 서로가 상대방의 생명을 함부로 그렇게 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국군은 베트남에서 함부로 그렇게 했다.
 베트남 전쟁을 치른 우리의 베테랑들은 광주에서 함부로 그렇게 했다.
 
한국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증오심을 평생 간직한 런 아저씨는 한국에서 이렇게 멀리 찾아 준 우리를 다정하게 맞아 주시고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했다.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절대로”
 
‘선제타격’과 ‘불바다’라는 증오의 막말이 오가는 한반도,
 우리는 어디로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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