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영화나 전통가족의 복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싸가지 없고 가망 없는 류상환과 권투는 나의 ‘삼(삶)’이라는 강태식이 절망의 나락에서 부르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는 출연진 일동과 관객 일부를 잠시 눈물짓게 만들 만한 각본이다.
물론 내가 류승완. 류승범 형제를 좀 좋아하기는 한다만, 장난기를 걷어낸 배우 류승범은 며칠 굶긴 맹수마냥 스크린을 압도하고, 감독 류승완의 입담은 여전히 걸걸하면서도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꺼낸다.
- 가족에게 말거는 영화에 나는 약해진다. 매사 닭살 돋는 멘트를 삼가는 한국사회의 평균적인 가족유형에 속한지라, 서로를 평생 사랑하면서도 매사 섭섭해 하고 매사 미안해하면서도 매사 서로 상처를 주고 마는 영화 속의 엇갈리는 가족성원들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그래서 신인왕전의 진정한 심판은 강태식의 아들이고, 류상환의 할머니다. 땅에 떨어져버린 가장의 권위가 다시 예전처럼 복귀가 되겠냐만 그래도 비빌 언덕으로 남고자 몸부림치는 강태식이 너무 전형적이라고, 아들내미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너무 상투적이라고 차마 손을 내저을 수가 없다. 가족에게 말거는 영화에 나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 류승완 감독 영화는 거칠다. 그럼에도 결말이 참 착한 편이다. 최근작일수록 더욱 그렇다. 독특한 주류가 되었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반질반질한 것보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걸 좋아하면서도 내심 사회의 질서와 통속성에 슬쩍 못이기는 척 꼬리를 내리는 내 취향과 비슷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그의 팬이며, 실은 좀 더 과격하고 생생히 살아 길길이 날뛰는 영화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생생히 살아 있고 싶고.
강재선(인천 남동구 유명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