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텔, 멈추지 않는 의료민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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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텔, 멈추지 않는 의료민영화 ②
  • 이은경
  • 승인 2013.06.25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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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 이슈진단 의료관광의 본질은 국내 규제 철폐와 민영화

 

국내 환자용 메디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자국 환자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수도권 대형병원은 지나치게 몰리는 환자들로 인해 병상이 부족하다. 하지만 병상확충은 일반 호텔에 비해 훨씬 비용이 많이 들고 규제도 까다롭다. 지방 환자들을 위한 병상과 보호자를 위한 숙박시설, 그리고 과잉 공급 우려가 있는 호텔업계의 이해가 결부되어 메디텔이라는 신종시설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민영화는 항상 의료관광, 외국인 환자를 핑계로 진행되어 왔다. 일단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대상 시설과 서비스를 허용하고 점차 자국 환자와 국내 규제 철폐로 이어지는 루트이다. 메디텔은 처음부터 외국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예불가능하다. 생각해보자. 대형병원에서 숙박시설을 대규모로 짓고 나서 외국인만 이용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실제 메디텔을 채울 숙박객은 누가 될 것인가?

얼마 되지 않는 외국인 환자

2009년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이 허용되고 난 후 외국인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잠정 집계 결과 2012년도 외국인 환자수가 155,672명, 진료수익은 2,391억 원으로 집계되었고 2020년까지 외국인 환자를 100만 명 유치해 우리나라를 ‘의료 허브’로 만들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15만 명이라고 해봐야 국내 환자 대비 0.05%(2011년 0.04%)에 불과하며 이중상당수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환자로 통계에 잡히는 환자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 19조의2에 따른 외국인 환자(국적이 외국인이며 국민건강보험 미가입된 자로 외국인등록 또는 국내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자(주한미군 포함)로 되어있다.

이 경우 외국인 학원 강사, 미신고 이주노동자 등 신고하지 않은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이 상당수 비율일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과목도 2009년은 내과(20.5%), 검진센터(13.9%), 피부과(9.3%), 2010년은 내과(13.5%), 검진센터(13.1%), 가정의학과(9.8%)순으로 나타나 실제 검진이나 성형, 피부과 진료에 비해 내과 가정의학과 진료가 더 많은 점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물론 몇 년 사이 증가된 비율은 미용, 성형, 치과, 검진, 한방 등 고가 특수 영역의 확대가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 비중의 0.1%도 차지하지 못하는 의료관광을 위해 국내 주요 제도를 변경해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근본적 한계가 있는 국내 의료관광

더 근본적으로 한국이 의료관광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의료관광은 크게 3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① 미국 암센터같이 고급의료서비스 충족을 위한 목적으로 대체로 자국의 의료수준이 낮은 경우, 부유층이 자신의 목적에 맞는 치료를 받기 위해 비용이나 불편함 등을 고려치 않고 해외진료를 받는 경우, ② 먼저 빠른 진료를 위해 의료관광을 하는 경우로 주로 탄탄한 공공의료를 갖추고 있어 국내에서 대부분의 의료서비스 충족이 가능하지만 긴 대기시간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유럽인들의 범주③ 저비용진료로 인한 경우, 미국은 지나치게 의료비가 높고 의료보장이 확실한 계층을제외하고는 중산층 이하 빈곤층 이상, 하위 중산층들의 의료보장에 문제가 많다.

이런사람들이 전체의 30%정도를 이루고 있고 주로 해외 의료시장의 수요자 층이다.①의 경우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인수단은 거의 없다. 오히려 높은 치료효과와 전문 인력으로 인한 경쟁력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받을 수 있는 전문 치료영역이 개발되는 것은 의료기술, 의약품 영역의 기술개발을 통해 가능하며 이 경우 국가의 환자 유치 노력은 거의 의미가 없다.

②, ③의 경우는 경제적 비교우위가 있어야한다. 유럽에서 시급하지 않으나 필요한 의료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국경을 넘어 치료하거나 미국의 높은 가격보다 왕복 항공비, 체류비, 치료비가 저렴해 해외로 나오는 경우이다. 이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며 경쟁력은 가격과 주변 관광인프라에 있다. 경우 태국, 남미, 인도 등이 우리의 경쟁 국가이며 이 나라의 장점은 저렴한 인건비와 물가, 치료비이다. 우리나라의 물가와 인건비는 세계적 수준이며 이를 상쇄할 정도의 관광인프라가 부재하다.

한국 의료관광 가능성이 있는 대상 국가는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국가의 고급의료수요정도이며 자국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가의 검진, 미용, 성형, 인플란트, 한방 의료 등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수요가 국내 대형병원의 주요수익원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미 강남의 고급 클리닉과 전문병원들은 이 시장을 충분히 잘 개척하고 있으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충분하다.

본질은 국내 규제 철폐와 민영화의료관광이 갖고 있는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근본적 이유는 일부 외국환자 유치를 핑계로 핵심적 규제를 없애고 민영화를 도입하겠다는 의도이다.

건강보험 환자 대비 국내 환자 대비 0.05%(2011년 기준)에 불과한 의료관광을 위해 의료업과 호텔업 겸업을 허용하고 보험회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용임이 명확하다. 국내 환자들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시키고 여기에 보험회사가환자유치 알선 명목으로 의료호텔을 운영하며 병원과의 업무협약을 강화하게 된다. 이경우 환자정보 유출, 지불보상 대행 등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겠다는 오랜 보험업계의 숙원이 해결되는 것이다.

대형병원과 특화 클리닉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했던 병상 및 보호자 숙박문제를 해결해 더 많은 환자를 끌어 모을 수 있게 되고 필수 의료보다는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과다시술과 검진이 더욱 횡행할 것이다. 이것이 창조경제를 위한 의료산업 활성화 방안의 속내이다.

현재 의료관광은 외국인 환자 누락으로 인한 탈세문제, 과도한 수수료나 끼워 팔기 관광, 과도한 홍보와 시술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등 합리적 가이드라인제시와 관리가 절실하다. 의료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합리적 제도 설계와 언어, 서비스등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인적 기술적 지원이면 충분하다.

이를 넘어서 관련법을 개악해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은 의료관광이라는 화려한 성공신화에 숨어 의료를 시장화하고 필수의료를 더욱 취약하게 하는 박근혜식 의료민영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더더욱 큰 문제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근본에서 흔들수 있는 법안 개정을 규제영향평가나 논의 없이 대통령령으로 관철하겠다는 비민주적자세이다. 메디텔 법안은 보도 자료도 내지 않고 홈페이지에 조용히 게재하는 식으로은근슬쩍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국민행복시대, 필수의료보장으로 건강한국을 만들겠다면당장 법안을 폐기하고 구체적 내용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4대중증질환을 비롯한 필수의료보장성 강화와 진주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 확충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은경 (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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