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역사, ‘전통과 혁신’ 속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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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역사, ‘전통과 혁신’ 속 핀 꽃
  • 최인복
  • 승인 2013.07.08 11: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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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

일반인들에게 치과의사는 의료를 행하는 자로 비춰진다. 하지만 치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일반인들은 아티스트란 수식어를 단다.

의료술식도 출중하지만 섬세함을 중요시하는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아티스트라는 것.

치과치료 자체가 출중한 의료지식과 술식을 지녀야만 하지만 섬세함이 가미된다면 높은 수준의 치료와 환자 만족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예술활동은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그림 등이 대표적이지만, 음식이라는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

요리도 치과치료와 같이 지식과 섬세함, 체계적인 계획 등이 잡혀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인복 원장은 연세대학교 보존과에서 수련을 받은 후 봉직의 생활을 하다가 이탈리아 파르마의 ALMA요리학교에 들어간 후1년간 페라라의 Ristonrante Il Giovanni와 토리노의 Ristorante L’Birichin의 주방에서 일했다.

현재는 서교동에 연세메세나치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요리에 심취하기도 하고, 차후엔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 목표인 치과의사다.

섬세함과 체계적인 계획, 그리고 지식이 하나의 하모니가 돼야 가능한 요리와 치과치료의 공통분모를 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을 통해 쉽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처음 이탈리아의 음식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 기분이었다. 

요리를 수년간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주방 일을 일 년간 하고 돌아와서, 치과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요리란 것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옛 술친구 같은 의미가 되가는 것 같다.

세월이 지난 후 작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하고 싶은 것은 학생 때부터 변하지 않는 꿈이지만, 병원 경영과 육아 두 가지 현실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동료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뒤적이면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다시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관심이 있을까 고민했지만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해 본다.

이탈리아 요리란 무엇인가?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역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는 찬란한 유산을 많이 남겼던 시대이지만,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대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간의 전쟁들이 첨예했었고 이러한 이탈리아의 정세는 도시국가들의 고유한 식사 습관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르네상스 초기만 하여도 남프랑스, 스페인, 북아프리카처럼 밀로 만든 빵과 올리브유, 생선, 달걀, 치즈, 양고기와 포도주가 기본이 된 식단이었으나 16세기를 넘어서면서 점점 세련되어져 갔다.

하층민들이 먹던 쇠고기를 부자들도 즐기기 시작했으며 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는 ‘요리 실험’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또한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아랍의 음식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설탕, 아몬드, 파스타치오, 쌀, 감귤류, 시금치 등이 이 시기에 들어온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의사 갈레노스가 창시한 체액이론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것은 인간과 동물들이 네가지 액체 즉 피, 담즙, 검은 담즙, 점액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이며, 요리사들은 네 가지 체액의 성질인 뜨거움, 건조함, 축축함, 차가움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만든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쇠고기는 ‘건조하고’ ‘차갑기’ 때문에 끓여서 먹어야 한다는 식이다. 한의학의 사성의학이랑 비슷하기도 하지만 요리의 방법론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포도주는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코스를 따라 주의 깊게 마시는 관습이 시작되었다. 전채에는 가벼운 백포도주, 구운 고기에는 적포주를 마셨으며, 디저트용으로 마시는 알코올과 단맛을 인위적으로 높인 주정 강화 와인도 이 시기에 생겨났다.

포도주를 많이 마시게 되면서 물을 타서 마시기도 하였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점심에 포도주를 마실 때는 탄산수를 타서 가볍게 마시곤 한다.

부자들도 고기 위주의 식단을 벗어나 채소도 즐겨 먹기 시작하였으며 가장 인기를 얻은 채소는 아티초크였다. 아티초크는 지금도 이탈리아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호하는 고급 채소이다.

파스타는 이미 중세 때부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르네상스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처음에는 푹 익혀서 먹었고 알덴테 개념이 생기게 된 것은 17세기 후반이 되어서이다.

 
파스타는 부자들에게는 주 메뉴에 곁들어 나오는 음식 중 하나였지만 소작농에게는 그 자체가 주식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요리사는 바르똘로메오 스깝삐(Bartolomeo Scappi)였다.

스깝삐는 교황 파우스 4세와 5세의 요리사였으며 그의 책에 파스타 절단기 등과 같은 현대적 요리 기구를 삽화로 기록하였으며 밀라노, 로마, 나폴리 등의 지역별 요리를 기록하였다. 스깝삐의 이후 르네상스의 주방 문학은 국가적 개념보다 지역적 개념의 요리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사람들은 주로 손가락, 칼, 숟가락으로 식사하였고, 포크는 상류층들만이 쓰는 특별한 도구였다.

이탈리아의 상징 중 하나인 토마토는 1522년에 스페인 지배 하에 있던 나폴리 왕국으로 전파되면서 처음으로 이탈리아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요리에 사용된 것은 수백년 후로 1875년 파르마 지역에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만들 용도로 토마토를 재배하게 되면서였다.

지금은 토마토 통조림과 가공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농산업이다.

르네상스 이후에도 이탈리아 요리는 계속해서 진화되어 왔다. 고급요리와 가정요리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왔지만 나폴리에서 1807년 출판되었던 '가정요리'라는 책과 발전된 통조림 기술은 대중들의 요리법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근대로 들어와서 이탈리아의 음식은 프랑스의 화려한 음식 문화와 다르게 정체되었고 귀족들은 프랑스 스타일 음식을 찬양하며 자국의 음식은 천대하였다.

하지만 지역적 특색이 강한 서민 음식인 파스타, 핏자 등은 세계 여러 곳에 알려지게 되었다. 1900년 대부터 미국으로 간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일본의 이탈리아 음식 열풍 등으로 인해 전세계에 그 세력을 넓혀가는 계기를 다시 만들게 되었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요리를 벗어나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내가 다녔던 ALMA요리학교의 교장이자 이탈리아 최초로 별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괄띠에르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그의 제자인 까를로 클라꼬(Carlo Cracco)등이 대표적인 사람이다.

이탈리아의 요리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패스트푸드의 시기에 그에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균질화 되고 미리 만들어진 재료들을 간단한 조리법을 사용하여 즉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패스트푸드 대신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소규모 지역 생산자들의 재료를 사용하여 지역 고유의 요리를 만든다.

이탈리아 대형 슈퍼체인인 coop같은 곳에서도 그 지역 위주의 재료들을 판다. 이러한 성향은 전국 단위의 유통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측면도 있지만 각 지방의 고유한 요리산업을 발전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탈리아 요리는 '지중해 식단’이다. 이 용어는 이탈리아에 파견된 앤슬 키스라는 미국 의사한테서 처음으로 나왔다.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보다 관상동맥질환을 겪는 일이 더 적었다는 사례들을 기록한 책인 “지중해식으로 잘 먹고 잘 살기/How to eat well and stay well the Mediterranean way”(1959) 을 출판했다.

책에서 심장질환과 비만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권장했다. 지중해 식단에서는 견과류, 올리브유를 권장하고 붉은 고기류나 달걀의 섭취는 제한하였으며, 이는 현대 건강식의 개념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탈리아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계속 되는 혁신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전통에 더해 신세계와 이국적인 음식들로 인해 발전한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전통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시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내 요리에 있다. 그것이 우리 지역의 재료와 자신의 요리법에서 나왔다는 것이 그들의 긍지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메뉴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메뉴의 순서는 아래와 같지만 자리의 성격에 따라 생략되는 것이 있다.점심에는 주로 안티파스티 + 프리미 피아띠 + 돌치 또는 프리미 피아띠 + 세콘디 피아띠 + 돌치를 먹는 경향이 있다.*. 쓰여진 이탈리아어는 복수형태이다.

1. Apertivi(Stuzzichini)(아페르티비 - 스투찌끼니): 식욕을 돋구기 위해서 먹는 간단한 요리

2. Antipasti freddi/caldi (안티파스티 프레디/칼디) - 차가운/뜨거운 전체

3. Primi piatti(프리미 피아띠) : Minestre – 수프, Primi asciutti - 국물이 없는 프리미(파스타,뇨끼, 리조토)

4. Piatti di mezzo (삐아띠 디 메죠) : 쉬어가는 요리,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에서 주로 서빙된다.

5. secondi di pesce/di carne (세콘디 디 페쉐/까르네) - 생선/육류 메인 요리 contorni - 메인에 곁들어 먹는 음식

6 . Formaggi(포르마지) – 치즈

7. Dolci(돌치) – 디저트, Piccola pasticceria(삐콜로 파스티체리아) - 간단한 과자류, Caffe – 커피, 코스를 마친 후 간단한 과자류와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리스토란테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지 않으면 음식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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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2013-07-10 16:01:11
무척 기대되는 연재네요....

전양호 2013-07-09 13:40:33
좋은 글 고마워요...최세프...언젠가 최세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이탈리아 풀 코스 요리를 먹는 날이 오길...

전민용 2013-07-09 11:17:22
는 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최선생님의 설명을 곁들인 이탈리아음식 먹기 한번 하는 것도 좋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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