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의 레진제품 개발하겠다"
상태바
"새로운 개념의 레진제품 개발하겠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5.05.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산치기재산업, 그 현장을 가다 3] 비스코를 넘어, (주)베리콤 김윤기 대표이사

베리콤 탄생의 모체는 효성연구소

“회사가 좀 더 성장하고 나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개발부서에서 연구 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국산 레진 전문생산 업체인 (주)베리콤의 김윤기 대표이사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전문 연구원 출신이다.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대기업인 효성그룹의 효성중앙연구소(전 동양나이론중앙연구소)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약 50여 건의 특허를 취득해 특허상을 받았고, 또한 300여 명이 넘는 연구소 내에서 3회 연속 제안상을 받았을 정도로 아주 잘 나가는 고급 인력이었다. 그런 그가 왜 이런 어려운 길을 택하게 되었을까?

“지난 1995년이니까 벌써 10년이나 되었네요. 당시 화학 관련 외국 잡지에서 3M에서 최초로 개발한 레진 제품(Z100) 기사를 보았어요. 그 전부터 부가가치산업인 생체재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심미적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전치부의 경우 아말감을 대체할 제품으로 향후 발전성이 매우 높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그는 레진제품 개발을 자신의 연구 아이템으로 설정해 효성그룹 차원에서 레진제품 개발을 몰두하게 된다. 이것이 그가 처음으로 우리 치과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약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효성에서는 1997년 ‘베리포필포토’라는 레진제품을 첫 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품질이나 여러 측면에서 많이 부족한 제품이었으니까...

IMF, 그리고 운명의 독립

그런데 문제는 곧이어 1998년 전대미문의 IMF 사태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당시 효성중앙연구소 300여명의 연구원들이 많이들 일자를 잃어가는 가운데 국내 시판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던 ‘베리포필포토’ 즉, 국내 레진제품 개발사업도 연구소 차원에서 백지화되고 만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결국 그는 함께 연구를 해왔던 팀 동료, 후배들과 논의 끝에 독립을 결심, 1998년 3월 16일 베리콤 주식회사를 창립하게 된다. 그리고 또 2년여의 연구기간을 거쳐 2000년 5월 첫 제품을 출시하기 직전인 2000년 1월 드디어 그가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효성중앙연구소를 사직하고 베리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당시 연구소에서는 사직하겠다는 저를 무척 말렸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험한 길로 들어서는 걸 무척이나 반대했지요. 하지만 연구자라면 누구나 포부가 있듯 저도 한 번 누가 시켜서 하는 연구가 아니라 독립을 해서 제 일을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그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그러면서 직접 연구를 시작한 레진 제품은 당시 첫 제품 출시가 참담한 실패로 끝나 버리긴 했지만, 그만큼 그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었고 또한 성공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연구 아이템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직도 당시 연구소에 받던 월급만큼 받아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그가 개발해낸 국내 최초의 레진제품들이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다.

“연구소에 있을 때는 누가 시켜서 일을 했다면 지금은 다르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그리고 연구소 때와 달리 내가 일한 성과는 회사에서 다 가져가는 게 아니라 그대로 나와 한 몸인 우리 회사에 남아 있지요. 이게 다른 점이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저에게 힘을 주고 있지요.

실제로 저희 제품이 출시되고 또 꾸준히 국내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면서 외국산 제품의 가격이 20-30% 정도 다운이 되었어요. 그만큼 우리 제품이 자리를 잡기가 더 힘들어진 측면이 있지만, 그 정도로 베리콤의 존재 자체가 우리 치과계와 국민들에 보탬이 되고 있는 셈이지요.”

베리콤 성공전략은 외국시장 공략

국산 레진제품을 베리콤의 이름으로 출시를 시작한 지 이제 만 5년. 생각보다 베리콤은 빨리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초기 냉담하기만 했던 국내 치과의사들의 반응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금은 플로블레진과 에칭 제품의 경우 베리콤 제품이 국내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레진 제품의 경우 약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김윤기 대표이사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제품 출시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베리콤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아마, 망해 버렸을 겁니다.” 그는 아주 단호하게 답을 했다. “이미 효성에 있을 때도 경험을 했고, 국내 치과의사들의 경우 국내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어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자리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 그가 짜낸 전략은 바로 해외시장에 대한 공략이었다. 레진 제품의 특성상 후진국보다는 유럽 쪽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2000년부터 해외 유명전시회에 적극 참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전략은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국내에서의 생각과는 달리 해외에서 저희 제품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기본적인 물성에 대한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보니까 외국에서는 바로 반응이 오더라고요. 국내의 경우에는 작업성에 대한 차이 때문에 아직도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걸 좀 꺼리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걸 그리 중요시하지는 않는 분위기이거든요. 어차피 작업성의 차이는 각 회사들마다의 고유 특성이기도 하니까요.”

베리콤 레진 출시 5년의 성과

2001년 CE인증을 받으면서 시작한 유럽 공략은 성과가 매우 빨라 2001년 15만불, 2002년 50만불, 2003년 90만불, 2004년 150만불에 이어 올해도 3월까지 벌써 50만불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수출국도 이태리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 전 세계 5-60개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작년 12월 FDA인증을 획득한 이후 올해부터는 미국시장에 대한 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올해 목표를 삼고 있는 300만불 수출에 이어 오는 2007년에는 대망의 1000만불 수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이다.

결국 베리콤의 생존전략은 2000년 제품 출시 이후 지금까지 늘 해외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이 그에게는 좀 서운하지 않았을까?

“일본의 경우 현재 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60%를 넘고 있는데, 제품 출시 당시에는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제품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일본의 치과의사들은 국산제품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애정을 갖고 사용해 오면서 현재는 외국의 그 어떤 제품보다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윤기 대표이사는 일본의 예를 들어가면서 약간의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제품 출시 이후 만 5년이 흘러오면서 이러한 생각은 조금씩 변해왔다고도 한다. 우선은 제품의 품질이 더 먼저라는 것. 품질만 우수하다면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반드시 1등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실제로 자신이 생판 모르는 이 치과계에 의욕 하나만으로 뛰어들어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깨닫게 된 진리란다.

“솔직히 제가 국내 치과의사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저희 제품에 대한 임상 적용의 경험을 저희들에게 피드백 해주시는 겁니다. 저희야 임상가가 아니라 연구자들인 만큼 실제로 임상에 적용했을 때 나타나게 되는 저희 제품의 특성이라든가 단점 등을 치과의사분들 만큼 잘 알 수가 없거든요. 세계 제1의 제품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선 바로 이러한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에 국내 치과의사분들이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세계 1등 회사를 위해

그리고 베리콤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바로 이러한 국내 치과의사들의 임상 적용의 경험들을 하나로 모아줄 네트워크의 형성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베리콤이 세계적인 레진제품 회사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치과의사들의 임상적용 경험과 베리콤의 연구인력이 하나로 힘을 합쳤을 때에만 그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치과의사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베리콤이 세계 제1의 레진제품 생산 회사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본딩제를 개발해낸 비스코의 서병일 사장처럼 새로운 개념의 레진제품을 개발해 내야 합니다.”

그는 현재 베리콤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신개념의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4-5년의 연구를 통해 현실화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그는 이미 세계에 출시해 있는 기존 제품의 국산화만으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없다면서 그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작업에도 동참하고 있는 이 새로운 프로젝트 사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제품 출시 5년 만에 올 매출목료를 수출 300만불 포함 총 50억원으로 잡고 있는 베리콤의 대표이사 김윤기. 그의 어깨에는 이미 연구소 인력 10명, 생산직원 13명, 총무관리 및 영업판매직원 7명 등 30명의 식구들이 달려 있다.

“하루 빨리 회사가 안정을 찾아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으면 해요. 지금은 제가 국내 영업과 해외 영업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 천직인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그러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아직도 회사 내에서 독자적인 연구영역을 스스로 맡아하고 있다면서 쑥스럽게 웃음짓는 베리콤의 김윤기 대표이사. 그의 노력과 그가 새롭게 구상 중인 신프로젝트가 많은 치과의사들의 도움 속에 하루 속히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