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건강보험증‘법 개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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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건강보험증‘법 개정인가?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3.08.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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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익 의원, 건강보험증 무단도용 등 부정사용 처벌 강화…건세넷, 가난한 이들의 의료접근권 가록 막는 행위 중단 촉구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지난달 24일 의료기관의 건강보험증 본인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민건강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보법 개정안에 따르면 건강보험증의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명서를 제출한 수급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토록 하고, 요양기관이 이를 위반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는 외국인 체류자가 국내 회사 고용 시 발급받은 건보증을 퇴사 뒤 여전히 사용하거나, 주민등록 말소자 또는 보험료 장기 체납자가 타인의 건보증을 대여·무단 도용하는 등의 부정사용이 빈발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최 의원이 개정안에서 신설한 요양기관의 건보증 본인 확인 의무화 규정이 이러한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외국인 체류자가 국내 회사 고용 시 발급받은 건보증을 퇴사 뒤 여전히 사용(자격상실 후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점과 주민등록 말소자 또는 보험료 장기 체납자(자격정지 중 부정수급)가 타인의 건보증을 대여·무단 도용하고 있다는 등의 부정수급 유형을 지목했다.

그러나 자격상실 후 부정수급과 자격정지 중 부정수급은 건보증 본인확인을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보공단 전산망을 통해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 확인을 해야만 부정수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난한 이들의 의료접근권 보장이 우선

한편, 최 의원의 이번 건보법 개정 발의에 시민단체와 의료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건강, 생명, 인권, 연대를 기치로 활동하는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김용진, 정은일, 현정희 이하 건세넷)는 논평을 통해 “건강보험 본익확인 절차 의무화보다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세넷에 따르면 건강보험 부정사용 대부분이 주민등록말소자, 외국인체류자, 보험료 장기체납자 등이다. 이들은 공공의료체계가 포괄하지 못하는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으로 응급한 상황에서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건강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는 계층이다.

건세넷은 “이들이 부정수급을 할 수박에 없는 현실은 제도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기에 제도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부정 사용 적발인원은 총 13만 4,554명이며, 환수 결정액은 112억 8,900만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건보증 대여ㆍ도용 부정수급 적발인원 918명(환수 결정금액 8억 5,000만원) ▲자격상실 후 부정수급 12만 1,972명(환수 결정금액 91억 6,500만원) ▲급여정지 기간 중 부당수급 1만 1,664명(환수 결정금액 12억 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적발인원 중 81.2%가 건강보험 자격 상실 후 수급을 받거나 보험급여 정지 기간 중 수급을 받은 것이다. 건강보험증 무단 도용 사례인 7.5%를 합치면 이번 적발 사례의 90% 이상이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돼 급여가 정지된 상황에서 병원을 이용한 것이다.

건세넷은 “건강보험을 못 내더라도 의료이용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부당하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제도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복지부와 공단의 정책은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료접근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건세넷은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높인 이들의 현실적인 의료보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효과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오히려 이들을 적발하여 의료접근권을 가로 막으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건세넷은 “정부와 국회가 정말 의료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모든 국민이 공적지원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로의 편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고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공단 책임전가 말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도 "수급권자의 불법수급 관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본업무"라며 "공단의 책임을 요양기관에 전가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일명 신분증 법이라고 불리는 건보법 개정 발의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병협에 따르면 가입자의 부정수급 유형은  ▲자격상실 사실을 숨기고 수급을 받는 경우 ▲타인의 보험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진료예약 및 전화예약의 경우 등으로, 매번 환자의 자격유지 여부를 확인하는 건 대기시간 지연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병협은 “실제 건강보험을 소지하지 않고 내원하는 환자가 많으며, 보험증 없이 진료가 가능하도록 제도화돼 있어 주민등록증을 통한 본인여부를 사진과 대조해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병협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모든 환자에게 자격확인 및 본인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것은 일선 의료기관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불법수급의 원인은 환자에게 있는 것이지 의료기관에 책임·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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