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여행기] 푸야 라이몬디(puya raimond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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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여행기] 푸야 라이몬디(puya raimondii)
  • 박종순
  • 승인 2005.04.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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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산을 보기위해 빠스또루리를 향해 가던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중 하나라는 푸야 라이몬디를 볼 수 있었다. 안데스 높은 지역에 가면 볼 수 있다고 알고 있었을 뿐 그 날 빠스또루리를 가면서 볼 수 있다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큰 기쁨이었다.

▲ 꽃에 앉은 벌새
대기만성이라고 했던가? 무려 백년을 안데스 산맥의 춥고 메마른 땅에서 버텨 키워낸 꽃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무수한 꽃으로 뒤덮인 약 10m정도의 꽃자루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 꽃은 겨우 세달 동안만 피어 있고, 한번 꽃을 피워내면 생명이 다하게 된다. 그 꽃이 피어 있는 세달 동안 벌새는 부지런히 꿀을 따며, 더불어 그 대가로 꽃가루 수정을 시켜주게 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꽃이 백년에 한번  피는 꽃이란 생각을 해 보니, 또 그가 살았던 백년을 마무리하며 그 결과로 척박한 땅에서 피워올린  꽃이라 생각하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그 꽃은 항상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삼사년에 한번 정도 그룹을 지어 피고, 또 계절에 따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어쩌면 행운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꽃이 피어 있지 않은 푸야 라이몬디도, 꽃을 피워내고 죽은 푸야 라이몬디도 그 자체로 황홀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상태로 잎으로 로제트를 형성한 모습
푸야(puya)속(屬)은 파인애플과에 속한 남아메리카산 식물로 이루어진 속(屬)으로 약 120종(種)이 속하는데, 푸야 라이몬디는 그 중 가장 키가 큰 종이다. 흔히 선인장이나 용설란 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라이몬디는 역시 이곳 앙카시 고장에 현자로 알려진 이탈리아인 안토니오 라이몬디가 붙인 이름이다. 그는 이 지방의 여러 동식물들의 이름도 붙이고, 마을이름도 만들어 붙이고, 차빈 후기신인 라이몬디 돌판에도 이름이 남아 있는 학자이다.

푸야 라이몬디는 안데스 산맥의 춥고 건조하며 돌이 많은 경사지에서 자란다. 뻣뻣하고 가장자리에 가시가 있는 잎은 길고 폭이 좁으며 빽빽하게 로제트를 이룬다. 이 로제트는 약 백 년 동안 자라 최대로 커지게 되면 직경이 2m 이상이 되고, 그리고 그 때 표면에 약 2만개의 꽃으로 덮어진 높이 10m정도의 커다란 꽃대를 만들어 낸다.

▲ 꽃을 피워내고 죽은 모습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오래된 고대부터 있어온 종 중에 하나이며, 세계적으로 페루와 볼리비아 안데스 지역에만 한정되게 자라는 희귀종이기도 하다. 이곳 하얀 산맥 주변으로 우아스까란 국립공원 지역이 보호를 받으며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상당히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주변 하얀 산맥과 어울려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풍경으로 정말 차에서 내려 트랙킹 하고픈 마음이 가득했다. 실재로 몇몇 트랙킹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여 부러웠고, 주변에 광천수가 솟아나는 곳도 여러 색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붙여본 음악은 지난번과 같은 조엘 프란시스코 페리의 the andean flutes에서 골라본 Song of Ocarina for Andean Pan Flute이다.

흔히 오카리나는 이탈리아에서 1860년 주세페 도나티라는 사람이 만든 악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악기는 수천 년 전부터 안데스 지역에서 진흙으로 만들어 의식이나 축제 혹은 신호용으로 사용했던 악기이다. 우울하면서 애틋한 음색을 갖고 있는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는 흙피리라고도 한다. 원래는 오카리나를 위해 만든 곡이지만, 여기에서는 조엘이 바스토스와 삼포냐로 연주했다. 바스토스와 삼포냐는 둘 다 팬플루트의 일종이다.

▲ 형형색색 아름다운 광천수
박종순(서울 인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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