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역 장애인 진료시설 사실상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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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지역 장애인 진료시설 사실상 전무
  • 이두찬 기자
  • 승인 2013.09.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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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산부인과 방문 환자 수 극감…지자체 방치 속 장애인들 건강권 방치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폐원 이후 진주고려병원으로 이전해 운영되고 있는 줄 알았던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이 사실상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진주의료원이 제공하던 장애인 진료체계를 대신할 만한 시스템이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은 2009년부터 전문재활치료병동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도왔다. 이후 환자 수 감소로 2011년 노인병동으로 전환했지만 재활의학과 의사를 두고 입원 노인환자 뿐만 아니라 내원하는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도맡아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공공의료사업을 포기한다는 비난이 두려워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의 장애인치과와 장애인산부인과 장비를 민간병원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스피스병동 운영과 보호자 없는 병동 운영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애인 치과의 경우 경상남도는 지난 7월 진주의료원에 있던 장애인 전용 치과시설을 진주시내 한 병원으로 옮겨 장애인 치과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병원은 기존에 쓰던 치과 진료실은 1·2급 장애인과 일반인이 이용하도록 하고 진료실 옆 타 진료과 장비창고를 비워 중증 장애인이 진료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 기존 치과의사가 일반인 진료를 하면서 장애인이 방문하면 치료를 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치과의사 1명, 치위생사 2명이 장애인 치료를 전담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자동출입문, 맞춤형 의자, 전용 화장실 등을 갖춘 진주의료원 장애인 전용 치과와 비교하면 시설이 매우 열악해 진료소를 옮긴 이후 지금까지 단 29명 정도가 이 치과에서 치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의료원 장애인 전용 치과는 개원 첫해인 2011년에 720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460명이 이용하는 등 경남지역 장애인들이 애호하는 치과병원 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마취 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2년 간 1,180여 명의 장애인이 진료를 받은 것은 치과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 받았다.

경상남도가 지정한 민간병원은 장애인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시설확충·개선, 전문인력 보강 등이 필요하지만 여력이 부족해 어렵다는 해명을 했다.

경상남도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한 병원 자체 재원으로 의사를 충원하거나 시설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치과 뿐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들도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제대로 된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격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6월 진주시내 병원과 협약을 맺고 진주의료원에 있던 장애인 전문 산부인과 역할을 대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곳을 이용한 장애인 환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진료 장비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장애인 전문’으로 간판만 변경하고 운영한 결과로 보인다.

보건노조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더라도 공공서비스는 절대 후퇴하거나 공백상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진주지역 공공의료서비스는 현재 실종상태”라며 “진주의료원이 담당해온 공공의료서비스를 복원하는 길은 편법과 생색내기가 아닌 정상화에 있다”고 피력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중증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받을 권리마저 박탈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보건노조에 따르면 폐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재개원이 늦춰지면서 고가 장비들이 고철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경상남도는 이 의료장비들을 반출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 고가의 MRI장비를 모 병원으로 매각하려고 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보건노조는 “경남도민에게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국비와 도비를 들여 구입한 고가 의료장비들이 더 이상 고철로 방치 되지 않아야 한다”며 “홍 지사는 장비 반출 시도를 멈추고 하루빨리 의료원 재개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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