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연, 그 놓을 수 없는 ‘내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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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연, 그 놓을 수 없는 ‘내일’에 대하여”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04.26 19: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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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베트남평화의료연대 원로멤버인 원광대 치과대학 동아리 의료연구회 오효원 교수

 

“역사를 알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요. 나는 베트남에서 어제와 내일을 봤습니다”

올해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진료지인 동호아현 종합병원. 치과진료소가 마련된 1층 귀퉁이에서 ‘예진과’ 석자를 써 붙여 놓고 하루 온종일 아이들의 입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년의 치과의사가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몰려드는 학생들이 뜸해질 쯤 치고 든 인터뷰 요청에 “나는 진짜 할 말이 없는데…”라며 기자를 불안케 했던 이 분. 올해로 10회 째 평연 진료단에 참여한 원광대 치과대학 오효원 교수다.

평연 제2기 진료단부터 함께 해 왔다는 원로멤버 오효원 교수는 참여 동기를 묻는 질문에 “오다보니 발을 뺄 수 없더라”는 단답으로 또 필자를 당혹케 했다.

발을 못 빼 열 번이나 참여했다는 오 교수는 2001년 평연을 통해 베트남을 처음 찾았다가 고정 멤버가 됐다. 2008년 교수가 된 후로도 학교 일정에 쫓겨 두어 번 빠진 일 외엔 그에게 평연 진료단은 연례행사가 됐다.

특히 매년 원광치대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오 교수는 올해도 3명의 제자들을 데려와 부러움을 샀다. 학생 티오가 적다보니 매년 치열한 경쟁률 속에 인원을 뽑아 오는 것도 오 교수에겐 뿌듯한 곤욕이다.

오 교수는 “의외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역사에 취약해 늘 안타까웠다”면서 “치과대학생들도 학업적으로 수재급이지만 한국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자들에게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존재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의미를 깨우쳐주고 싶어 매년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매년 베트남의 역사적 비극을 되새기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도 함께 되돌아본다고 했다. 오 교수는 “우리가 과거 일본에게 당했듯이 베트남도 우리나라에 고통받아왔다”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우리가 늘 분노하고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과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처럼 어려운 일일수록 누군가 먼저 나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화해를 염원하며 세워진 동호아현의 ‘한‧베평화공원’도 어느 위안부 할머니가 어렵게 받은 보상금 전액을 쾌척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금이 모이기 시작해 지어졌듯이 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젊은 학생들이 더 많이 평연에 참여해 한 번쯤은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며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곳 아이들은 이번 치과치료가 생애 처음일 수도 있다”며 “연계되는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평연 진료에서는 예방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오 교수의 목소리에 ‘늦게라도 발을 뺄’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오 교수를 비롯한 14기 진료단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4월. 내년 3월에 있을 15기 진료단에서 모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할 순 없겠지만, 우리는 매년 이 맘 때마다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생애 처음 치과를 찾았을지 모를 아이들의 기다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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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경 2013-04-29 17:03:44
묵묵히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시는 오효원 교수님.
참 든든합니다.

김지현 2013-04-29 16:18:12
기다림과 설레임에 부응하는 믿음과 사랑을 전해주는 일 같아요. 이 선생님이 베트남 말도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마스크로 가려져 얼굴도 제대로 안보이지만 아주 작은 배려 하나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거든요. 올해의 기다림보단 내년의 기다림이 더욱 설레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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