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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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②
  • 이상윤
  • 승인 2013.08.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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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이상윤

 

건강/생명 산업 이윤 축적의 일반적 구조와 전략

효과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건강/생명 산업의 일반적 생산력 발전의 경로와 이윤 추구의 경향과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이후로 OECD 국가의 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 결과 1960년대에 GDP 대비 4% 수준이던 의료비 지출이 2010년에는 10%에 달했다. 이는 대락 42조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한국의 GDP 규모가 1조 달러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전체의 GDP 규모의 42배에 달하는 액수가 매년 OECD 국가에서만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다. 이 중 미국에서만 2010년 한 해에 약 2조 5천억 달러가 의료비로 지출되었다.

▲ OECD 국가 평균 및 일부 국가의 의료비 지출 증가 경향

▲ OECD 국가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

1980년대 이후 병원과 제약기업이 매출과 생산을 늘릴 수 있었던 주된 원동력은 물리, 화학기술과의 접목을 통한 진단 및 영상기술의 발전, 신약 개발 등이었다. 병원과 제약기업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산업 부문에 접목시킴과 동시에, 그것을 통한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고안해 냄으로써 지속적으로 초과 이윤을 창출해 왔다.

그것은 연구개발, 특허, 전매, 독과점, 상업적 의료서비스 제공 등의 일련의 과정을 한 축으로 엮는 과정이었다. 건강과 생명을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연구개발시에는 대규모 공적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한 후, 성과가 나타나면 그것을 특허란 형태로 사적으로 전유하여 이를 통해 초과이윤을 달성해온 것은 비단 제약기업만이 아니다. 각종 의료기기 및 진단시약 등도 같은 과정을 통해 사유화되고 전유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사유화되고 전유된 과학기술은 상품 생산 이후 소비의 과정에도 독특한 방식으로 개입하여 대량생산과 소비의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상품을 만들어내도 사용하는 이들이 없다면 이윤 축적은 어려울 수 있다. 의료의 특성상 상품 구매 결정에 있어 소비자 혹은 환자보다 더 큰 영향을 가지고 있는 행위자가 있으니 바로 의료인과 정부다.

이에 의료인들에게는 각종 경제적 인센티브과 학술적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부에게는 보험 및 정부 지출 적용 결정 과정이나 보험가격 및 전매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개입하여 영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상품 소비를 촉진했다. 제약기업 등 건강/생명 관련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의료 영역의 특성상 상품 구매/소비에서 정부/의료인의 역할이 결정적이지만 이들은 소비자/환자에게도 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각종 환자단체의 스폰서를 자임하고, 어떨 때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 및 선택권을 강조하며 정부/의료인의 결정에 반기를 들라고 부추기는 것 역시 이러한 기업들의 잘 알려진 마케팅 전술이다.

이들의 이윤 창출 전략은 매우 유연하고도 실용적이다. 이들은 자신을 규제하는 정책이 도입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있는 규제를 완화하려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목매지는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규제와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자신에게 이로운 구조를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보험제도, 전매제도, 의약품 허가 및 가격 결정 제도 등에 관련 기업이 어떻게 개입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여하간 그러한 제도를 활용하여 제도의 빈 곳 혹은 제도의 약한 고리를 통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더불어 ‘혁신과 발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 혹은 ‘의료의 질 향상에 방해가 되는 규제’로 공격하며 관련 규제를 무력화시키거나 신규 규제 도입을 막아왔다.

자신의 이윤 추구를 사회 및 과학기술 발전, 환자의 이해관계 등과 등치시키고, 자신의 이윤 추구에 제동을 걸려는 세력을 과학기술 발전을 거부하는 수구 보수세력, 환자의 이해에 반하는 세력으로 규정짓고 약화시키는 전술 역시 흔히 쓰는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폭로되어 기업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면 바로 고개를 숙이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놓아 비판을 잠재우거나, 비판의 화살이 의료인이나 정부쪽으로 향하도록 교묘히 비트는 등 사회 여론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언뜻 보아 이해되지 않는 이와 같은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건강/생명 산업이 다루는 ‘건강’ 혹은 ‘생명’이라는 가치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재화나 서비스도 광고나 마케팅에 의해 소비를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건강/생명 영역은 그 한계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얼마나 건강해야 하고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마다 기준이 다를뿐더러 그것에 대한 기준을 사회적으로 결정하여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이들의 요구는 늘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상품 개발 및 생산의 동력은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 있다.

또한 의료의 특성상, 개인의 신체적 상태나 변화를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얼마든지 새롭게 규정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건강/생명산업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새로운 질병을 명명하고 이전에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던 상태를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만들면서 의료기관과 약품의 역할을 증가시켜 온 것이다.

여성의 몸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임신, 출산, 폐경을 의료화하여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으로 만들어 온 과정이나, ‘하지불안 증후군’, ‘과잉행동주의력결핍장애’라는 새로운 환자를 양산하는 과정, 그리고 기존 질환 진단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여 더 빨리, 더 광범위하게 약물 치료나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편, 건강권을 개인의 기본적 권리로 주장하며 그러한 서비스를 원하는 개인들이 있다는 논리로 위와 같은 상황을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개인의 건강권 내지는 선택권을 주장하며 얼마든지 과다한 이윤 창출에 대한 비판을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무한정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 의료비 증가의 속도는 미국,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둔화되고 있다. 이는 일정 정도 정부의 개입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 관련 자본 자체의 성장률 둔화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의료비는 병원 진료비, 약제비, 노인요양 서비스비, 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한 비용, 의료관련 인프라 투자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 의료기관 서비스 및 의약품 매출과 관련된 영역에서 의료비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이는 정부 규제가 엄격한 유럽 여러 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 둔화로 의료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한 까닭이지만, 미국 등의 경우 의료기관간 혹은 제약자본간 경쟁이 극심해짐에 따라 그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불어, 제약기업의 경우 최근 대부분의 신약들이 특허가 만료되고 있는데 반해 새로운 신약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도 한 몫 하고 있다. 미국의 병원과 제약기업은 이러한 과당경쟁으로 인한 비효율을 적극적인 기업 간 인수합병,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헤쳐 나가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한 초과 이윤 달성을 위해 나노기술, 유전자학,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이 적극적으로 의료에 접목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의 경우 의료서비스 생산 과정을 합리화하고 표준화, 규격화하여 이윤율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 융합의 동력

다른 신기술 혹은 첨단기술과는 달리, 정보통신기술은 자기만의 별도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의료와 융합되고 있는 다른 영역과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이 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그 시장 확대 가능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 영역에서도 현재 망 산업 등 인프라 관련 산업 외에 개인 소비 시장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개인 통신 혹은 미디어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에 더해 의료 혹은 건강 생활에도 이러한 서비스 영역이 접목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면 그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의료 영역에서도 단순히 환자에 대한 치료 서비스를 넘어 건강인들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기회가 제공된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 수요 계층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KT, LG, SK 등 망산업 및 휴대용 기기 생산 기업들 모두가 이러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더불어 이들 기업은 아산병원,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 바 한국의 빅5 병원과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정부 재정으로 진행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모델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망을 깔고 관련된 정보통신기기를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를 통한 추가 이윤까지 기대할 수 있다. 병원 등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과 시장으로 인해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동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의료기관 서비스를 표준화, 규격화, 기계화하기 위해 이러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서비스를 표준화, 규격화, 기계화하려는 시도는 의료의 다양성을 줄여 질 향상을 꾀하려 진행되고 있다. 테일러리즘적으로 규격화되고 기계화되어 투입과 생산에 따른 이윤이 창출이 예측 가능한 시스템과 병원 현장은 거리가 멀다. 환자는 기계의 부품이 아니기에 표준화되기 힘들고, 사람인 의료인에 의해 행해지는 의료 행위 역시 단순화되고 규격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더욱 극대화시키려는 요구는 관철되어 병원 현장도 제조업 생산공장처럼 표준화, 규격화, 기계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정보통신기술이 꼭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에 의해 가능하게 된 전자의무기록,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진단 및 치료기술의 기계화는 점점 더 병원을 흡사 공장과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자본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은 이중의 효과를 낳는다. 표준화, 규격화, 기계화에 따른 생산의 합리화에 따른 이득과 별개로, 중앙집중적인 노동 통제가 가능해 짐과 동시에 병원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고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이와 같이 병원 자본이나 정보통신기술 관련 자본 모두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이고, 병원 자본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계기이기에 의료와 정보통신기술과의 결합은 적극적으로 추동되고 있고, 특히 한국의 경우 두 자본의 발전 정도와 성장 잠재력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더욱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


시민사회 및 노동운동이 개입해야 할 필요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윤 추구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에 다다른 건강/생명산업은 신기술, 첨단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고, 그러한 ‘신세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특정 과학기술 활용 자체가 문제라거나 의료에 있어 새로운 과학기술의 접목을 문제 삼는 전략은 부적절하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역시 필요한 부분이 있고 효과적인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제1세계 의료인과 제3세계 의료인 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교육과 정보 전달 등은 효과적이기도 하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이 전제된 상태에서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원격 의료서비스가 만성질환이나 노인성질환 관리에 유용할 수도 있다. 일부 영역에서 전산화된 의료 정보는 의료인간 상호 소통을 증진시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윤 중심의 접근이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효과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시장 창출이나 이윤 창출 가능성의 측면에서만 보고 접근하는 자본의 단견이 문제다. 이윤만을 목적으로 이러한 융합이 이루어진다면 의료적 효과는 없지만 개인 효용을 증대시키기 위한 허구적 사용가치를 창출에 이러한 융합 기술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고 안전과 건강이 위협당할 수도 있다.

이윤만을 위해 이러한 융합이 이루어진다면 환자를 단순화하고 표준화하여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하고, 전산화, 기계화된 과정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전달하게 함으로써 병원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노동 통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시민사회 및 노동운동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과정에 개입하여 통제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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