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계약 슈퍼갑 ‘공단’…유형별 협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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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계약 슈퍼갑 ‘공단’…유형별 협상 위기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3.05.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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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불합리함에 가입자-공급자 공감‧개선책은 갈림길…무능한 심판 ‘공단’ 주도 하에 한계점 성토

 

“남양유업보다 더 한 ‘슈퍼갑’이 건강보험공단이다. '맞고 도장 찍을래. 그냥 찍을래' 수준이 지금 수가협상의 분위기다. 공단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건정심 공급자협의회 이상주 위원-

“현행 건보법 상의 ‘공익’에 대한 개념을 묻고 싶다. 가입자에게는 ‘공공의 이익’이, 정부에게는 공무원의 이익, 공급자에는 공급자의 이익으로 대변된다. 이미 의협은 매번 협상단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몸소 보여줬다. ‘공익은 공급자의 이익’이라고”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위원장-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월에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본격적인 협상 시즌을 앞두고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공급자 측에서는 공단의 고압적인 태도와 일방적인 수가협상 구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가입자 측은 가입자의 개입력 향상을 요구하는 등 그 입장은 달리하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소모전에 진이 빠지기는 피차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매년 협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2~3년 단위로 수가계약을 하는 방안을 비롯해 실효성 없는 부대조건과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을 개선하고, 나아가 총액계약제 도입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검토‧수용하는 등의 다양한 개선책이 대두됐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시련 민주노총 바른사회시민회의 한국노총 한농연)은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건강보험 수가계약제 평가 및 제도개선 모색 토론회’를 열고, 수가협상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했다.

이학영 의원이 공동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영전 교수(한양대)가 사회를 맡았으며,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위원장과 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이 발제를 진행,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원장, 건강보험공단 한만호 수가협상부장, 건정심 공급자협의회 이상주 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 13일 건강보험 수가계약제 평가 및 제도개선 모색 토론회
부대조건 무용론‧협상결렬 대응 부재…유형별 협상 ‘한계점’

먼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김진현 교수(서울대)와 한국노총 김선희 국장은 무용지물이 된 부대조건의 실효성과 유형별 협상 이후 협상 결렬에 대한 복지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지적해 나섰다.

김 교수는 “실현 가능성 없는 부대조건의 남발로 재정적 지출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구속력 없는 ‘공동연구’ 형태로 부대조건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며 “부대조건에 대한 사후평가 없이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 김진현 교수
아울러 그는 유형별 수가계약 이후 의협의 연이은 퇴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정책적 대응 부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더했다. 그는 “계약결렬 이후 건정심의 결정이 공단의 최종안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인상되는 경우가 빈발해 공급자단체의 건정심행이 반복된다”면서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가 계약결렬의 유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같은 유형별 수가계약제의 한계가 거버넌스의 불합리함을 초래했다는 게 김 교수의 결론이다. 김 교수는 “계약의 당사자가 모두 건정심에 참여해 스스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진다”면서 “건정심에서는 계약결렬 당사자를 모두 배제하고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선희 국장도 “각종 협상에 검증된 가입자 대표를 참여시켜 가입자의 개입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재정운영위원회는 물론 건강보험심의위원회의 구성도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김 국장은 “건강보험 재정 완화의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서는 결국 총액계약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가입자와 공급자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좌장을 맡은 신영전 교수도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신 교수는 “근래 다소 유연해진 토론회 분위기가 낯설다”면서 “가입자 단체가 주관하는 오늘 토론회에 복지부 관계자가 아예 참석치 않은 것도 복지부가 가입자의 입장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는 처사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결론은 재정위원회와 가입자단체가 복지부 들러리 아니냐는 뜻이다”면서 “복지부가 진정 공익을 위해 공인으로서 역할을 하는지. 공급자들이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지” 등의 민감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진료비 후려치기’ 남양유업 못잖아…독불장군 공단에도 ‘불만 속출’

이어 패널토의에서는 공급자 단체의 설움도 쏟아졌다. 현재 수가협상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가입자와 의견을 같이 했지만, 개선방향에서는 전혀 다른 갈림길을 내놨다.

건정심 공급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한 이상주 위원은 “지금 수가협상 체계는 공단에만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다”면서 “서로가 생각하는 수가인상폭은 1차 협상회의에서는 피차 꺼내놓지도 않는 게 관습이 됐다. 공단과 공급자간의 갈등구조 속에 신뢰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 이상주 전 의협 보험이사
특히 이 위원은 공단에서의 협상 결렬 후 곧바로 건정심으로 넘어가는 구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가입자와 공급자는 있는데, 공단이 ‘공정한 심판’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협상 결렬 시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합의가 안 될 시에는 경제지표를 고려한 최저인상률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원장은 “그간 수가통제에 따른 재정적 기여에 가입자의 역할이 컸지만 그만큼 공급자의 입장에선 점점 더 낮은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그럼 결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가 무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조절 없이는 수가 통제자체가 무의미하며, 불가능 하다는 게 신 원장의 핵심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 수가만 통제하면 비도덕적 의사들만 늘어날 뿐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된다”면서 “상대가치 빈도수가 늘어나는 만큼 총량이 조절될 수 있도록 메카니즘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가협상 시기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매년 계약하는 방식에 낭비가 큰 만큼 2~3년 단위로 개선하되, 최저생계비나 물가인상률 등 기본 인상 기준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유형별 수가계약제 시행 이후 7회차 협상을 앞둔 5월, 가입자와 공급자 양측이 현행 제도의 한계점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올해도 저수가 문제에 대한 공론화 등으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단이 삼자 간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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